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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주택공급지 "개발 반대 vs. 차질없이 진행"...주민-정부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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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주택공급지 "개발 반대 vs. 차질없이 진행"...주민-정부 힘겨루기

“태릉CC 개발 백지화” 노원구민들 구청장 주민소환 절차 진행
용산구민들도 정비창 개발 반대 서명운동…“국제업무지구로 개발”
전문가 “지자체·주민 논의 없이 정책 강행”…공급계획 ‘휘청’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 전경. 사진=김하수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 전경. 사진=김하수 기자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목표로 정부가 내놓은 주택공급 정책들이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좀처럼 갈피를 못 잡는 분위기다.

과천정부청사 부지에 아파트 4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계획이 취소된 데 이어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 개발과 용산정비창 부지개발 계획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강해지면서 주택 공급확대가 연쇄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는 이달 초 당정협의를 열고 과천 정부청사 유휴 부지에 임대아파트 등 4000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8·4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과천정부청사 부지를 포함한 서울 등 수도권 도심 신규택지 24곳을 발굴했다. 그러나, 과천 일대 주민들은 “과천청사 땅은 주민 휴식공간”이라고 주장하며 “청사 부지는 모든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정부 계획에 정면 반발했다. 민주당 소속 김종천 과천시장도 주민 편에서 서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결국, 국토부는 이달 초 과천청사 부지는 그대로 두고 인근 과천지구에 자족용지 등 일부를 주택용지로 변경해 3000가구를 짓고, 다른 지역에 1300가구를 추가해 기존 계획(4000가구)보다 많은 43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수정 계획을 발표했다.

문제는 공공주택 공급을 두고 갈등을 빚는 사례가 과천에 국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청사 개발계획이 백지화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서울 노원구 주민들은 태릉골프장 개발 계획을 전면 백지화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태릉CC 부지는 지난해 8·4 대책에 포함된 신규택지다. 당시 정부는 태릉CC 부지를 개발해 공공 분양·공공임대주택 1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계획 발표 이후 그린벨트 훼손과 극심한 교통난을 우려한 노원구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개발 계획 ‘전면 철회’를 요구하는 노원구 주민들은 최근 구청장 주민소환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구청장이 정부의 개발계획에 전면 반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노원구 주민들로 구성된 '초록태릉을지키는시민들' 관계자는 “안 그래도 교통난이 심각하고 기반시설이 부족한 노원구 일대에 아파트 1만 가구를 더 지으면 이 일대는 교통지옥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태릉CC를 콘크리트로 채울 바엔 녹지 공원으로 개조해 노원 구민들이 이용하도록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이 역시 지역 여론에 떠밀린 정부는 상반기까지 예정돼 있던 지구지정 일정도 마무리하지 못한 채 현재 연말로 미뤄둔 상태다.

용산에선 용산비상대책위원회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 계획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용산정비창 개발 사업시행자인 코레일과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지난 10일 용산정비창 개발사업을 위한 조사설계 용역에 착수했다. 조사설계 용역은 도시개발사업 인허가 업무를 위한 필수절차로, 주택공급을 위한 행정절차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는 의미다.

용산정비창 부지는 서울시가 원래 2006년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연계해 사업비 31조 원을 투입해 용산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한다는 계획이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불똥을 맞아 결국 좌초됐다.

현재 용산구 주민들은 원안대로 용산정비창 일대를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용산비대위 관계자는 “정부가 용산구민들의 의견수렴 없이 용산정비창 부지 일대에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지으려하고 있다”고 주장한 뒤 “용산 정비창을 주택공급 용도가 아닌 한국형 실리콘밸리처럼 온전한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도심 유휴부지 주택 공급을 둘러싼 지역주민 반발 움직임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자체와 주민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숫자 맞추기’식 정책을 우선한 결과라고 말했다. 정부가 뒤늦게 정책을 선회해 설익은 공급 대책을 쏟아냈다는 지적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공급확대 정책 발표 이전에 지자체와의 협의 과정을 생략하고 시간에 쫓겨 대책을 내놓다보니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이라며 “향후 사업추진 과정에서도 지자체나 주민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주택공급사업이 제자리걸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면에 정부는 신규택지 일대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약속했던 주택공급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향후 신규택지사업이 흔들림 없이 착실히 추진되도록 모든 정책 역량을 투입해 나가겠다”면서 “8·4대책 시 발표한 신규택지사업 전반(24곳 3만 3000가구)의 진행 상황을 종합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