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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 개발사 로커스X "가상인간 분야 SM·JYP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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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 개발사 로커스X "가상인간 분야 SM·JYP 되겠다"

백승엽 로커스X 대표, 콘진원 '콘텐츠 인사이트'서 강연
"실제 인간 대체하는 것 넘어 가상인간만의 길 찾아야"

백승엽 로커스X 대표. 사진=이원용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백승엽 로커스X 대표. 사진=이원용 기자
"버추얼 휴먼(가상인간) 업계의 다음 과제는 '비욘드 휴먼(인간을 넘어섬)'이다.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가상인간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는 것이 로커스X의 목표다."

국내 대표 가상인간으로 꼽히는 '오로지'를 개발·운영 중인 로커스X(구 싸이더스 스튜디오X)의 백승엽 대표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강연회 '콘텐츠 인사이트'에서 '테크놀로지: 세계관의 구현'이란 주제 발표에서 이같이 말했다.
'오로지'는 지난 2020년 8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로 활동을 시작한 가상인간이다. 이듬해 7월 신한라이프의 영상광고 '라이프에 놀라움을 더하다'에 출연해 스타덤에 올랐으며 현재 14만8000여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파워 인플루언서다.

백승엽 로커스X 대표는 "로지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인플루언서로서 기획하는 과정이 6개월 걸렸다"며 "일반적으로 모델이 잡혔을 때 가상인간 아바타 구현까지 1개월이면 충분한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오로지를 구현하는데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실제 인간처럼 보이지 않도록 '약간의 불편함'을 더하는 것에 애를 먹었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실제의 인간을 어설프게 닮은 대상에게 불쾌감을 느끼는 현상인 '불쾌한 골짜기'를 역으로 이용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가상인간 '슈두(왼쪽)'과 '오로지'의 콜라보레이션 화보, 사진=로커스X이미지 확대보기
가상인간 '슈두(왼쪽)'과 '오로지'의 콜라보레이션 화보, 사진=로커스X

인플루언서로서 오로지의 첫 목표는 구독자 1만명이었다. 백 대표는 "데뷔 4개월 만에 이러한 꿈을 이루고 그제서야 로지가 가상인간임을 밝혔다"며 "그 전까지 성형외과나 화장품 업체의 협찬 제의가 들어왔고 일부 남성 팬들은 '구애의 메세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1만 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가 된 이후 오로지는 패션 모델 분야로 진출했다. 영국에서 지난 2017년 선보인 가상인간 슈퍼모델 '슈두'는 물론 실제인간 인플루언서인 한국계 미국인 패션 모델 '아이린 킴'과도 콜라보레이션 화보를 선보였다.

백 대표는 "2021년 초 패션 업계에서 주목 받기 시작한 로지는 그해 7월 신한라이프 광고 이후 대중에게도 이름이 알려졌다"며 "국내 대표 가상인간으로 자리잡은 만큼 국내에 다른 가상인간들이 '제2의 로지'로 불리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로지는 올해 'Who Am I', 'TO THE SEA(바다 가자)' 등 오리지널 음원 2종을 선보이기도 했다. 백 대표는 "로지는 현재 4명의 모델이 모션을 맡고 얼굴을 입히는 형태로 제작되고 있다"며 "딥페이크를 넘어 실시간 표정 모사, 오디오 투 모션 등 형태로 기술 R&D(연구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로커스X는 영상·애니메이션 제작사 로커스의 자회사로 지난해 12월 네이버에 인수돼 가상인간사업 분야를 협력하고 있다. 이 외에도 백 대표는 이날 3D 엔진 '언리얼 엔진' 개발사 에픽 게임즈, 그래픽카드 '지포스' 시리즈로 유명한 엔비디아 등과도 협업한다고 밝혔다.


가상인간은 인플루언서,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며 시장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백승엽 대표는 "아직까지는 인간이 하는 것을 대체한다는 점에서 '체인저'가 아닌 '리플레이서' 정도로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상인간이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해선 '휴먼라이크(인간과 유사함)'를 넘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며 "로커스X의 목표는 가상인간만이 만들 수 있는 '버추얼 콘텐츠', 나아가 가상인간들이 함께하는 공동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상인간은 VR·AR(가상증강현실) 기술로 제작됐다는 특성상 대표적인 '메타버스 콘텐츠'로 꼽힌다. 백 대표는 메타버스를 방송국에 빗댔다. 그는 "방송국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탤런트들"이라며 "가상인간은 메타버스에 있어 탤런트 역할을 할 존재들"이라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있어 국내 가상인간들은 음원 차트 순위권 진입 등 가시적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백 대표는 "엔터테인먼트 시장 전체로 봤을때 로커스X는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하이브 등과 비교했을 때 아주 작은 기업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는 실제 엔터테인먼트와 가상 엔터테인먼트를 분리해서 바라보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버추얼 엔터인먼트 시장에 있어 SM·JYP과 같은 톱 티어 기업으로 인정받는 것이 로커스X의 꿈"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