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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지배구조 분석] ① 지배구조 개편은 오너가 지분 확대 기회? 소액주주는 무관심으로 제몫 못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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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지배구조 분석] ① 지배구조 개편은 오너가 지분 확대 기회? 소액주주는 무관심으로 제몫 못찾아

국내 그룹들의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되면서 재계가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야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물러나고 정의선 회장이 경영일선 전면에 나섰습니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의 지배 하에 있던 5개 계열사들이 분할되면서 구본준 회장을 오너가로 하는 LX그룹이 출범됐습니다. SK그룹, 롯데그룹, 한진그룹, 한화그룹, 효성그룹, 대림그룹 등 주요 그룹의 지배구조도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이코노믹 지배구조연구소는 주요 그룹들의 지배구조 개편을 집중적으로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

◇ 지주회사 통해 그룹 계열사에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오너가

한국에서는 매년 연말연시가 되면 정례행사로 그룹 사장단 인사가 발표됩니다. 올해에도 그룹 계열사의 사장단과 고위급 임원이 나왔고 오는 연말에도 이같은 인사 행태는 계속될 것입니다.

국내 상법에서는 대표이사(사장)를 이사회의 결의로 선임토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회사 정관에서 주주총회를 열 때 대표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규정을 뒀으면 주주총회 결의로도 대표이사를 선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주주총회나 이사회가 열리기 전에 그룹 오너들이 계열사 사장과 임원들을 내정해 발표한 후 주주총회와 이사회가 열리면 형식적으로 통과되는 관례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간혹 국민연금공단이나 소액주주 모임의 반대로 등기임원인 이사와 사외이사가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있지만 극히 예외적입니다.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은 지주회사의 최대주주로 그룹 계열사 인사에 대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모습입니다.

회사의 이사회나 소액주주들이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오너가에 맞서 지배구조를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룹의 지배구조가 바꿔질 때에는 오너가에 유리하게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회사 이사회에서 오너가에 불리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상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소액주주들은 지배구조에 무심한 탓에 제 몫을 찾지 못하고 오너가의 지분이 늘어가는 것을 지켜만 볼 때가 많습니다.

◇ 오너가의 지분을 늘리기 위해 등장하는 다양한 방법들


그룹 창업주가 2세, 3세, 4세로 주식을 넘겨주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상속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속에는 세금이 어마어마하게 붙기 때문에 세금을 줄이면서도 지분을 늘릴 수 있는 갖가지 방법들이 동원되기도 합니다.

통상 주요 그룹들의 오너가의 지분 변화를 시도할 때에는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일감몰아주기 등의 방법이 가장 많이 동원됩니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첫 단추는 에버랜드 BW 발행이라 할 수 있고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하림그룹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일감몰아주기 방법을 동원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고 현대자동차그룹과 하이트진로는 일감몰아주기로 오너가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24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삼성전자 등 4개사와 삼성웰스토리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2349억원을 부과한 배경은 이들이 사내급식 물량을 삼성물산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웰스토리에 수의계약으로 몰아줬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M&A(인수합병)나 기업분할도 오너가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LG화학은 지난해 12월 1일 회사를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시켰습니다. 만도는 지난 6월 9일 이사회를 열어 ADAS(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신설법인 만도모빌리티솔루션즈를 설립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물적분할은 신설법인의 지분 100%가 실질적으로 지주회사의 몫이 되면서 오너가에게 유리하고 소액주주에게는 불리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반면 인적분할은 최대주주와 소액주주 모두에게 지분별로 공평하게 분배됩니다.

SK이노베이션은 1일 스토리데이에서 김준 사장이 “배터리 사업 성장을 위해 상당히 많은 자원이 들어가는데 재원 조달 방안의 하나로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며 “물적 분할 방식이 될지, 인적 분할이 될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SK이노베이션이 사업 분할 의사를 표명하자 LG화학처럼 물적분할로 인해 주가가 급락한 전례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면서 주가가 8.8% 폭락했습니다.

그룹 계열사의 사업 분할은 지배구조 뿐만 아니라 주주들의 이해 득실과도 직간접적으로 얽혀져 있는 형국입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계열사간 합병을 추진하려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은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셀트리온 3형제가 합병되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면서도 오너가는 비상장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홀딩스를 통해 경영권을 장악하면서 오너가 명의의 상장주식 지분 평가액이 하락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셀트리온그룹을 비롯해 비상장 지주회사를 통해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는 재계의 움직임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자료=경제개혁연구소이미지 확대보기
자료=경제개혁연구소

◇ 오너가의 무리수가 빚은 사례들


기업 오너가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무리한 시도와 오너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없는 이사회 등으로 인해 그룹 총수와 친인척에게 법정에서 유죄가 선고되기도 합니다. 그룹 총수의 위기는 곧바로 오너 리스크를 가져와 기업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경제개혁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11년 1월부터 2021년 5월까지 배임·혐의 등로 혐으로 기소되어 재판이 종결된 11건에서 유죄가 확정된 총수일가 18명은 모두 징역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막강한 가운데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에서는 총수 일가를 전횡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해 빚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중에는 오너가의 지배 구조 강화 시도와 오너가의 절대적인 권력의 남용이 법의 판단을 받게 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11건의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된 총수일가의 사례는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롯데그룹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 신동빈 회장,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CJ그룹 이재현 회장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과 이성한 전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 등이 거론됩니다.

또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과 조석래 전 회장 △한국타이어그룹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대표와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과 故 이선애 창업주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 등에게 유죄가 선고된 바 있습니다.

오너가에 빚어지는 배임·혐의 등의 오너 리스크는 지배구조와도 관련이 있는 만큼 오너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바라보는 3가지 가정


그룹의 지배구조를 분석할 때에는 지배구조 개편으로 누가 가장 수혜를 볼 것인가를 고려해야 합니다.

기업의 지배구조는 통상 이사회에서 의결하지만 지배구조 개편시 이사회에서 오너가의 지분을 줄이는 정책을 펼 확률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습니다.

오너가에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후보를 사실상 결정하는 현실에서 이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가 오너가의 반발을 가져올 지배구조 변화를 의결하기란 어려울 것입니다.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를 들여다 볼 때 꼽을 수 있는 3가지 가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기업 지배구조 개편은 대부분 오너가에게 유리하도록 시나리오가 짜여진다는 점입니다.

현재와 같이 재벌 총수가 인사권 등 전권을 행사하는 지배구조 하에서는 이사회를 비롯해 의사결정기구에서 회장에게 불리한 지배구조개편을 추진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 오너가는 2대, 3대, 4대로 계속해서 부(富)의 대물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입니다.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은 자녀에게 부의 대물림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대부분의 그룹들은 자녀에게 유리한 지분구조를 만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많은 오너들은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해 자녀에게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재산의 대부분은 가족들에게 상속됩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 등 거대한 부를 쌓았지만 재산을 가족에게 상속하기보다는 재단 등에 기부하면서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셋째, 오너가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강화되면 소액주주들에게는 별 이득이 되지 않습니다. 소액주주들에게는 오너가 가족들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때 주가가 큰 폭 오르고 투자수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동안의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보면 삼성그룹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때 합병비율 논란으로 곤혹을 치렀고 LG그룹은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로 오너가에 유리한 분할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습니다.

오너가의 지배구조가 가장 공고한 지주회사의 경우 주가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치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른바 지주회사 디스카운트 현상입니다.

한진그룹의 경우 오너가와 강성부 펀드(KCGI) 간 경영권 분쟁이 치열할 때에는 주가가 급상승했으나 산업은행이 지주회사인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해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보장해주자 주가가 급락한 바 있습니다.

그룹의 지배구조 변화는 소액투자자의 이익과도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경우 소액주주들의 권익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대성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kimd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