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 "트위터, 가짜뉴스 소굴로 전락...대응할 가치 못 느껴" 반박
이미지 확대보기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백악관 수석 의료고문직을 비롯해 지난 50여년간 해온 공직 생활을 이번 달 끝내고 퇴임한다.
그러나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감염병 전문가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현 행정부가 벌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와의 전쟁’을 사실상 진두지휘해온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그러나 파우치 박사가 공직 퇴임 수순에 들어간 상황에서 그를 둘러싼 논란이 오히려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세계 최강의 1인 미디어로 사안을 거의 가리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주저 없이 피력해 늘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일론 머스크가 파우치 박사에 대한 사법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주장에 대한 역풍도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파우치 박사도 종전의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두 사람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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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가 확대한 ‘파우치 음모론’
이미지 확대보기파우치 박사를 둘러싼 논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른바 ‘파우치 음모론’을 머스크가 다시 점화했다.
머스크는 11일(이하 현지시간) 올린 트윗에서 “내 이름을 다시 쓰게 된다면 ‘파우치 처벌’이라고 쓸 것”이라며 파우치 박사에 대한 사법 처리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파우치 박사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봉쇄령 한 번만 더 내리게 해주소서’라고 귓속말을 건네는 모습이 담긴 ‘조롱성’ 짤(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목적으로 올리는 사진이나 그림)을 공유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파우치 음모론이란 코로나19 사태가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비롯된 것으로 의심하는 미국 보수진영의 입장과 직결된 주장으로 우한연구소가 진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기능향상(GOF) 연구’에 들어가는 자금의 일부를 파우치 박사가 이끄는 NIAID가 제공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GOF 연구란 쥐와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를 재조합하는 실험을 말하는 것으로 인간에게 치명적인 방식으로 재조합해 미래의 전염병 대유행에 미리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의 특성상 위험성도 크기 때문에 지난 2014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이 연구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으나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는 그 뒤에도 파우치 박사가 GOF 연구에 대한 자금 지원을 이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우치 박사는 이는 전혀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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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가 파우치 사법처리 촉구한 이유
머스크가 파우치 박사에 대한 사법 처리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기본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비롯한 대대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와 코로나 백신 접종 의무화에 그가 처음부터 반대해온 인물이란 점에서 놀라운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심지어 머스크가 캘리포니아주 당국이 프리몬트 공장에 내린 방역조치와 관련해 캘리포니아주와 크게 갈등을 빚은 결과 당시까지 캘리포니아주에 있던 테슬라 본사를 다른 주로 이전하겠다고 강력 반박했고 실제로 테슬라 본사가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이전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파우치 박사에 대한 사법 처리까지 굳이 촉구하고 나선 배경에는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머스크는 이어 올린 트윗에서 “파우치는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GOF 연구와 관련한 자금을 지원했음에도 그런 적이 없다고 의회 청문회에서 거짓 증언을 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당사자는 부인하고 있지만 GOF 연구비를 제공한 것을 기정사실화한 셈이고 공화당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입장이기도 하다. 머스크는 그동안 민주당을 지지해 왔지만 앞으로는 공화당을 밀어주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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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치 “트위터, 가짜뉴스의 소굴로 전락” 머스크에 반격
이미지 확대보기파우치 박사는 공화당의 이 같은 음모론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그는 특히 지난해 5월 미 상원 세입세출위원회가 주관한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자신이 소장으로 있는 NIAID에서 과거 우한연구소에 자금을 제공한 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 자금 지원은 중단됐을 뿐만 아니라 GOF 연구에 지원된 사실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파우치는 데이비드 액셀로드 CNN 해설위원이 13일 진행한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머스크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고 “그런 사람의 주장에는 대응하지 않는다는 게 내 입장”이라면서 “그런 주장에 대응하는 것 자체가 정신만 어지럽게 하는 일이라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파우치는 같은 날 MSNBC에 출연한 자리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받고 “머스크가 대단한 스피커인 것은 잘 알지만, 트위터는 요즘 들어 가짜뉴스의 소굴로 거의 바뀐 것 같다”며 머스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머스크의 주장 자체가 가짜뉴스에 기반한 주장일 뿐 아니라 트위터가 가짜뉴스의 온상이 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파우치 박사에 대한 머스크의 강도 높은 공격에 평소 머스크와 불편한 관계였던 백악관도 좌시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진행한 정례 브리핑에서 “머스크의 주장은 현실과는 담을 쌓은, 한마디로 역겨운 주장”이라면서 “보건 문제를 책임지는 정부 관리들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었다”며 머스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뿐만 아니라 각종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도 전례 없는 코로나 대유행을 극복하는 과정에 큰 역할을 한 파우치 박사에 대해 머스크가 사법 처리 운운하는 발언을 한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실제로 비영리 건강보험 문제 연구재단 커먼웰스펀드가 최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년 이상 이어진 코로나 대유행 기간 중 코로나 백신 접종을 통해 목숨을 구한 미국인이 3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로 환산하면 1조1500억 달러(약 1490조원) 규모에 달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