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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유럽 '100년 장수기업' 생존비법, ESG·세계무대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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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유럽 '100년 장수기업' 생존비법, ESG·세계무대 경영

유럽의 대표적인 장수기업 네슬레.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의 대표적인 장수기업 네슬레.
시대 요구와 선호가 눈부시게 변화하는 가운데, 유럽의 장수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세우고, 변하면서 장수할 수 있었을까?

많은 창업자들은 장수 기업을 꿈꾸지만 전 세계 기업 평균 수명은 13년에 불과하다. 대개의 경우 창업 30년이 지나면 10개 중 8개 회사가 사라진다. 한 세대를 넘기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나, 일본을 비롯한 유럽, 미국 등 선진 국가들에는 장수기업이 많다.

지난 2019년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자료에 의하면, 200년 이상 장수 기업은 일본이 3937개로 가장 많고, 독일 1563개, 프랑스 331개로 뒤를 이었다.

또한, 중기부 발표에 따르면 설립 100년 이상 기업은 일본이 3만3079개로 가장 많고, 미국 1만2780개, 독일 1만73개 순이다. 우리는 200년 이상은 전무하고, 창업 100년이 넘은 기업도 8개다.

물론 한국에 장수기업이 적은 이유는 산업화 역사가 짧고, 한국전쟁, 전후 급격한 산업화가 이어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특히 가업승계를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지 않고 ‘부의 대물림’으로 간주해 막대한 상속세를 부과한 것과 과격한 노동쟁의도 또 다른 원인이었다.

◇유럽 장수기업의 비법


독일에 지멘스가 있다. 이 회사는 종합 엔지니어링 기업에서 이제 ‘소프트 웨어 회사’로 완전히 변신하고 있다. 그것은 ESG에 의해서다.

최근 무엇이든 간에 ESG로 변모하고 있다. 오늘날 지속 가능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ESG 경영 실천이 필수적이다.

ESG 경영을 진행해 나가는 것은 100년 장수 기업의 조건이다.

유럽 기업들이 장수 기업이 된 비결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세계’를 무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100년이 넘는 기업의 특징 중 하나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변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

두 번째는 이해관계자와 관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대와 환경 변화로 인해 기업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 기회를 포착하고 원활하게, 때론 극적으로 내용물을 재조합해야 한다.

또한, 관련 이해관계자 모두의 웰빙(well being)을 높일 수 있다면 실적도 확실히 향상되고 직원의 참여도 높아지고 기업은 장기간에 걸쳐 높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구체적인 사례로 네슬레, 유니레버, 지멘스의 3사를 소개한다.

네슬레는 1867년 독일 약사 앙리 네슬레가 육아용 분유 제조 회사로 설립했다. 모유 육아를 할 수 없는 유아에의 영양 보급을 목적으로 하던 사회 과제 해결 기업이었다.

유니레버는 1884년 영국에서 비누 판매로 시작되어 지금은 세계 최대급의 소비재 제조사다.

지멘스는 장거리 전신선을 개발하는 기업으로서 1847년에 설립된 독일을 대표하는 종합 엔지니어링 기업이다. 1866년에는 발전기, 1879년에는 전기철도를 개발하는 등 전기공학, 통신전력 기술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었고, 그 후 반도체, 통신, 발전, 가전, 의료기기 사업 등 폭넓은 사업을 전개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네슬레는 합병과 인수, 상품 다각화, 글로벌화를 통해 지금은 매일 10억명 이상이 상품을 구입하는 세계 최대의 식품ㆍ음료 사업회사로 성장했다.

지난 200년 동안 위생 환경의 개선과 함께 기업의 수명과 성장이 비례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의 평균 수명은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두 배가 되었으며, 2003년에 네슬레는 NHW(Nutrition, Health, and Wellness) 비전을 발표, 영양과 건강과 웰니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방향 전환했다.

영양가가 높고, 건강에 좋은 식품ㆍ음료 메이커로 전환한 것이다. 그 결과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과다 섭취가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가공식품과 과자류 비율이 줄어 영양식품과 애완동물 용품의 구성이 높아졌다.

지멘스는 2008년에 지속 가능성 책임자를 외부에서 스카우트하고 조직의 전체 전략적 임무의 일부로 지속 가능성을 자리매김하도록 했다.

또한,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기후변화 대책을 추진했다. 회사는 우선 제조 시설에서 에너지 효율화를 실현하고 거기서 얻은 지식을 외부에 비즈니스로 판매함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했다. 환경 포트폴리오 사업은 회사 전체의 4분의 1의 수익을 올리고 지멘스 고객에게 1억1400만 톤의 이산화탄소 감소를 가져온다.

회사는 ‘그린 혁신’과 관련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추출하여 에너지 효율, 재생에너지 및 환경 기술의 세 가지 프로그램을 환경 관련 중요한 비즈니스모델로 삼았다. 지난 10년간 ESG에 맞지 않는 사업은 매각, IPO를 통해서 스핀아웃하는 등 빠른 속도로 각 사업부의 구조조정(사업의 재구축)과 조직 재편성을 하고 있다.

또한, 특징적인 것은 R&D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R&D와 M&A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ESG 시대에 맞도록 재조정하고 있다.

지멘스의 기업규모는 작아지고 있는 반면, 2011년과 2021년에 비교해 시가총액은 약 2배로, EV/EBITDA(인수비용을 수년에 회수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배율은 약 3배로 증가하고 있다. 주가의 추이도 견조하다. 이는 주식시장에서도 사업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의미다.

네슬레의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구축은 회사의 공유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 경영에 나타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회사가 2007년부터 발행한 CSV 보고서에 나와 있다.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한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네슬레가 장기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CSV 경영이다.

공급체인에 관련하는 이해관계자를 사회공헌 대처에 적극적으로 참여토록 하고 사업 활동 그 자체를 지구 환경의 재생이나 소비자를 포함한 폭넓은 이해관계자에의 가치 창조로 이어지는 구조로 만들고 있다. 조직 만들기에 있어서는 일하기 쉬운 직장 환경 만들기, 기업 문화, 국적의 다양성, 괴롭힘없는 환경 만들기, 지역 커뮤니티의 웰빙 향상 등에도 주의하고 있다.

또한, 개발도상국의 농업 종사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에 공급망에 관여하는 모든 곳을 포괄적으로 ESG로 전환해 나가고 있다. 이에 대해 2020년 CSR 리포트에서는 인권 부문이 만들어져 인권의 중요도를 가장 중요하게 하고, 강제노동, 아동노동, 노동시간, 건강과 안전 등 노동에 관한 행동 규범도 제정해, 정보 공개도 적극적으로 행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2009년 경영 부진에 빠졌지만, 2009년부터 2019년 11년간 CEO로서 유니레버를 이끌었던 폴 보르만이 부활을 주도했다. 그가 착수한 것은 이해관계자의 장기적인 이익을 중시한 목적 중심 경영으로 전환이다.

그는 취임 초기에 단기 지향 주주에게 경영이 좌우되는 경향에 차이를 주고 분기별 재무보고를 폐지했다. 그리고 캠퍼스라는 신규 전략 프레임 워크를 만들었다. 유니레버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하고, 규율, 공통의 가치관, 행동 지침, 리더십의 명확한 기준(성장 지향 유지, 사람에 대한 투자, 책임 소재 등)을 중시했다.

그것을 더욱 발전시킨 것이 유니레버 지속가능 생활 계획(USLP)이다. USLP의 큰 목표는 세 가지다.

첫째는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의 건강과 웰빙을 개선하는 것이다. 둘째는 환경 부하를 반감하는 것이다. 셋째는 수백만 명의 사람 삶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유니레버 지속가능 이해 관계자는 직원(Our People), 최종 소비자(Consumers), 소매점(Customer), 공급업체와 파트너(Suppliers & Business Partners), 사회(Society), 지구(Planet)로 구성되어 있다.

회사는 회사의 과제, 도전, 사업 기회로 이어지는 전략을 밝히고 이를 개방함으로써 모든 이해관계자와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개선을 진행했다.

2020년 직원 설문조사에서 “유니레버에서 일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응답 비율이 93%였다.

100년 장수 기업으로서 네슬레, 유니레버, 지멘스는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만들기에 주력했다. 3사에 공통되는 것은, 세계적 지속가능의 흐름을 기회삼아 사업 포트폴리오의 변천을 해 온 것, 그리고 세계가 이해관계자가 되고 있음을 주목하고 이를 자산으로 활용한 점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도 이들 세 기업의 전략을 수렴해 보기를 권한다.

모든 기업이 다 비법을 수용해야겠지만 우리 국가의 수출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최고 기업을 넘어 한국은 물론 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는 장수 기업으로 전환되기를 바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