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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산업 복권 1위·경마 3위 첫 역전…농식품부 '경마 키워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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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산업 복권 1위·경마 3위 첫 역전…농식품부 '경마 키워본들…'

지난해 총매출 복권 5조4천억·토토 4조9천억·경마 1조1천억대 '순위 대변동'
표면 이유는 코로나19 영향...속내는 소관부처별 다른 규제·기금운영 차이
경마업계 "농식품부, 파워게임 밀려 온라인 발매· 경마육성 의지 실종"

지난해 국내 사행산업 점유율 1~3위의 순위가 사상 처음으로 역전됐다.

로또를 포함한 복권이 41.9%를 차지해 사상 처음으로 점유율 1위로 올라섰고, 스포츠토토(체육진흥투표권)가 37.8%로 뒤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반면에 부동의 1위 자리를 누리던 경마는 점유율 8.4%로 '몰락'하며 3위로 내려앉았다.
표면상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로또·토토는 별 타격을 받지 않았지만 경마는 경마장이 폐쇄되고 말산업계가 회생 방안으로 줄기차게 요구해 온 '온라인 마권 발매'가 계속 허용되지 않으면서 매출이 80% 이상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순위변동 배경의 속살을 헤쳐 보면 각 사행산업별로 조성되는 기금 운용상의 차이와 이를 관리하는 각 주무부처의 태도 차이 때문에 사행업종간 부침이 발생한데 따른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업종별 형평성 문제가 국내 사행산업의 주요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지난해 복권 매출 점유율 사상 첫 1위...경마 3위 추락


지난해 국내 7대 사행산업의 매출실적을 보면, 로또를 포함한 복권은 총매출 5조 4152억 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위 자리를 꿰찼다. 스포츠토토는 총매출 4조 8928억 원을 기록하며 2위로 올라섰다.

코로나19 이전까지 매출 7조 원대를 기록하던 사행산업의 절대강자 경마는 지난해 1조 890억 원에 그치며 3위로 주저앉았다.

순위 변동의 주원인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마 매출의 85% 급감이었다. 강원랜드가 운영하는 내국인 카지노 역시 코로나 여파로 지난해 매출 4786억 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68% 감소하며 점유율 4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사행산업의 판도 변화를 코로나19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국내 사행산업이 이미 10년 전부터 현재의 방향으로 변화해 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사행산업계에 따르면, 가장 오래된 사행산업이자 전체 사행산업 매출의 70%대까지 차지했던 경마는 지난 10여년에 걸쳐 꾸준하게 축소돼 온 반면, 로또와 토토는 급성장했다.

사행산업 총괄규제기관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출범한 2008년 기준 경마 매출은 7조 4219억 원이었다가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7조 3572억 원으로 감소했다. 점유율은 40%에서 32%로 줄었다.

반면, 2001년 시작된 토토는 2008년 매출 1조 5962억 원에서 2019년 5조 1099억 원으로 3배 이상 성장했고, 점유율도 10%에서 23%로 증가했다.

2003년 시작된 로또를 포함한 복권도 2008년 2조 3940억 원(15%)에서 2019년 4조 7933억 원(21%)로 2배 성장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경마는 조금씩 축소된 반면, 토토·로또는 급성장해 온 셈이다.

이는 로또·토토의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불충분하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전국 경마장 방문객 연인원 수는 프로야구 관람객 연인원 수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종 사건사고로 경마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있다고 하지만 야구·축구·농구·배구에서도 승부조작·도박·성폭력·폭행 등의 사건사고는 심심찮게 발생한다.

결국, 사행산업 간 판도변화의 주된 원인은 각 업종간 규제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로또와 토토는 영업장 수 제한이 없고, 온라인 발매도 가능하다. 전국 수천 개 판매소(복권방)는 물론 편의점에서도 구매 가능하다.

반면에 경마는 전국 3개 경마장과 30개 장외발매소에서만 발매가 가능하고 입장객 수 제한도 있으며 온라인 발매도 금지돼 있다.

같은 사행산업이면서 업종간 규제가 다른 이유는, 전체 사행산업을 총괄적으로 규제하는 사감위의 규제정책이 로또·토토보다 경마를 규제하는데 쏠려있고, 이것이 각 사행산업을 관장하는 소관부처의 서로 다른 규제정책과 맞물려 적용된 결과라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기재부 '복권'-농식품부 '경마' 규제 서로 달라...매출 변화에 직접 영향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 관람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마 중단으로 텅 비어 있는 모습. 사진=김철훈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 관람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마 중단으로 텅 비어 있는 모습. 사진=김철훈 기자

사감위는 매년 7개 업종별 매출총량(매출상한)을 각각 설정하는데, 이는 전년도 매출액을 기반으로 하되, '도박중독 유병률'이 낮거나 시행기관의 '건전화 노력'이 우수하면 늘려주는 방식으로 각 업종별 매출총량을 가감한다.

사감위는 최근 수년간 토토·복권의 도박중독 유병률(10~20%대)이 카지노·경마의 도박중독 유병률(40~50%대)보다 낮다고 발표해 왔고, 실제로 토토·복권의 매출총량을 꾸준히 늘려 왔다.

이에 대해 경마업계 관계자는 "동네마다 있는 복권방을 방문하는 토토·로또 이용자와 하루를 작정하고 경마장(장외발매소)을 가는 경마 이용자는 성격이 다른데 이를 같은 기준으로 조사하고 집계해 유병률을 계산하는 것은 조사기법상의 오류"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특정 사행산업 업종이 다른 사행산업 업종보다 도박중독·청소년접근 위험이 더 큰 것이 아니다"며 "사감위의 도박중독 유병률로 인해 경마 매출총량은 꾸준히 줄고 토토·로또 매출총량은 급증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사감위 관계자는 "업종별 영업장 수의 차이에 관계없이 같은 기준으로 조사하는 것은 맞지만, 로또·토토의 경우 일반인 고객이 많은 편의점보다 전문 판매소(복권방) 위주로 조사하는 등 공정한 조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업종별 매출총량(상한)을 정하는 것은 사감위이지만, 실제 각 업종별 매출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각종 인허가권을 가진 소관부처의 규제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로또·토토·경마를 관장하는 각 소관부처들의 태도는 서로 크게 다른 모습이다.

로또(복권)을 관장하는 기획재정부는 2014년 온라인 로또 발매 법안을 발의해 1년여 만에 국회 통과를 관철시켰고, 동시에 유공자·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오프라인 판매점도 확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건전화를 전제로 하면서 복권산업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각 소관부처는 각자 자신의 소관사업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며 "어느 업종의 총량을 늘리고 어느 업종의 총량을 줄이는 것은 사감위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스포츠토토를 관장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토토 활성화에 적극적이다. 지난달에는 경륜·경정 온라인 발매 국회 통과에도 한 몫 했다.

반면, 경마를 관장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경마산업을 대하는 태도는 매우 소극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 의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토토·로또도 편의점에서 청소년이 구매하는 등 부작용이 많은데 어떻게 이걸 보고도 온라인 경마를 선뜻 추진하겠는가"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경마업계 관계자는 "농식품부는 '로또·토토는 사행성 우려가 없어서 온라인 발매를 허용했냐'고 항의해도 모자랄 판에, 토토·로또의 부작용을 들며 경마 온라인 발매를 막고 있으니 과연 주무부처가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개탄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기재부·문체부의 태도와 농식품부의 태도가 다른 이유를 각 부처가 운영하는 기금의 특성에서 찾기도 한다.

◇ 업종별 기금 운용의 차이가 소관부처 규제 태도 차이 가져와

2021년 1월 서울 시내의 한 복권판매점에서 시민들이 로또 등 복권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2021년 1월 서울 시내의 한 복권판매점에서 시민들이 로또 등 복권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기재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복권위원회는 로또(복권) 판매수익금으로 조성되는 '복권기금'을 운용한다.

복권 판매액에서 당첨금과 운영경비를 제외한 '복권수익금'은 일체의 세금없이 전액 복권기금으로 들어간다.

이 복권기금은 각 지자체와 사회단체 등 10개 법정배분사업과 서민주거안정·취약계층지원·문화예술지원 등 다양한 공익지원사업에 폭넓게 사용된다.

수혜기관만 지자체·공공기관·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 등 수십 곳이 넘는다. 지난해 기준 17개 지자체에 2260억 원이 분배됐고, 심지어 국토교통부에도 5500억 원, 여성가족부에 5240억 원, 금융위원회에 1230억 원, 법무부에도 31억 원이 배분됐다.

거의 모든 지자체와 정부부처가 복권사업이 활성화될수록 받는 혜택이 커지는 셈이다.

이러한 복권기금 배분과 지원은 법정 보조금이 아니기 때문에 수혜기관이 다른 법정 보조금을 받는데 이중수급금지 등의 제약도 없다. 더욱이 기재부는 남는 복권기금 여유자금을 국·공채 매입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남는 여유자금이라고 해서 아무 곳에나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복권및복권기금법에 따라 다양한 공익사업을 위해 사용하기 위한 여유자금"이라고 설명했다.

복권기금의 수혜기관이 많은 이유는 2000년대 중반 주택·체육·기술·관광 등 난립하던 복권들이 로또를 중심으로 통폐합되면서, 기존 각 복권 운영주체에게 복권판매 수익금을 나눠줘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결국, 많은 기관이 복권산업이 커질수록 받는 수혜가 커지며, 기재부로서는 로또(복권) 운영을 통해 '먹여야 할 식구(食口)'가 많은 동시에, 복권기금 운영에 재량권도 많아 복권기금을 키울 '동기'가 확실한 셈이다.

스포츠토토 판매수익 역시 세금 없이 전액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들어가 엘리트체육은 물론 국민생활체육, 국제스포츠대회 지원 등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반면에 경마의 경우, 마사회는 전체 경마 매출액의 16%를 레저세·지방교육세·농어촌특별세로 납부하고, 4%에 불과한 이익금 중 70%를 축산발전기금으로 납입한다.

축산발전기금은 마사회의 납입금이 30%를 차지할 뿐, 정부 출연금과 축산물 수입이익금, 자체 수익금 등이 나머지 70%를 차지한다. 축산발전기금은 온전히 축산업 분야의 지원에 쓰인다.

즉, 농식품부로서는 마사회 납입금이 아니더라도 축산발전기금을 상당수준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마 매출의 상당부분을 재량권을 발휘할 수 없는 세금으로 납부하기 때문에 경마산업을 키울 '동기'가 상대적으로 약한 셈이다.

경마업계 관계자는 "농식품부로서는 농식품부 예산편성권을 쥔 기재부와 복권기금으로부터 매년 수천억 원을 분배받는 정부부처·지자체에 맞서 경마 점유율을 키우기에 힘이 부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5% 수준으로 정해져 있는 전체 사행산업 매출총량 중에서 자신에게 할당되는 총량을 늘리기 위한 주무부처간 '제로섬(zero-sum) 파워게임'에서 농식품부가 기재부·문체부에 밀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만일 농식품부 스스로 경마산업을 키울 의지가 없는 것이라면 이는 주무부처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