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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하이볼 맛집 선점하라"…차별화 제품 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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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하이볼 맛집 선점하라"…차별화 제품 경쟁 치열

트렌드 집약한 '차별화 상품'…주류진열대 가득 채운 하이볼
맛·분위기 더할 짝꿍 상품도 증가…동반구매 효과도 톡톡


하이볼 격전지로 떠오른 편의점이 차별화 상품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왼쪽부터 CU는 작가 청신과 컬래버한 '청신 하이볼'을, GS25는 챗GPT 기반 인공지능 아숙업과 만든 '아숙업 하이볼'을 선보였다. 사진=각 사이미지 확대보기
하이볼 격전지로 떠오른 편의점이 차별화 상품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왼쪽부터 CU는 작가 청신과 컬래버한 '청신 하이볼'을, GS25는 챗GPT 기반 인공지능 아숙업과 만든 '아숙업 하이볼'을 선보였다. 사진=각 사

주요 편의점이 올여름 ‘하이볼’로 승부수를 띄우면서 업계 내부 풍경도 바뀌고 있다. 삼각김밥, 도시락에만 초점을 맞췄던 편의점이 주류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한편, ‘하이볼’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각사만의 개성을 살린 차별화 상품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하이볼은 편의점의 주고객인 2030세대가 즐겨 마시는 주류로 ‘맛’뿐 아니라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소들을 접목했다. 그뿐만 아니라 ‘하이볼’과 어울리는 특색 있는 제품들까지 앞다퉈 출시하며 달라진 편의점의 면모를 과시 중이다.

◆ MZ세대 눈도장 찍자…최신 트렌드 ‘하이볼’에 입힌다


업계에 따르면 상품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하이볼’에 차별화를 시도하는 ‘이색 하이볼’ 제품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트렌드에 또 다른 트렌드를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MZ세대 주도로 불고 있는 하이볼 열풍인 만큼, 업계는 ‘색다른’ 콘셉트의 제품으로 MZ세대에게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겠다는 목표다. 실제로, CU에 따르면 하이볼 매출에서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76.2%다. 그중에서도 20대가 45.2%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30대가 31.0%로 조사됐다.

이에 세븐일레븐은 음료·스낵뿐 아니라 주류에도 불고 있는 ‘제로’ 인기에 업계 최초로, ‘무설탕 하이볼’ 출시를 예고했다. 최근 불고 있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에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무설탕 상품을 강화하는 차원에 따른 것으로 요즘 뜨는 ‘하이볼’과 ‘제로슈가’가 만난 것이 특징이다.

핫한 키워드로 빼놓을 수 없는 챗GPT 기반 인공지능(AI)이 만든 하이볼도 등장했다. GS25의 아숙업레몬스파클하이볼(이하 ‘아숙업하이볼’)이다. 아숙업하이볼은 챗봇 서비스 아숙업(AskUp)과 함께 기획하고 설계했다. 레시피, 디자인, 상품명까지 AI와 논의한 끝에 탄생했다는 설명이다.

CU는 컬래버를 택했다. MZ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작가 ‘청신’과 협업해 지난달 ‘청신 레몬 하이볼’을 선보였다. 신상품과 유명인의 결합은 인지도와 상품 친근감을 높여주는 데 효과적으로, CU는 이를 노려 청신 작가의 대표작 블랙 네온 시리즈의 ‘목탄을 삼킨 선’을 패키지에 담았다.

업계가 상품의 퀄리티와 맛 못지않게 ‘차별화’를 중시하는 이유는 같은 하이볼을 마셔도 더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를 저격하기 위해서다. ‘모험 구매’를 즐기는 MZ세대에게 제품이 주는 재미와 신선한 경험은 필수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러한 제품 경쟁력은 최근 편의점의 선택 기준으로도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편의점에서는 최근 두 달간, 2주에 한 번꼴로 하이볼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시장 침체기를 맞은 수제맥주 업계도 RTD 하이볼 제조에 뛰어든 만큼 하이볼 선택권은 더 방대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스토리를 입히는 차별화 상품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나 하이볼은 새로운 상품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MZ세대를 타기팅한 제품이기 때문에 이색 신제품 출시가 앞다퉈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MZ세대가 즐기는 ‘모험 구매’에 맞춰 색다른 시도를 이어가기 위해 현업에서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편의점 진열대도 바꿔놓은 ‘하이볼’ 열풍


CU가 하이볼 인기에 빅볼아이스를 출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CU이미지 확대보기
CU가 하이볼 인기에 빅볼아이스를 출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CU

가파른 하이볼 신장세에 편의점 점포 풍경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하이볼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짝꿍’ 제품을 출시하며 ‘동반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은 CU가 업계 최초로 내놓은 ‘온더록 빅볼 아이스’다. 온더록 빅볼 아이스는 큐브 얼음과 볼 얼음 2종으로 출시됐다. 제대로 된 홈바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고, 일반 각얼음과 달리 빅볼 아이스는 얼음이 천천히 녹아 위스키나 하이볼 특유의 맛을 조절해서 먹기 좋다.

이러한 이유로 빅볼 아이스는 위스키와 하이볼 마니아들이 자주 찾는 상품으로 등극했다. 구형 얼음틀을 구비할 필요 없이 편의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점차 빅볼 아이스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실제, 빅볼 컵얼음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대비 236.8% 급증했다.

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안주’류에도 변화 바람이 감지된다. 맥주와 소주 안주로 집중됐던 안주류가 ‘하이볼’과 짝짓기 좋은 제품들로 채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육포 제품이다. 이마트24는 오징어·쥐포가 대다수를 차지했던 마른 안주류에 ‘잭링크스’ 같은 해외 제품까지 들이며, 위스키와 하이볼에 어울리는 안주류를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GS25는 최근 프리미엄급 숙성회로 알려진 ‘소금숙성회’ 2종을 출시했다. 간단한 홈술 콘셉트로 구성돼 용량도 1인 가구에 맞는 70g 소용량으로 나왔다. GS25는 하이볼·와인 등과 짝을 맞출 때에 이 안주를 추천했다.

과거 편의점에서는 찾기 어려웠던 위스키도 현재는 편의점 한켠을 장식할 만큼 다양한 구색을 갖추고 있다. 와인 옆에 1~2병 정도 있었던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주류 진열대를 가득 채우던 수제맥주 자리는 하이볼이 대신하고 있다. 또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진열됐던 토닉워터도 최근 하이볼 인기 상승으로 신분이 달라졌다. 진열 위치가 조정됐고, 상품 구색도 늘렸다. CU에 따르면 토닉워터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대비 187.3% 폭증했다.

다만, 하이볼 유행으로 신제품이 쏟아지면서 예상보다 이르게 소비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하이볼 카테고리 인기가 계속되려면 맛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나오는 제품 모두 성공할 수는 없다”며 “우후죽순처럼 출시되는 제품이 오히려 반감을 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은 유행 초기에 진입한 만큼, 업계는 맛과 재미를 동시에 잡은 상품들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하이볼은 현재 업계 전반에 걸쳐 인기”라며 “다양한 주류를 보다 새로운 맛으로 즐길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련 상품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