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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 협력업체와 승강기 설치 놓고 갈등 '빈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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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 협력업체와 승강기 설치 놓고 갈등 '빈축'

TK·미쓰비시 등 협력업체, 도급비 인상 요구
최근 도급비 최대 20% 감소 ... 협력업체 직원 목숨 끊기도
협상 길어질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

송승봉 현대엘리베이터 대표. 사진=현대엘리베이터
송승봉 현대엘리베이터 대표. 사진=현대엘리베이터
국내 승강기 제조업체 현대엘리베이터(대표 송승봉)와 협력업체가 승강기 설치 도급비 인상 여부를 두고 지루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9월 도급비 협상에 나선 현대엘리베이터와 협력업체는 도급비 인상 여부를 놓고 합의에 실패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협력업체 의견을 수용하면서 갈등이 봉합되는 듯 했지만 인상률 조정에 서로 이견을 드러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상률 10% 내외로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현재는 현대엘리베이터 6% 인상, 협력업체 15% 인상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승강기 협력업체도 엘리베이터업계와 협상에 나서는 모습이다.

TK엘리베이터설치공사 협의회는 지난 9일 TK엘리베이터 측에 설치도급비 인상을 요구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미쓰비시엘리베이터설치공사 협의회도 오는 24일 미쓰비시 측에 설치도급비 인상 요구안을 전달할 계획이다. 정확한 인상률은 알려지지 않았다.

현대와 TK 그리고 미쓰비시 등 대형 엘리베이터 업체는 승강기 설치물량 대부분을 설치도급 협력사에 맡기고 설치공사업체들은 매년 기업과 설치도급비 협상을 한다.

◇승강기 협력업체, 잇따른 설치도급비 인상 외치는 이유는?


승강기 협력업체가 설치도급비 인상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이유는 2019년부터 승강기 1대를 설치하는데 들어가는 법정 노동시간이 4.3% 줄어 도급비가 최대 20%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들 협력업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매출 감소로 도급비 인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현행 도급비 기준으로 설치 인력들이 가져가는 급여는 월평균 300만원 정도”라며 “설치 인력 부족으로 야간과 주말 작업에 나서는 것 치고는 대가가 너무 적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에는 현대엘리베이터 2차 협력업체 ‘승강기 설치소’에서 일해온 40대 직원이 생계를 비관해 목숨을 끊는 일도 일어났다.

승강기 설치는 본청에서 일거리를 1차 협력업체에 주면 1차 협력업체가 이를 2차 협력업체 '설치소'에 재하도급 하는 구조다. 1차 협력업체가 도급비를 적게 받으면 2차 협력업체는 돈을 더 적게 받을 수 밖에 없다.

◇도급비 협상 길어질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


승강기 설치업계는 엘리베이터업계와 협력업체 간 도급비 협상 난항이 계속되면 숙련공 등 인력 유출이 심해질 것이라 본다.

업계 관계자는 “도급비가 동결되거나 삭감되면 임금하락으로 이어져 숙련공 이탈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자를 채우기 위해 비전문가를 고용하면 설치 노동자의 사고 위험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와 함께 회사가 승강기 설치 공사를 비숙련공으로 무리하게 강행하면 품질 저하와 안전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승강기 안전 문제와 직결돼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다.

임오순 한국설치공사협회장은 “설치 노동자 안전 문제와 함께 소비자 불편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업들이 상생 협력 의지를 보여줄 때”라고 밝혔다.


류으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frindb@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