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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한류 외면, '사드' 아닌 '매력도' 저하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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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한류 외면, '사드' 아닌 '매력도' 저하 탓

송혜교-송승헌 주연의 '가을동화'.이미지 확대보기
송혜교-송승헌 주연의 '가을동화'.
2000년 베이징 시내 한복판에서 좌석수가 가장 많은 행사장에 거의 10만 명의 열광적인 팬들이 모였다. 관객과 미디어를 뒤흔든 것은 한국의 HOT였다.

그해 1000km 떨어진 서울에서는‘가을동화’가 54.4% 시청률로 1위에 올랐다.
송혜교와 송승헌은 진정한 아시아의 배우로 등극했다. 두 연예인은 중국을 가로 질러 가장 인기 있는 스타가 되었다. 이후 한국의 각종 드라마, 영화, 자동차, 화장품 등이 중국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중국을 뒤흔든 한류


2002년 한중 수교 10주년을 맞이해 중국 본토는 67편의 한국 영화 드라마를 방영했다. 그 해 성수기에는 전국 21개 TV 채널에서 한국의 드라마가 상영되었다.

2000년 HOT가 한류의 시작이라면 2002년 한국 드라마가 한류를 중국 전역으로 퍼트리는 상징이었다.

1997년 금융위기가 한국을 강타한 후 9개 은행과 3개 기업이 문을 닫았고, 1998년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금융위기 완화를 위해 첨단기술과 문화산업 발전을 국가발전의 견인차로 삼아 국가적 힘으로 문화를 발전시킨다고 제안해 한류가 상품이 되고 한국은 남녀 연예인을 문화의 상징으로 이들을 세계에 수출했다.

그것은 매우 유용했다.

2002년 한국의 문화산업 매출은 18조 원으로 그해 GDP의 2.89%를 차지했고, 문화제품의 해외 수출액은 5억 달러로 세계 시장 점유율의 약 1.5%를 차지했다.

문화적 침투는 단순히 한국 드라마에 국한되지 않았다.

한류 외에도 한국 제품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고, LG, 삼성, 아모레퍼시픽, 현대 등 한국 브랜드들이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국은 인기 관광지가 되고 있다. 제주도는 중국인에게 비자 면제를 했고, 중국 관광객은 한국 관광산업의 주요 수입원으로 부상했다. 성수기에는 연간 방문객의 절반이 중국인 관광객이며 면세점 매출의 70%가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전자·화학 분야에서는 LG디스플레이, LG화학, 한화케미칼, 포스코대우, 삼성전기 등의 주요 매출 가운데 중국이 1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중국이 한류에 열광했던 이유


한류가 중국에서 유행하는 것은 아시아 문화권에서 한중 문화가 비슷하고 역사적 기원이 연결되어 있으며 자연스럽게 친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정부의 홍보 능력도 탁월했다. 문화 제품 수입에는 할당량이 있지만, 한국 영화와 TV 드라마는 매년 지표를 늘렸다. 이런 흐름에 편승해 중국 자본은 상당수의 한국 엔터테인먼트에 투자했다.

이런 가운데 양국의 정상간에도 신뢰가 있었다.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2015년 군사 퍼레이드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푸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위치에 섰다.

가족극, 사극, 한국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 배우, 가수, 아이돌 그룹까지 한류가 많은 중국인 일상의 일부가 됐다.

한국 관리들은 한국 문화산업 발전에 중국이 큰 역할을 해 왔음에 매우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2016년에는‘태양의 후예’가 폭발했다. 송슨헌에 이어 송승기가 인기를 모았다. 한국 드라마의 주인공은 중국에서는 보물처럼 인식되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의 마지막 히트작이 되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에서의 한류 붐과 함께 불티나게 팔렸으나 지금은 중국 시장에서 철수를 검토할 정도로 침체해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에서의 한류 붐과 함께 불티나게 팔렸으나 지금은 중국 시장에서 철수를 검토할 정도로 침체해 있다.


◇한한령 기점으로 한류 힘 잃어


2016년 한한령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던 한류는 중국에서 열기를 잃었다.

2016년 사드가 이슈가 되자 롯데에서 진출한 슈퍼마켓, 백화점 등이 중국 전역에서 궤멸되었다. 중국인들은 한국 상품을 배척했다. 한국의 LG폰은 생산·판매를 본격 중단하고 휴대전화 시장에서 철수했다.

한류의 상징으로 간주되던 한국의 스마트폰이 사라지고 있다.

LG를 대체하는 것은 삼성이다. 대형 스크린은 20% 이상 시장 점유율로 가장 높다. 시장은 2016년까지 폭발적인 성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한한령 이후 2018년까지 중국에서 1%미만의 시장 점유율을 보인 후 천진, 후이저우 및 기타 장소에서 삼성 공장이 문을 닫았다.

한국화장품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드라마의 부상으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 대표적 화장품 브랜드들이 현재는 중국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손실, 폐점이 연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화장품의 황금기는 끝났다.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자동차는 2016년부터 전체 판매 감소 흐름에 진입, 2021년 초에 시장 점유율은 2.5%에 불과했다. 올해 초, 베이징 차오양 지구 현대 자동차 매장은 테슬라에 전시장 대부분을 임대했다. 매장의 한 구석에 3대의 현대차량만 놓여 있다. 관심에서 멀어졌다.

◇한류의 급냉은 사드 때문이었지만 이제는 사드만이 아니다


사드 때문에 시작했지만 사드만을 이유로 봐서는 안 된다. 주된 이유는 매력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한국 브랜드의 인기, 시장 수요를 성장시켰던 이유는 제품뿐만 아니라, 한국 드라마, 한국 스타의 보증과 같은 한국 제품에 대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더 나은 제품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 상품들의 품질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문화적 상징만으로 상품시장을 장악하는 데 힘이 부치기 시작했다. 가격 대비 품질이 수준 이하였다.

예를 들어, 삼성 갤럭시는 분명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배터리 폭발, 가격 대비 성능 개선 저조 등이 소비자들의 불평으로 이어졌다.

또한 한국 화장품도 가짜 화장품을 중국인에게 판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힘을 잃었다. 중국인에게 저질 화장품을 판다는 이미지가 쌓였다.

한국 여행도 이제 안정적이지 않다. 한국 전역에서 중국인들을 저급하게 취급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한국인들이 중국 관광객들을 돈 많은 바보로 인식한다는 비난이 한국 관광에 대한 거부감을 자극하고 있다.

민간에서는 한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체감도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일부 중국인이 한한령에 대한 여론 조작에 나서면서 중국인들의 혐한정서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드라마에 중국 브랜드가 사라지고 있으며, 일부 한국 드라마는 중국을 은밀하게 경시하고 있다. 문화적 교류를 강조하고 다양성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던 한국인들이 심지어 단오, 김치 등 근원을 두고 중국과 다투고 있다.

◇한중관계 개선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


중국의 국력이 미국을 바짝 따라붙으면서 그간 선진국으로 중국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한국이 경쟁상대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 속에 일부 인사들이 불필요한 역사논란, 선민의식, 민족주의 등을 확산하면서 중국과 한국의 관계가 역대 최고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최근 역사갈등 등으로 한국이 일본과 겪는 문화적 갈등이 또 다른 형태로 중국과 한국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양국 모두가 노력하지 않으면 갈등의 양산은 더 큰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