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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밀월’ 속 우크라 전력 지키는 中 배터리·태양광 패널… “정치는 정치, 비즈니스는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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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밀월’ 속 우크라 전력 지키는 中 배터리·태양광 패널… “정치는 정치, 비즈니스는 비즈니스”

러시아의 에너지 공습에 우크라이나 시민들 중국산 비상용품 대량 구매
베이징-모스크바 ‘무제한 파트너십’에도 중국은 우크라이나 최대 무역국 유지
한 에너지 회사 직원이 최근 러시아 드론 및 미사일 공격 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발생한 변전소의 전압 문제를 점검하고 해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한 에너지 회사 직원이 최근 러시아 드론 및 미사일 공격 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발생한 변전소의 전압 문제를 점검하고 해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과 러시아가 ‘무제한 협력’을 과시하며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고 있지만, 전장의 이면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는 우크라이나의 전력망을 지탱하는 기묘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 인프라 공습으로 인한 만성적인 정전 사태 속에서,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생존을 위해 중국산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내에서 중국산 에너지 저장 장치와 비상용품 수요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았다.

특히 키이우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에너지망이 러시아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마비될 때마다, 중국산 제품은 우크라이나 가정과 기업의 마지막 보루가 되고 있다.

◇ 영하 20도 혹한 속 ‘생존 줄’이 된 중국산 에코플로우


러시아가 에너지 인프라를 집중 공격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이후, 우크라이나 전역에서는 장기 정전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가혹한 겨울을 나기 위해 시민들은 중국 에너지 기업인 에코플로우(EcoFlow) 등의 휴대용 발전소와 배터리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현지 물류 업체인 미스트 차이나(Meest China)의 알렉스 청 CEO는 "보조배터리가 가득 든 컨테이너가 도착하자마자 순식간에 매진될 정도"라며, 2024년 이후 관련 매출이 전쟁 이전 대비 최대 50%까지 급등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캠핑용으로 설계된 기기를 가정용 비상 전원으로 개조해 사용하는 등 절박한 상황 속에서 중국산 기술에 생존을 맡기고 있다.

◇ ‘무제한 파트너십’의 역설… 중국, 우크라이나 최대 무역국 지위 견고

정치적으로 중국은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우크라이나의 최대 무역 파트너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우크라이나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약 192억 달러를 기록해, 2위와 3위인 폴란드(79억 달러)와 독일(66억 달러)을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중국의 거대한 제조 역량과 우크라이나의 전시 상황이 맞물린 ‘실용적 선택’의 결과라고 분석한다.

브뤼셀의 중국 분석가 콘라드 샤터스는 "유럽 연합(EU)은 아직 중국만큼의 가격과 규모로 비상용품을 공급할 능력이 없다"며,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누가 가장 빠르고 저렴하게 전력을 공급해주느냐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 흔드는 ‘중국산 제품의 보급’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기업들의 활발한 무역은 러시아의 전쟁 전략을 부분적으로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망을 파괴해 사기를 꺾으려 하지만, 중국산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이 이를 복구하거나 우회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중국에 이 무역의 중단을 요청할 위치에 있지 않다. 서방의 제재 속에 중국을 유일한 경제적 숨통으로 삼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중국의 독자적인 무역 이익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동방연구센터의 슬라보미르 마투작 연구원은 "이것은 정치가 아니라 순수한 비즈니스"라며, 중국이 의도했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전쟁 양측 모두에 필수적인 자원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