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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지는 와인시장...전통 수입사 텃밭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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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지는 와인시장...전통 수입사 텃밭 흔들린다

유통 빅3 경쟁에 경쟁력 약화 우려

서울 소재 마트 내 와인 매장에서 소비자가 와인을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소재 마트 내 와인 매장에서 소비자가 와인을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급성장하는 와인시장에 유통공룡 현대백화점그룹까지 가세하면서 전통 수입사들이 좌불안석이다. 오랜기간 터를 닦아왔으나 막대한 자금력과 유통망을 갖춘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단 우려에서다. 와인시장이 연 2조원 규모로 커지면서 '황금기'를 맞았지만, 전통 와인 수입사들은 자칫 대기업 공세로 시장에서 잠식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1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까지 국내 와인 시장을 주도하던 곳들은 금양, 아영, 나라셀라 등 연매출 500억원 안팎의 전문 유통사들이었다. 그러나 2008년 설립된 신세계그룹 신세계L&B가 와인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면서 2017년 1위로 올라섰고 이후 급속도로 덩치를 키웠다.

최근 1~2년 사이 코로나19가 번지면서 와인이 '제2 전성기'를 맞자 전통 와인수입사들의 실적도 덩달아 상승했다. 그러나 대기업 성장폭과 비교하면 이들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실제 신세계L&B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199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7% 성장했다. 지난 2018년 매출이 936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년새 1000억원 이상 매출을 끌어올린 것이다.

반면, 과거 독보적 1위에서 2위로 내려앉은 와인 수입사 금양인터내셔날의 지난해 매출은 1345억원으로 2018년 655억원에서 700억원 가량, 같은 기간 아영FBC는 500억원 수준을 벌어 들였을 뿐이었다. 이외 나라셀라, 레뱅드매일, 신동와인 역시 지난 3년간 각각 약 490억원, 270억원, 180억원의 매출 증가폭을 보였다.

국내에서 와인이 대중화되면서 관련 기업들 모두 매출이 2배 이상 늘었지만, 규모만 놓고 보면 전통 수입업체와 유통대기업간 규모의 경쟁은 '다윗 대 골리앗의 전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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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출 2배이상 증가해도 와인 전쟁에선 '다윗과 골리앗 싸움'

특히 유통 그룹사들이 보유한 편의점, 마트 등의 다양한 판매 채널은 영향력이 막강하다. 신세계L&B의 경우 지난 2020년 내부거래액 규모는 58.5%에 달했다. 10병 중의 6병이 자체 판매 채널에서 팔렸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그룹사가 자체적으로 지닌 판매 채널이 기업의 성장을 도모했다고 평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현대백화점까지 와인사업을 본격화했다. 지난 3월 설립한 와인 수입·유통사 비노에이치가 최근 프랑스 부르고뉴와 이탈리아 토스카나 등 유럽 와이너리 10여곳과 와인 100종의 수입계약을 무더기로 체결하면서 3대 유통공룡인 롯데과 신세계, 현대백화점 모두 이 시장에 발을 내딛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소 와인 수입유통사들 사이에서는 와이너리 자체를 인수할 만큼의 자본력을 지닌 대기업들에게 그간 거래하던 브랜드마저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었다.

일례로 신세계는 최근 신세계프라퍼티를 통해 미국 와이너리 셰이퍼 빈야드를 인수했는데, 이곳은 나라셀라의 단독 공급업체였다. 나라셀라는 셰이퍼 와인을 국내에 유통하고 있었기에 향후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주류 사업 다각화를 위해 프랑스 등 해외 와이너리 인수 대상을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와이너리 인수로 직접 와인 제조에 나서면서 경쟁력 강화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기존 와인 수입사들에도 강점은 있다. 해외 와이너리들과 30여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계약을 유지하는 끈끈함이다. 전통 와인 수입사 한 관계자는 "와인은 위스키, 소주 등과 달리 시간을 들여 제조한 농산품으로 취급된다"며 "이에 와이너리는 신뢰를 기반으로 거래를 진행해 파트너사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의 진출은 시장 규모를 확대하는 기회보단 위기로 보는 업계 시각이 우세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와인 수입사들은 오랜 세월 수입 와인 브랜드와 거래를 잘 유지해왔지만 대기업에서 와이너리를 인수할 경우 브랜드가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안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hj043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