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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시진핑·빈살만·푸틴 '스트롱맨들', 위안화로 석유 결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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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시진핑·빈살만·푸틴 '스트롱맨들', 위안화로 석유 결제한다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 중국은 석유 거래에서 달러 대신 위안화를 지불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 중국은 석유 거래에서 달러 대신 위안화를 지불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시진핑과 빈 살만은 위안화로 석유 거래 판매 대금을 지불하려고 한다. 이는 그동안 구축된 달러 패권 질서를 재편하는 변화를 촉발한다.

이미 푸틴은 러시아 석유 결제에 있어 시진핑과 합의를 통해 가스 대금을 결제할 때 루블화와 위안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빈 살만은 푸틴과 합의를 통해 OPEC+를 설립하고 전 세계 석유 생산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시진핑, 빈 살만, 푸틴. 이 3명의 스트롱맨들이 갖는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에 거부감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들은 다극체제 건설을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질서를 수정하려는 셈법을 갖고 있다.

석유와 달러가 구축한 미국의 달러 기축통화 시스템이 도전받고 있다.

중국과 사우디의 석유 거래


사우디는 미국이 셰일 석유 생산 이후 자신들로부터 석유 수입을 대폭 줄이면서 1970년대 중반 닉슨 대통령이 사우디 안보 제공 조건으로 달러로만 석유를 거래한다는 약속이 흔들렸다고 판단했다.

2015년 미국과 이란의 핵합의, 2019년 사우디의 석유시설에 대한 공격에서 미국이 모호한 태도를 보인데다 바이든이 빈 살만을 홀대하자 사우디는 더 이상 미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생각을 굳혔다. 이후 대안을 찾았다.

대안은 중국이었다. 중국은 사우디 석유 수출량 가운데 25%를 수입하는 최고 고객이다. 중국은 하루에 대략 700만 배럴을 수입하는데 그 가운데 대략 200만 배럴을 사우디에서 수입한다. 사우디 입장에서 중국은 자체 석유 생산량이 적어 석유 에너지 시스템이 존속하는 한 사우디로부터 석유 수입을 계속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것은 사우디에 너무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중국은 사우디에 필요한 군사적 자원 조달, 생필품, 제조와 관광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차세대 우방으로 보였다. 미국에 버금가는 국력도 가진 상황이고 미래에는 미국을 제칠 수 있는 잠재력도 가지고 있다.

중국도 사우디와 미국이 멀어지는 것을 보고 중동에 우방을 확보하기 위해, 안정적인 석유 공급처를 만들기 위해 사우디에게 다가갔다.

2016년 시진핑은 사우디를 방문했다. 2018년 수입 석유에 대해 위안화로 결제하는 시스템 구축을 시도했으나 사우디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2022년 10월21일에는 사우디 에너지장관 압둘아지즈 왕자와 장젠화 19기 중앙기율위원이 만나 양국 발전을 논의했다. 석유 결제에서 위안화를 허용하는 것, 사우디가 핵을 평화적으로 사용하는 데, 사우디가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중국이 큰 도움을 주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는 12월 둘째 주로 알려진 시진핑의 사우디 방문에서 빈 살만과 시진핑은 달러의 패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역사적 결정을 내리는 데 다가설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베이징과 리야드의 석유동맹이 체결될 경우 미국 유일의 단극체제가 다극체제로 전환하는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전 세계 석유는 매일 1억 배럴가량 거래된다. 결제의 80%는 달러로 이뤄진다. 중국과의 거래에서 사우디가 위안화를 받아들일 경우 러시아 석유 거래에서 루블화와 위안화가 거래된 데 이어 달러의 영향력이 또 줄어든다.

중국은 하루에 대략 700만 배럴을 수입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브릭스(BRICS)에 사우디가 가입을 추진 중이고, 또 다른 산유국인 알제리와 이란도 가입을 추진 중이다.

OPEC+ 체제를 주도하는 사우디와 러시아가 석유 결제에 위안화와 루블화 거래 비중을 넓혀 나갈수록 달러의 위력은 줄어든다.

알리안츠 금융그룹 요한 게롬은 월스트리트저널에 향후 세계 통화가 달러, 위안화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세계 유수의 경제 예측 기관들은 2050년이 되면 중국의 GDP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본다.

물론 사우디가 석유 거래에 위안화를 결제하도록 허용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사우디의 외환보유고와 상당한 자산은 달러와 미국 국채, 미국 주식으로 분산 투자, 보유되어 있다. 위안화는 아직 기축통화가 아니며 미래에 기축통화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여전히 전 세계 통화의 중심은 달러이며 최고의 안전자산이다. 거래에서 지불준비금으로 언제, 어디서든지 인정된다. 이 체제에 도전한 이란과 이라크는 큰 고통을 당했다.

사우디가 달러 패권을 위협하는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미국은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사우디에 대해 상응하는 불이익을 주려고 할 것이다.

사우디는 전쟁과 공급망 혼란, 미·중 갈등 등 세계질서 재편 과정에서 석유 에너지의 가치가 높을 때 사우디의 외교 협상력이 최고조에 이른다고 판단하고 있다.

바이든의 화해 손짓을 거부한 빈 살만 성격을 감안할 때 석유 결제에 달러 외 위안화를 일부 수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의 싸움이 전개되는 양상을 보고 거래에서 달러와 위안화의 비중을 조정할 수 있다.

따라서 12월 시진핑의 사우디 방문은 일단 달러 패권이 도전받는 대사건의 태동을 알리는 서곡이 될 수 있다.

빈 살만과 아랍 산유국들이 미국에 의존하기보다 중국이라는 대안을 가지고 있는 것이 패권 다툼을 하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이익을 더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인식이 강해질수록 변화의 동력은 커진다.

석유 자원을 가진 중동의 대미관계 변화가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온 가치와 규범에 입각한 세계 질서를 흔들기 시작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