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진원지로 촉발된 호주 정부와의 갈등으로 중국은 지난해 11월 호주산 와인이 중국에서 너무 싸게 팔리는고 있다며 호주산 와인에 대한 관세 부과와 함께 반덤핑 조사를 발표했다. 그리고 당국은 최대 212%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 임시관세 부과가 언제 만료될 것인지, 영구화될 것인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무역 분쟁이 지속되는 한 관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와인 제조사인 재라드 화이트는 10년 동안 중국에서 사업을 운영했으나 최근 몇 달 만에 무너졌다. 맥라렌 밸리에서 화이트 와인을 주조해 중국에 팔았고 2020년 중반까지 그가 생산하는 자레사 에스테이트의 와인의 96% 이상인 연간 700만 병까지 중국 에 공급됐다. 그러나 11월 이후 한 병도 팔지 못했다.
중국의 와인 붐에 막대한 투자를 했던 수백 명의 호주 와인 생산업체들은 현재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호주는 세계 5위의 와인 수출국이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바로사 밸리나 뉴사우스웨일스주 헌터 밸리, 빅토리아주 야라 밸리 등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생산 단지다. 와인오스트레일리아에 따르면 와인 산업은 연간 350억 달러(약 450억 호주달러)를 자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11월 이전에는 중국이 호주 최대의 와인 시장이었다. 2019년에는 호주가 수출한 와인의 3분의 1 이상이 중국으로 넘어갔다. 와인오스트레일리아에 따르면, 중국은 호주 포도밭에서 8억 4000만 달러를 수입, 미국, 영국, 캐나다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와인을 팔았다.
타빌크 와이너리의 최고경영자(CEO)인 알리스터 퍼브릭은 호주는 수년 전부터 중국에서 와인 사업을 구축해 왔으며 2015년 양국이 호주산 와인 14% 관세를 철폐하면서 본격적으로 도약했다고 말한다. 2008년과 2018년 사이에 호주의 대중국 와인 수출액은 7300만 달러에서 10억 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 프랑스에 이어 중국시장 와인 판매 2위를 기록했다.
호주 와이너리는 중국의 관세 부과가 중국의 정치적 보복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호주 정부를 탓하지 않는다. 중국과의 협상에서 호주 정부는 최선을 다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도 강경하다. 무역 긴장을 정치적 분쟁 탓이라고 노골적으로 밝힌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양국의 무역 긴장에 대한 질문에 "국제관계를 지배하는 기본 규범을 위반했다"며 문제의 근본 원인을 호주 탓으로 돌렸다.
중국의 관세가 완화되더라도 이번 사건은 호주 와인 산업의 개편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호주 와이너리들이 중국을 비롯한 단일 시장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은 이제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호주는 브렉시트를 단행한 영국 등과 새로운 무역협정을 맺어 관세 인하를 추진하는 등 수출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시장에도 진출을 꾀하고 있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