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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겜 신화' 이끈 남궁훈 체제, 7개월만에 막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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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겜 신화' 이끈 남궁훈 체제, 7개월만에 막 내려

'오딘'·'우마무스메' 성공, 코스닥 상장…카카오 전사 실적 견인
러-우 전쟁 글로벌 경기 침체 주가 하락…서비스 장애 '직격탄'

카카오 남궁훈 각자대표가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 도중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이미지 확대보기
카카오 남궁훈 각자대표가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 도중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사진
카카오게임즈의 성공을 바탕으로 그룹사인 카카오 대표이사에 올랐던 남궁훈 대표가 취임 1년도 채 되지 않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15일 있었던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에 책임을 진 것이다.

남궁 대표가 물러난 카카오는 홍은택 단독대표 체제로 운영되며 남궁 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재난대책소위원회를 맡아 사고 수습과 재난 대응체계 마련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카카오게임즈 대표이사를 맡았던 남궁 대표는 카카오게임즈의 성장을 이끈 공을 인정받아 카카오 대표이사까지 이름을 올리게 됐다.

남궁 대표 체제 이후 카카오게임즈는 크래프톤과 '배틀그라운드'의 국내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고 국내 스크린 골프 2위 사업자 마음골프를 인수해 카카오VX를 탄생시켰다. 이 밖에 '테라 클래식', '달빛조각사', '오딘: 발할라 라이징' 등의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고 넵튠, 엑스엘게임즈,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지분을 사들이며 성장했다.

특히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은 2021년 출시 후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순위에서 전통강호인 '리니지M'을 위협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를 바탕으로 대만에서도 인기를 얻으며 카카오게임즈는 국내 게임업계 3N(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을 위협하는 게임사로 성장했다.

2020년 9월에는 코스닥에 상장되며 시가총액 순위 3위까지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남궁 대표의 지분 가치는 2000억원 수준으로 상승하기도 했다.

이 밖에 2021년 3월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6월에 출시한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도 큰 성공을 거뒀으나 운영 문제로 유저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몇 가지 논란이 있었지만, 남궁 대표의 카카오게임즈 시절 성과는 눈에 띄는 수준이다. 남궁 대표 체제의 마지막 해였던 지난해 카카오의 실적 중 게임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02% 성장한 998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카카오 전 사업부문 중 최대 규모 성장률이다.
올해 2분기에도 카카오 게임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162% 성장한 336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IT기업들의 성장도 둔화된 가운데 게임 사업은 사실상 카카오의 실적 전체를 견인했다.

남궁 대표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3월 카카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특히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와 금산분리 위반, 직장 내 갑질 등으로 여민수, 조수용 대표가 물러나고 기업 쇄신을 이끌어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았다.

남궁 대표 취임 후 올해 4월 카카오는 골목상권 사업에서 철수하고 소상공인, 파트너사와 상생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5년간 3000억원의 상생 기금을 활용해 △소상공인 및 지역 파트너 △디지털 콘텐츠 창작자 △공연 예술 창작자 △모빌리티 플랫폼 종사자 △스타트업 및 사회혁신가 △지역 사회와 이동·디지털 약자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밖에 글로벌 진출을 위한 신사업을 메타버스로 정하고 자회사 넵튠과 함께 '카카오 유니버스'를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에 카카오웹툰과 픽코마 등을 활용해 콘텐츠 IP 확보에도 집중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와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금융 자회사의 잇따른 부진이 이어지면서 카카오는 최근 주가가 1년 새 절반 이하로 하락하는 악재를 겪었다.

여기에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서비스 장애가 겹치면서 남궁 대표는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게 됐다. 이번 화재로 네이버와 SK 일부 관계사들이 피해를 겪었지만, 카카오는 서비스 정상화까지 3일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복구가 지연된 원인은 서비스의 주요 데이터와 서비스 응용프로그램에 대한 이중화 조치는 돼 있었으나 개발자들의 주요 작업 및 운영도구가 이중화되지 못한 데 있다"고 밝혔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