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러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조카딸 누르 빈 라덴이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팬이라고 말했다. 현재 스위스에 거주하는 그녀는 “나는 2015년 트럼프 대통령이 출마를 선언한 이후 줄곧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 왔다. 멀리서 지켜봐 왔지만 그의 결의에 감탄하고 있다”고 격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반이슬람 혐오연설을 확산시킨다는 비난을 받아 왔고, 2016년 선거전에서 이슬람교도들을 미국에서 추방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누르 빈 라덴은 트럼프 대통령 밑에서 미국이 ‘제2의 9.11’로부터 보호받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33세인 그녀는 언론 인터뷰에 처음 응하면서 “트럼프가 2기 집권하게 되면 9.11과 같은 테러공격을 미연에 방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바마·바이든 정권하에서 ISIL(이슬람국가)가 대두해 유럽으로 확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들이 공격할 기회를 얻기 전에 송두리째 격파함으로써 외국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지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포스트에 말했다.
그녀는 현재 스위스에 살고 있으며 악명 높은 알카에다 테러조직의 지도자이자 9.11의 주모자인 삼촌과는 늘 다른 철자로 이름을 써왔다고 말했다. 그녀는 미국에서 이슬람교도를 배제한다는 것이 선거공약의 하나였던 트럼프의 오랜 팬이었다고 한다(이 공약의 수정판은 2018년 미국 연방대법원에 의해 합법으로 여겨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보다 더 강력한 대테러 정책을 펼치겠다고 공약했지만, ISIL이 시리아에서 재집결할 수 있게 한 외교정책을 비판받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그는 재선돼야 한다. 그건 미국뿐 아니라 서구 문명 전체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인 것”이라 단언하며 “지난 19년간 유럽에서 일어난 테러공격을 보라. 그들은 완전히 우리를 뿌리부터 흔들었다. (과격한 이슬람교는) 우리 사회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며 그 이유를 들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는 좌파가 그 이데올로기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 우려스롭다”고 경고했다. 트위터에 그녀는 트럼프 지지하는 ‘큐아논(QAnon)’ 음모운동 해시태그를 이용해 트럼프 지지 구호가 적힌 옷을 입은 자신의 사진을 올리고 있다. 그녀는 또 친트럼프 성향의 선전과 BLM 운동에 대한 공격, 트럼프 대통령의 맹우인 FOX 뉴스 진행자 터커 칼슨의 비디오 클립 등도 리트윗하고 있다.
누르 빈 라덴은 오사마 빈라덴의 이복동생 예스람(Yeslam)과 스위스 작가 카르멘(Carmen Dufour)의 딸이며 카르멘은 2004년 빈 라덴 가문에서 지낸 시기에 대한 자서전을 집필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두 사람은 1988년 별거했으며 누르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아버지와는 거의 접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제네바대에서 경영학 학위를, 런던대에서 상법 학위를 받았으며 국제관계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누르의 여동생 와파 뒤포(Wafah Dufour)은 사회주의자이자 인디 록가수로 그녀의 밴드 ‘Deep Tan’은 2019년 유럽 투어를 다녀오기도 했다. 인터뷰에서 누르는 “서구에서 자랐다는 것은 자유주의적 가치관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사우디에서 자랐더라면 내 인생은 크게 달랐을 것”이라고 말하고 “나는 자유와 기본적인 인권에 대한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자랐다”고 덧붙였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