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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일 전문가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 정보패권 휘청…중국⁃러시아는 괄목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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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일 전문가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 정보패권 휘청…중국⁃러시아는 괄목 성장”

‘미국 정보·문화 지배의 종언’을 쓴 일본의 이시자와 야스하루 교수가 저서를 통해 미국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중국과 러시아에 의해 정보패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정보·문화 지배의 종언’을 쓴 일본의 이시자와 야스하루 교수가 저서를 통해 미국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중국과 러시아에 의해 정보패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러의 대립은 무역이나 지정학 같은 분야뿐 아니라 정보라는 분야로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 정보·문화 지배의 종언’을 쓴 이시자와 야스하루 가쿠슈인 여자대학 교수는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기술의 혁신, 그리고 트럼프라는 미국이 숨기고 있던 부분을 폭로하는 대통령의 등장으로 인해 세계적인 정보 패권구조는 크게 바뀌었다”고 말한다. 세계에서는 어떤 ‘정보전쟁’이 벌어지고 있는가. 요즈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보 발신이나, 미 대통령 선거를 향한 트럼프의 움직임을 점검했다.

이시자와 교수는 릿쿄대 사회학과 졸업 후 비즈니스지 기자를 거쳐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대학을 수료하고 워싱턴포스트 극동총국 기자와 뉴스위크 일본어판 부편집장을 지낸 뒤 학술 세계로 무대를 바꿨다. 미디어와 정치의 관계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대통령과 미디어’(문춘 신서)나 ‘총리대신과 미디어’(동)라고 하는 저서를 출판하면서, 전문 분야를 국제 관계나 세계에서의 여론 형성과 같은 것으로도 넓혀 가고 있다.

이 책 ‘미국 정보·문화 지배의 종언’에서는 미국이 쥐고 있던 여론, 문화, 정보라는 ‘소프트 파워’에서의 세계 지배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시기부터 흔들리기 시작했으며, 대선 때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와 국제 외교에서 존재감을 강화하는 중국의 존재가 있음을 지적했다. “인터넷 테크놀로지의 진화에 따라 돈을 쓰지 않고 대중에게 알릴 수 있게 됐다. 러시아는 정보의 패권을 따낼 생각은 없지만, 이를 헤집어 미국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 중국도 이 수법을 교묘하게 도입하고 있다”라고 이시자와 교수는 설명한다.

러시아는 이미 GDP가 한국보다 낮아 정면으로 싸워 미국을 이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 까닭에 미국의 신뢰를 깎아내리며 푸틴 대통령이 자신 있는 직접 협상으로 가는 흐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저서에서는 러시아가 국제 방송국 ‘러시아 투데이(RT)’를 설립해 지금까지 미국의 CNN이나 영국의 BBC와 같은 서방 국가 국제보도가 주류였던 곳에 러시아 시점에서 서방국가들이 싫어하는 정보를 보도하고 있는 상황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저서에서 국영 방송 ‘CCTV’의 해외 거점을 차례차례 설치해 세계 각국에 발신을 도모하는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전 세계에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세계 대학에 설치 중인 ‘공자학원’이 현지 중국인 학생과 연계해 첩보 활동과 언론탄압을 벌이는 맹위를 호주 뉴질랜드 미국에서의 사례를 뒤엉키며 분석하고 있다.

■ 트럼프 존재 자체로 세계의 신뢰감 상실

러시아와 중국에 의해 정보·문화 패권이 흔들리고 있는 미국이지만, 이시자와 교수는 “현재, 대통령에 취임하고 있는 트럼프의 존재 자체가 세계의 신뢰를 감소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는 대선에서 ‘미국 퍼스트’를 내걸고 미국민에 의해 선출됐다. 이는 미국이 세계의 지도자로 군림할 수 있도록 한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미국적 가치와 배치되는 것이다.

‘자국 제일’이라고 하는 생각은 예로부터 미국에 있던 것이지만 ‘세계의 경찰’이라는 ‘미국적 가치관’을 나타냄으로써 세계를 주도하는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존재로 인해 억눌리기는커녕 오히려 세계에 폭로되면서 미국 내부나 세계에 그 생각을 불어넣는 상태가 됐다.

CNN, 뉴욕타임스 같은 세계로부터 신뢰받는 미디어를 통해 발신되고 있던 미국의 정보가 세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던 가운데, 러시아나 중국이 인터넷을 활용해 교란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실추되는 여론·정보·문화 주권을 지키려고 하기는커녕 포기하는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의 ‘소프트 파워’에 있어서의 세계 지배는 끝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중국, 미국이 흔들리는 사이 공세 강화

그는 또 “미국의 발밑이 흔들리는 가운데 세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을 틈타 중국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그중에서도 강화하고 있는 것이 트위터를 통한 발신이다. 스스로 코로나19를 억제했다고 장담하는 데서 시작해, 유럽에 의료 지원 등에 나서면서 감사를 받고 있다는 것을 거짓말을 섞어 전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의료진이 중국에 감사를 전하는 영상을 내보냈지만, 이것은 완전한 페이크 뉴스였다. 중국은 국내에서는 트위터를 사용을 차단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각국 대사관이나 홍보담당자는 해외에 발신하고 있다”고 이시자와 교수는 말한다.

중국이 적극적인 정보전략을 내세우는 것에 비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감염증을 가볍게 여겨 초동대처에 실패하면서 지금은 세계 1위의 사망자를 내고 있다. 만회하려고 스스로를 ‘전시의 대통령’이라고 했고, 매일 2시간 정도 브리핑을 열어 ‘미디어 잭’으로 일시적으로 지지율을 올렸다. 중국에는 코로나19를 ‘우한 바이러스’라고 칭해, 중국에 의심이나 불안감을 갖게 하는 일석은 던졌다. 하지만 “이러한 대처는 임시방편의 감이 강하고 정책을 가진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신뢰를 얻기에 약하다”라고 이시자와 교수는 지적한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머릿속은 올가을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로 가득하다. 트럼프 정권은 강고한 지지자에 의한 40% 정도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를 좌우하는 것은 이 지지자가 깎여 갈 것인가, 중산층을 시작으로 한 부동표를 획득할 수 있는가. 바이든이냐 트럼프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트럼프에 대한 신임투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의 트럼프에 의한 발신은 자신의 선거만을 위한 것으로 치부돼 세계의 신뢰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에 대해서도 “지난해 G20 때 시진핑과의 회담에서 트럼프는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해 달라고 요청했고, 중국은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이길지, 바이든이 이길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미국 정권이 계속 되풀이하든 쇄신을 하든 정보문화제국으로 복귀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미국이 좌우로 갈라져 더는 돌아갈 수 없다. 세계가 동경하는 특별한 나라가 아니라 군사력이나 경제력 같은 ‘하드 파워’를 가진 ‘힘이 있는 보통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