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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온길] 국내 최초 민간 정유사의 시작 '현대오일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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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온길] 국내 최초 민간 정유사의 시작 '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 창립 59주년 상(上)
1964년 세워진 극동정유가 전신
1993년 7월 현대그룹으로 편입

극동정유 부산공장 모습. 사진=현대오일뱅크이미지 확대보기
극동정유 부산공장 모습. 사진=현대오일뱅크
HD현대(구 현대중공업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가 올해로 창립 59주년을 맞았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964년 세워진 극동정유를 전신으로 한다. 국내 최초의 민간 정유회사였던 극동정유는 이듬해인 1965년 부산에 하루 3000배럴 규모의 공장을 완공했다. 국가 에너지 85%가 석탄과 땔감 나무였던 시절 석유산업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1991년 출간된 '극동정유 25년사'에는 "극동정유는 부산공장을 완공, 우리나라 조유(粗油) 국산화의 길을 열었다"며 "부산공장의 경우 외국자본,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순수한 국내 민간 자본으로 건설된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극동정유는 설립된 지 4년이 지난 1968년 사세 확장을 위해 네덜란드 석유기업 로열더치쉘(Royal Dutch Shell)과 합작투자 및 차관 공여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사명도 극동쉘석유로 바꾸며 변화를 꾀했다. 합작 이후 회사는 시설확장사업으로 고급 윤활유 배합공장을 세웠고 1973년에는 극동쉘판매를 설립, 제품 생산과 판매를 분리해 경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4년 뒤인 1977년 로열더치쉘이 철수하면서 회사는 큰 변화를 맞이한다. 상호는 극동석유로 바뀌었고 현대와의 인연도 이때 시작된다. 당시 현대는 쉘이 가지고 있는 극동정유 지분 50%를 인수했다.
극동정유 주유소 모습. 사진=현대오일뱅크이미지 확대보기
극동정유 주유소 모습. 사진=현대오일뱅크

극동석유는 1980년대 들어서 정유업계 최초로 극동도시가스를 설립해 천연가스(LNG)를 공급했다. 또 국내 최초로 2000배럴 규모의 윤활유 불순물 추출시설도 지었다. 1988년에는 상호를 다시 극동정유로 바꿨다. 1989년에는 대산공장을 지었다. 55만평 부지에 세워진 대산공장은 서해안 최초의 정유공장으로 하루 6만배럴의 원유를 정제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다. 대산공장은 대형 유조선 입출항 용이, 도심 저유황유 공급 유리, 공해로부터의 주민 보호, 낙후된 서해안 개발 등의 장점이 있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산공장 준공을 시작으로 서해안 개발에 대한 우리의 원대한 꿈이 하나씩 결실을 거두어갈 것"이라고 했다.

극동정유 대산공장 준공식. 사진=현대오일뱅크이미지 확대보기
극동정유 대산공장 준공식. 사진=현대오일뱅크


좋은 일은 오래가지 않았다. 재정난과 이라크와 다국적군 사이에 전쟁인 걸프전이 발목을 잡았다. 회사 경영은 어려워졌고 설상가상 새로 지은 중질유 분해시설에서 화재도 발생했다. 이는 현대그룹이 현대중공업을 통해 극동정유를 인수하게 만든 결정적 원인이 됐다. 1993년 7월 현대는 지분 85.88%를 확보해 극동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사명도 다시 현대정유로 바뀌었다. 극동정유 창립 30주년을 1년 앞둔 해였다.

이후 현대정유는 공격적으로 사업을 넓혀나갔다. 이듬해 국내 최초의 주유소 브랜드인 오일뱅크를 론칭했고 1996년 435개에 불과했던 주유소 숫자는 1020개로 늘었다. 특히 수도권 지역에서는 170개를 확보하며 영업 경쟁력을 높였다. 3년 만에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것이다. 이는 모두 회사를 이끈 정몽혁 사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정주영 회장의 다섯째 동생 정신영 전 동아일보 기자의 아들이다. 그는 1993년 현대정유 부사장을 시작으로 1996년 사장 자리에 올랐다. 1996년 대표이사 사장 취임과 함께 20만 배럴 공장 증설, 판매망 통합, 마케팅 강화 및 공격적인 주유소 유치, 200억원 흑자 등을 달성하며 회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극동정유가 현대정유로 사명을 바꾼 이후 국내 정유사 최초로 시도된 주유소 브랜드 오일뱅크. 사진=현대오일뱅크이미지 확대보기
극동정유가 현대정유로 사명을 바꾼 이후 국내 정유사 최초로 시도된 주유소 브랜드 오일뱅크. 사진=현대오일뱅크


1999년에는 한화에너지 인수까지 성공하며 단숨에 업계 3위로 뛰어오르는 성장을 이뤄냈다. 한화의 정유와 유통 부문을 인수한 현대정유는 12%대의 시장점유율을 20%대까지 끌어올리며 업계 3위에 올라섰다. 정제능력도 58만5000배럴까지 커졌다. 당시 정몽혁 사장은 "우리 현대는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지난 52년 동안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오늘의 현대를 건설했다"면서 "우리 현대정유도 한화에너지 인수를 계기로 세계 메이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초일류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