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대주단, 머스크에 대출 진행하면 5억달러 손실 가능성"

트위터 인수 계약 파기로 트위터 측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가 당초 약속한대로 트위터를 인수하겠다며 또다시 입장을 번복하면서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머스크와 트위터가 원래 합의한 대로 성사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당초 조건대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크게 세가지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
첫 번째로 이번 재판을 맡은 델라웨어 법원이 재판을 중단시켜야 한다. 두 번째로 소송까지 제기한 트위터 경영진이 머스크의 두 번째 번복에 동의해야 한다. 세 번째는 머스크가 당초 밝힌 대로 트위터 인수 자금을 문제 없이 조달하는 것.
첫 번째 문제는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 측이 당초 약속한대로 트위터 인수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한 뒤 오는 17일로 예정된 첫 재판을 중단시켜줄 것을 요청해옴에 따라 이번 사건을 맡은 델라웨어주 법원의 재판부가 오는 28일까지 트위터를 인수할 것을 명령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트위터 경영진도 “주당 54.20달러에 트위터를 매각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혀 머스크의 두 번째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머스크가 지난 4월 제시했던 조건 그대로다.
그러나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28일까지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세 번째 문제, 즉 130억달러(약 18조5000억원)의 자금을 머스크에 대출해주겠다고 약속한 대주단이 약속을 이행할지가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트위터 다시 인수하겠다며 머스크가 덧붙인 말 “대주단의 대출에 문제 없으면”
머스크가 트위터를 당초 조건대로 인수하는데 필요한 자금은 총 440억달러(약 62조7000억원)이므로 머스크가 대주단으로부터 약속 받은대로 대출을 일으키지 못하면 트위터 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대출해주는 금융업체를 ‘대주’, 금융업체가 여럿일 경우에는 ‘대주단’이라고 한다.
머스크가 당초 약속한대로 트위터 인수를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재차 번복하면서 한가지 덧붙인 말, 즉 “인수금융에 문제가 없다면 트위터 인수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가 언급한 인수금융이란 모건스탠리 등 주요 글로벌 금융업체들로 구성된 대주단이 약속한 대출자금 125억달러를 말한다. 머스크가 지난 4월에 밝힌 인수 계획에 따르면 부채 조달 방식으로 130억달러를 확보하고 나머지는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자기자본 조달로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인수금융은 기업 M&A 과정에서 흔히 사용되는 외부작금 조달 방법으로 가장 대표적인 인수금융 방식이 차입형 인수금융(debt financing)이다.
자신이 보유한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지분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래리 엘리슨 전 오라클 회장 등으로부터 자금을 빌린다는게 머스크의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고 그 자산이 세계 1위 부호인만큼 머스크가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큰 논란이 없었다.
문제는 신디케이트론의 형태로 머스크에 130억달러에 달하는 트위터에 대한 ‘차입 매수(LBO)’ 자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한 대주단이 약속을 이행할지 여부.
차입매수란 기업인수의 한 유형으로 다른 회사를 인수할 때 대상기업의 자산 또는 현금흐름을 담보로 제공하고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 그 회사를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대주단 손실 규모 적어도 7000억원 가능성
현재 머스크의 대주단에는 트위터 대주주이기도 한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를 위시해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레이, 미쓰비스파이낸셜그룹, BNP파리바, 미즈호파이낸셜그룹, 소이에테제네랄 등 7개 금융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대주단이 머스크와 약속을 이행할지 여전히 불확실한 이유는 약속을 이행할 경우 커다란 손실을 입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레이, 미쓰비스파이낸셜그룹 등 머스크에 약속한 인수금융 가운데 90%를 책임지기로 업체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단적인 예로 블룸버그통신이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대주단이 약속한대로 머스크에 대출을 진행할 경우 입을 수 있는 손실 규모는 적어도 5억달러(약 7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역대급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여파로 신용등급이 낮은 차입자를 대상으로 한 레버리지론을 비롯해 정크본드 등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회사채의 인기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4월 평가한 바에 따르면 트위터의 신용등급은 'BB+'로 투기 등급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정크' 등급이다.
CNBC에 따르면 대주단이 제공하기로 한 인수 금융은 레버리지론 형태로 65억달러(약 9조3000억원), 담보부채권과 무담보채권 형태로 각각 30억달러(약 4조3000억원)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대주단이 머스크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문제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배경에는 제공키로 약속한 자금은 담보가 없는 채권과 정크본드급 기업 입장에서는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하고 대주단에 속한 금융업체들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챙길 수 없는 하이일드 채권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