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각한 저출산 문제로 인한 이른바 ‘인구절벽’ 추세를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주도하고 있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으나 유로존도 예외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헝가리, 체코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유럽 대륙 전체에 걸쳐 출산율이 죄다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연합(EU) 통계국, 즉 유로스태트가 지난 2010년부터 2021년까지 27개 EU 회원국의 출산율 추이를 분석해 최근 내놓은 결과다.
이탈리아 출산율 가장 큰 폭 하락
유로스태트에 따르면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 나라는 지중해와 접한 이탈리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1인당 자녀 수를 기준으로 출산율을 파악한 결과 이탈리아가 1.3명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최악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출생률을 기준으로 본 결과에서도 이탈리아는 지난 2021년 기준으로 6.8명을 기록해 유로존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과 2021년 사이 출생률 변화를 추적한 결과에서도 이탈리아는 14.4%나 출생률이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스페인의 출산율도 1.3명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나 이탈리아와 함께 유로존에서 저출산 문제가 가장 심각한 나라로 꼽혔다.
2010년과 2021년을 비교할 경우 북유럽의 핀란드가 21.9%나 하락해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인 가운데 아일랜드가 -17.1%, 스웨덴이 -15.7%, 룩셈부르크가 -15.3%, 벨기에가 -14%, 스페인이 -13.1%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유로존 전체적으로 -9.1%의 출생률 하락이 이 기간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유로스태트는 “유로존 국민 3명 가운데 한 명꼴로 인구가 감소하는 나라에 살고 있는 셈”이라면서 “특히 지중해와 접한 나라와 동유럽 국가들에서 출산율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파격적 출산장려정책 편 헝가리 출생률 27%나 증가
다만 이같은 추세 속에서도 헝가리, 독일, 체코에서는 출산율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헝가리의 경우 여성 1인당 자녀 수가 2010년 1.25명에서 2021년 1.59명으로, 체코의 경우 1.51명에서 1.83명으로, 독일의 경우 1.39명에서 1.58명으로 각각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기간 중 출생률 증가 추이로 보면 헝가리가 27% 증가해 으뜸을 차지했고 체코가 21% 늘어 2위, 독일이 14% 올라 3위를 기록했다.
특히 헝가리의 출산율이 유독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신혼부부에게 2년간 수당을 주는 정책 △4명 이상 자녀를 둔 여성에게 평생 소득세를 면제하는 정책을 비롯해 자녀 수에 따라 세금을 줄여주는 정책 △1명 이상 자녀를 출산한 경우 대출이자를 면제해 주는 정책 △3명 이상의 자녀가 있는 가정에 대해 자동차 구매 비용을 지원해 주는 정책 등의 파격적인 출산 장려 정책을 4번째로 집권 중인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적극적으로 펴온 것이 주효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