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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치료의 신세계 줄기세포(11)] 신장 질환의 줄기세포 치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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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치료의 신세계 줄기세포(11)] 신장 질환의 줄기세포 치료(하)

신장의 기능이 서서히 저하되는 만성 신장 질환은 병의 진행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하다. 사진은 신장 투석 중인 환자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신장의 기능이 서서히 저하되는 만성 신장 질환은 병의 진행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하다. 사진은 신장 투석 중인 환자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만성 신장 질환(만성 신부전증·CKD)은 신장의 기능이 서서히 저하되는 병이다. 만성 신부전증이 위험한 이유는 병의 진행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신장은 한 번 손상되면 원래대로 되돌리거나 회복할 수 없다. 장기간에 걸쳐 상태가 악화되더라도 신장 고유의 기능 탄력성 때문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식습관의 변화, 고령화, 비만 등으로 인해 당뇨성 신부전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한신장학회가 2016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만성 신부전증은 당뇨병(50.2%), 고혈압(20.3%), 만성 사구체감염(8.4%)이 주요 원인이다.

신장의 기능을 측정하는 방법 중 하나는 신장 청소율이다. 청소율은 신장이 걸러낼 수 있는 혈액의 양을 말한다. 신장 청소율이 40% 정도 감소한 2기 질환 상태에서는 검사 결과에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지나치기 쉽다.

신장 기능이 절반 이상 떨어지는 3기가 되면 비로소 검사를 통해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손, 발이 붓거나 허리 통증, 소변량 감소 등 누구나 흔히 느낄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전혀 없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크레아티닌은 근육에서 생성되는 노폐물로 신장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크레아티닌 청소율은 신장이 일정 시간동안 혈액에서 크레아티닌을 얼마나 걸러낼 수 있는지 측정하는 지표를 말한다.

3기 질환 상태에서는 혈액 검사에서 크레아티닌 청소율과 사구체 여과율이 감소한다. 분당 90ml 수준이던 여과율은 60ml 이하로 떨어진다. 마치 에어컨이나 자동차 공기 필터가 점점 막히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공기 필터와 달리 신체에서는 보상 작용이 조용히 일어나기 때문에 위험 신호를 듣지 못한다.

여과율이 분당 29ml 이하로 떨어지면 뚜렷한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 때는 이미 늦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치료법이 거의 없어 신장 이식을 고려해야 할 만큼 심각하다.

사구체 여과율은 혈류 속도에 비례한다. 미세한 구조들이 망가져 혈류가 막히게 되면 질병이 발생한다. 간이나 뇌, 피부도 마찬가지다. 신체 내에서는 혈관 소통이 잘되면 문제가 없다는 방증이다. 이는 신체 어디서나 줄기세포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기반이 된다.

의사들은 질환의 과정을 설명할 때 환자들에게 병에 걸린 시간만큼 회복 시간이 소요된다는 말을 자주 한다. 갑작스럽게 손상이 발생하면 위험한 경우가 많긴 해도 회복에 걸리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다. 위기를 넘기면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손상된 지 얼마 안 된 생체 기관은 세포가 죽었더라도 구조적 특성이 남아있다. 지지체(scaffolds) 이론이나 기준구조(niche) 이론에 따르면 이를 토대로 세포가 다시 자라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확률이 높다.

신부전증과 함께 다른 주류 질환인 심혈관계 질환은 증상이 나타나는 순간 위기가 오기 때문에 질환의 전개 속도가 신부전증에 비해 훨씬 빠르다. 당뇨병은 당장 급한 치료가 필요하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생활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다소 차이가 있다.

물론 이런 질환들은 신부전증의 주요 원인이기도 해 완전히 구분짓기는 어렵지만 만성 신부전증으로 인해 투석 받는 환자들을 생각해보면 심정이 남다르다.

동물 연구에서도 신장의 지지체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돼지의 신장을 탈 세포화 해 면역 물질을 최대한 제거해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기관도 마찬가지다. 특히 사구체같이 구조가 특이하고 복잡한 기관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급성 신장질환(AKI·Acute Kidney Injury)에서는 줄기세포 치료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만성신부전 등 말기 신장질환(ESRD·End Stage Renal Disease)같이 장기적인 질병에서는 아직은 섣부르다.

최근에는 루푸스와 같은 광범위한 만성 신장 질환에 대해서 줄기세포 임상 시험을 진행하는 연구도 많다. Liu 등(2020) 연구에서는 이미 고무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 시험은 만성 신부전이나 신장 이식 환자를 대상으로 체중 1kg 당 100만~200만 개의 줄기세포를 정맥 주사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어떤 연구에서는 다른 사람의 골수 유래 줄기세포를 1kg당 1억5000만~3억 개를 주사하기도 했다. 1kg당 100만~200만 개에 비해 몇 백배 많은 용량을 투여한 것으로 보통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생각해보면 이유는 간단하다. 골수유래 세포들은 오래 배양되지 않는다. 배양된 중간엽 세포더라도 보통 크기가 작아 1ml에 25억~30억개가 존재한다. 이렇게 보면 잘 배양된 중간엽 줄기세포 0.1ml(100µl)에 해당해 다른 시험과 별반 다르지는 않다. 보통 중간엽 줄기세포는 직경이 골수 유래세포의 3~4배에 달하는데 1ml이면 수 천만 개 정도이다.

흥미롭게도 한 연구에서는 사구체 여과율이 15~60ml 범위에 속하는 만성 신부전 환자에게 영상중재시술로 신동맥에 직접 줄기세포를 주입했다. 이 시험의 독특한 점은 영상중재시술로 신동맥에 직접 투여한 것 외에도 세포 투여 용량을 세포의 무게로 표시한 것이다. 체중 1kg당 100㎍이니 세포의 비중이 1.05근처인 것을 감안하면 대강 95㎍/kg이다. 이는 결국 부피를 의미하는데 세포의 수보다 부피가 치료 효과에 더욱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줄기세포의 특성으로 추가된 측 분비효과는(paracrine effects) 세포의 규모에 비례해 커진다. 이 때 세포의 수 보다는 부피나 무게가 효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제가 내재돼 있다. 이는 혈액 유래 줄기세포를 사용해 크기가 일정하지 않아 세포의 수가 객관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세포 부피에 대한 중요성을 3~4년 전부터 이미 인식하고 임상 시험에 반영한 것으로 상당히 선도적인 연구로 평가된다.

어떤 연구는 심장 수술과 관련된 혈류 감소로 인한 급성 신부전증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이러한 급박한 상황에서는 자가 줄기세포를 준비할 여유가 없어 타인의 줄기세포를 사용한다.

심장 수술 중이거나 이미 개흉한 수술 상황에는 대동맥의 접근이 수월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정맥에 투여해 폐를 거쳐 전신으로 돌아오는 것 보다는 대동맥에 직접 투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 결과 이 방식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 그룹은 3~6개월 후 검사에서 치료를 받지 않은 그룹에 비해 월등히 좋은 효과가 나타났다.

과거 미세 혈관 수술에 매진하던 공중보건의 시절 지방 병원에서 여러 명의 동정맥류(A-V shunt) 형성술을 한 경험이 있다. 외과에서는 현미경 수술을 하지는 않지만 마침 그 병원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던 신경외과용 수술 현미경이 있었다.

이 수술은 만성 신부전증 중 투석을 하기 위한 수술이다. 큰 혈관들이 없어 투석을 못하거나 이미 이 수술을 받았는데 막힌 경우 시행한다.

재수술이 어려워 결국 미세 수술이 필요해 멀리 있는 지방 병원까지 찾아온 환자들이 많았다.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주요 성인 질환 중 신부전증이 가장 두려운 질병일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한국의 만성 신부전증 유병률은 6.3%라고 한다. 이는 상당한 수준이다. 특히 연령이 증가할수록 유병률이 증가해 60대는 12%, 70대 이상은 26.5%가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다.

신부전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당뇨병이다. 당뇨병성 신부전은 보통 당뇨병 발병 후 10~15년 후에 서서히 발생한다. 인슐린 의존성 당뇨병 환자의 20~40%, 비의존성 환자의 10~20%가 당뇨병성 신부전을 겪고 있다.

고혈압 역시 만성 신부전증을 악화시킨다. 또한 만성 신부전증으로 인해 혈압이 높아지기도 한다. 따라서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있는 사람, 혹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와 신장학회는 만성 신부전증 예방과 관리를 위해 다음과 같은 9대 생활 수칙을 발표했다.

1. 음식은 싱겁게 먹고 단백질은 가급적 섭취를 줄인다.
2. 칼륨이 많은 과일과 채소의 지나친 섭취를 피한다.
3. 콩팥의 상태에 따라 수분을 적절히 섭취한다.
4. 담배는 반드시 끊고 술은 하루에 한 두잔 이하로 줄인다.
5. 적정 체중을 유지한다.
6. 주 3일 이상 30분에서 1시간 정도 적절한 운동을 한다.
7. 고혈압과 당뇨병을 꾸준히 치료한다.
8. 정기적으로 소변 단백뇨와 혈액 크레아티닌 검사를 한다.
9. 꼭 필요한 약을 콩팥 기능에 맞게 복용한다.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은 누구?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이미지 확대보기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은 1991년 성형외과 전문의로 의료계에 발을 내디딘 후 지방 성형을 자주 접하면서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대량 지방이식을 시작했다. 특히 전문의로서 지방조직을 연구하던 중 의대에서 배운 것과는 다소 다른 지방이식에 관한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줄기세포치료의 발전과 보급을 위해 2007년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를 설립, 동료 의사들과 함께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