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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행복을 살 수 있는’ 돈 7만5000달러 옛말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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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행복을 살 수 있는’ 돈 7만5000달러 옛말 됐다

기존 연구결과 "7만5000달러까지 행복"→최근 연구결과 50만달러로 상향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라는 주제에 대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이 최근 새로운 연구 결과를 내놨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라는 주제에 대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이 최근 새로운 연구 결과를 내놨다. 사진=로이터

돈으로 행복을 사는 것이 가능할까.

이 흥미로운 질문에 대한 답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지난 2010년 내놓은 연구 결과를 통해 미국인을 기준으로 제시한 적이 있다.

주인공은 미국 프린스턴대의 대니얼 카너먼 교수와 앵거스 디튼 교수로 이들은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미국인 45만 명을 대상으로 지난 2008~2009년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미국인의 경우 연 소득이 7만5000달러(약 9900만원) 수준에 이를 때까지는 매일 느끼는 행복감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례가 없었던 이 연구 결과는 당시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다만 이들은 소득 수준이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 행복감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7만5000달러 이상으로 소득이 높아지면 행복감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그러나 이 연구 결과를 발표했던 카너먼 교수가 10여 년이 흐른 지금 같은 주제에 대한 연구 결과를 새로 내놔 새롭게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CBS뉴스가 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카너먼 교수는 두 명의 유명한 심리학자, 즉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에서 행복학을 가르치는 맷 킬링스워스 교수와 역시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바버라 멜러스 교수와 함께 돈으로 행복을 사는 문제를 다시 들여다봤다.
카너먼 교수가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PNAS) 회보에 내놓은 연구 결과가 이목을 끄는 이유는 2010년 발표한 내용과 큰 줄기에서는 궤를 같이하면서도 크게 달라진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 행복도 증가하는 최대 연소득 7만5000달러→50만 달러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PNAS) 회보에 게재된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 관련 연구 논문. 사진=PNAS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PNAS) 회보에 게재된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 관련 연구 논문. 사진=PNAS


달라지지 않은 것은 돈으로 소득이 높아질수록 행복감도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점이다.

반면에 많이 달라진 점은 2010년 연구에서는 연 소득이 7만5000달러가 될 때까지 행복감이 비례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으나, 연간 중위 소득이 8만5000달러(약 1억1200만원) 수준인 미국 성인 약 3만4000명을 대상으로 새로 연구한 결과 50만 달러(약 6억6000만원)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

행복감이 늘어날 수 있는 최대 소득 수준이 무려 600%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소득이 증가할수록 비례해 행복감이 증가하는 구간이 이처럼 크게 확대됐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킬링스워스 교수는 “정부의 조세 정책이나 기업의 연봉 정책을 중심으로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적어도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은 계층에 관해서라면 소득이 증가할수록 행복감도 확실히 증가한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 돈으로 행복을 사지 못하는 사람들


그럼에도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돈으로 행복을 사지 못하는 그룹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높아져도 행복하지 않은 부류가 따로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연 소득이 10만 달러(약 1억3200만원)를 넘어서도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소수의 그룹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들을 ‘돈으로도 행복을 살 수 없는 그룹’으로 명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들은 대체로 △과거에 여러 이유로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입은 경우 △사랑하는 이나 가족과 사별한 경험이 있는 경우 △병에 걸려 심적으로 우울한 상태에 빠져 있는 경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들의 경우 소득이 늘어나도 우울하거나 불행한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런 경우에 속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은 계층에서 소득이 증가할수록 행복감이 비례해 높아진다고 일반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 적대적 공동연구 결과


한편, 이번 연구 결과가 더 흥미로운 점은 카너먼 교수의 2010년 연구 결과를 반박한 주인공이 킬링스워스 교수였다는 사실이다.

킬링스워스 교수는 2021년 내놓은 연구 결과에서 7만5000달러 이상으로 소득이 높아져도 행복감이 정체하지 않고 여전히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주장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 작업을 ‘적대적 공동연구’라고 표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서로 다른 연구 결과를 내놓은 연구자들끼리 모여 재검증하는 작업을 벌인 것이라서다. 서로 다른 입장을 재연구 작업을 통해 교통정리 했다는 점에서 종전보다 큰 객관성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