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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A급 게임, 존폐 위기…BM 혁신 머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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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A급 게임, 존폐 위기…BM 혁신 머지 않아"

매튜 카치 '세이버 인터랙티브' 대표, 외신 인터뷰 중 발언
게임업계, 범세계적 위기…'작은 게임'들이 오히려 성공해

게임업계 전반에 걸쳐 '세계적 위기'가 왔다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제기된다. 특히 AAA급 게임 생태계의 경우 업계 전반에 걸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지는 유비소프트가 2월 16일 출시한 AAA급 게임 '스컬 앤 본즈'. 사진=유비소프트이미지 확대보기
게임업계 전반에 걸쳐 '세계적 위기'가 왔다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제기된다. 특히 AAA급 게임 생태계의 경우 업계 전반에 걸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지는 유비소프트가 2월 16일 출시한 AAA급 게임 '스컬 앤 본즈'. 사진=유비소프트
"게임 개발 비용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패키지 게임 가격에 대한 게이머들의 심리적 저항선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당장 우리도 70달러(약 9만6000원)에 게임을 사는 것도, 심지어 파는 것도 원치 않는다. AAA급 게임 개발 생태계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있으며 업계 전반에 걸친 비즈니스 모델(BM) 변화가 머지 않았다고 본다."

'메트로'와 '킬링 플로어', '인서전시' 등 유명 IP들을 보유한 미국 게임사 세이버 인터랙티브의 창립자로 20년 넘게 회사를 이끌고 있는 매튜 카치(Matthew Karch) 대표가 최근 영국 매체 게임즈인더스트리(Games Industry)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게임업계에 범세계적 위기가 왔다는 주장은 최근 몇 해 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다. 세계적인 게임사들이 코로나 종식 이후로 앞다퉈 인력 감축, 프로젝트 취소, 자회사 분리 등 구조 조정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이버 인터랙티브 역시 올 3월, 최근 유럽 대형 게임사 엠브레이서 그룹으로부터 5억달러(약 6800억원)에 개인 투자자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매각되는 형태로 분리 독립했다.

매튜 카치 대표는 "5년 전만 해도 '대작 게임'이 연달아 출시되는 것을 모든 이들이 숨 죽이고 기다리는 것이 보편적이었지만, 이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게임'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며 "당장 올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부터 '신규 대작 품귀 현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 정보 공개 사이트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등록된 매튜 카치(Matthew Karch) 세이버 인터랙티브 대표의 프로필 이미지. 사진=크런치베이스이미지 확대보기
기업 정보 공개 사이트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등록된 매튜 카치(Matthew Karch) 세이버 인터랙티브 대표의 프로필 이미지. 사진=크런치베이스

카치 대표가 '저렴한 게임'의 예시로 든 게임은 오픈월드 생존 어드벤처 '발헤임'과 '팰월드', 이용자 협력 슈팅 게임 '헬다이버스 2' 등이 있다. 이들은 각각 스팀에서 한화 기준 2만500원, 2만8800원, 4만4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반면 유명 게임사들이 내놓은 AAA급 게임들을 살펴보면 미국 리뷰 사이트 메타 크리틱에서 이용자 평점 6.2점(10점 만점 기준)을 기록한 캡콤 '드래곤즈 도그마 2', 평론가 평점 76점(100점 만점)으로 다소 혹평을 받은 코에이 테크모 '라이즈 오브 더 로닌' 등 흥행으로 보기엔 미묘한 성과를 거둔 게임들이 적지 않다.

특히 유비소프트의 경우 올해 대형 신작 '페르시아의 왕자: 잃어버린 왕관'과 '스컬 앤 본즈'가 연달아 흥행 불발되며 위기에 처했다. 유비소프트는 최근 글로벌 구조조정의 여파로 한국 지사 폐쇄를 결정하기도 했다.

국내 게임업계도 상황은 대체로 비슷하다. 온라인·모바일 게임에 치중된 BM에서 벗어나 콘솔 시장까지 공략하자는 담론이 활성화됐고, 실제로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나 네오위즈 'P의 거짓' 등 성과를 거둔 사례도 나왔다. 그러나 이들 역시 스팀 판매가는 각각 2만4000원, 6만4800원으로 AAA급 게임으로는 분류되지 않는 편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헬다이버스 2', 포켓페어 '팰월드', 넥슨 '데이브 더 다이버', 네오위즈 'P의 거짓'. 사진=각 사이미지 확대보기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헬다이버스 2', 포켓페어 '팰월드', 넥슨 '데이브 더 다이버', 네오위즈 'P의 거짓'. 사진=각 사

'언리얼 엔진'의 에픽게임즈와 더불어 세계 양대 게임 개발 엔진 기업으로 꼽히는 유니티는 올 3월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GDC) 2024에서 이에 관해 "경제적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가운데 많은 업체들이 '플랫폼 확대'를 목표로 투자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2023년 자료 기준으로 2년 전인 2021년 대비 멀티 플랫폼 게임이 40% 가량 많이 개발됐다는 것이다.

콘솔 게임 플랫폼 플레이스테이션(PS) 운영사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소니IE)는 최근 회사의 목표로 2년 안에 '라이브 서비스 게임(온라인 게임) IP 10종 확보'를 목표로 제시했다. PS의 라이벌인 엑스박스(Xbox) 운영사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핵심 목적으로 '모바일 게임 라인업 확보'를 제시했다.

지난해 9월, MS가 액티비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맞붙었던 소송 중 MS 측의 기밀 문서 일부가 법원 플랫폼을 통해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게임 전문 외신 폴리곤·코타쿠 등에 따르면 당시 유출된 내용 중에는 MS가 AAA급 게임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본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르면 필 스펜서(Phil Spencer) MS 게임사업부 대표는 내부 e메일을 통해 "스팀과 Xbox 스토어, PS 스토어 등 디지털 유통망의 확대로 게임 유통 민주화, 개발자와 소비자의 가까운 소통이 가능해졌다"며 "AAA급 게임 퍼블리셔들은 이러한 변화에 미처 대응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AAA급 게임사들은 시대의 변화에 '개발 규모 거대화'로 대응하려 했으나 이는 신규 IP 창조를 위한 도전 의식을 약화시켰고 결국 소규모 독립 스튜디오와의 경쟁에서 밀려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신규 IP가 다양하게 발굴된다는 점은 게임업계 전반에 있어선 긍정적 신호이나, 이와 별개로 대형 게임사들은 불안정한 위치에서 어려운 경쟁을 이어나가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