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美, 금리 인하해도 상업용 부동산 위기 해소 불가...연쇄 부도, 폭탄 세일 예고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비즈

공유
3

[초점] 美, 금리 인하해도 상업용 부동산 위기 해소 불가...연쇄 부도, 폭탄 세일 예고

연말까지 1조 달러 대출금 상환 만기 도래, 파월 의장도 현재 위기 몇 년 갈 것 경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시를 비롯한 대도시의 일부 상업용 빌딩이 대출금 상환 불능 사태로 연쇄 부도 위기를 맞았다. 사진=LAT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시를 비롯한 대도시의 일부 상업용 빌딩이 대출금 상환 불능 사태로 연쇄 부도 위기를 맞았다. 사진=LAT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중순부터 연쇄 금리 인하를 단행해도 미국 상업용 부동산(CRE) 위기를 해소하기에는 이미 시간이 늦었으며 대출금 상환 만기에 이른 일부 빌딩은 부도 처리 또는 폭탄 세일 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다고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미 연준이 금리 인하 준비를 하고 있으나 일부 업무용 빌딩에는 그 효과가 미미하고, 시간도 이미 늦었다”면서 “투자자, 은행, 건물 소유주는 일부 상업용 빌딩의 가격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는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곧 대폭 할인된 가격에 빌딩을 연쇄 매각하는 사태를 예고하고 있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의회 청문회 증언을 통해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향후 몇 년 내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올해 연말까지 상환해야 할 상업용 부동산 대출금이 약 1조 달러(약 1340조 원)에 달하며 이 중 일부는 더욱 높은 금리로 재융자를 받아도 이는 시한폭탄의 폭발 시점을 늦추는 효과를 내는 데 그칠 것이라고 폴리티코가 짚었다. 미국 모기지은행가협회(MBA)에 따르면 올해 상환 만기인 상업용 부동산 대출금은 약 9300억 달러이고, 이 대출 기관의 70%가량이 지역 은행이나 중소 은행이다. 이들 은행은 대형 은행과 달리 자산 적립금이 많지 않아 상업용 부동산이 부도나면 동반 도산할 위기에 처해 있다.

미국에서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는 약 3조 달러이고, 이런 대출에 가담한 은행이 전체의 98%에 달한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금의 만기가 도래하면 가격 상승을 기대하면서 상환 연장을 하거나 재융자를 통해 시간 벌기를 시도할 수 있다. 그렇지만,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국 은행들은 상업용 빌딩에 대한 대출을 급격히 줄이고 있다. MBA에 따르면 지난해에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47%가 감소했다.
상업용 부동산 중에서 사무용 빌딩이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현재까지 미상환 상태인 4조7000억 달러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금 중에서 사무용 빌딩이 약 7400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 데이터 기업 트랩(Trepp)에 따르면 지난 7월에 부도 처리된 사무용 빌딩 대출금은 19억 달러로 채무 불이행 비율이 2013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8%를 넘었다. 트랩은 채무 불이행 상업용 부동산 대출금의 3분의 2가량을 사무용 빌딩이 차지했다고 밝혔다. 폴리티코는 미국 사무용 빌딩의 4분의 3가량이 건물주의 지분 통합이 없으면 재융자를 받을 수 없다고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부동산 서비스 기업 존스랑라살(JLL)은 내년 말까지 상업용 부동산이 상환해야 할 대출금이 1조5000억 달러에 달하고, 이 중 25%는 차환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위기 속에 월가의 주요 금융회사들이 부실 대출채권을 은밀히 매각하며 손실 처리에 나서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이들 금융회사는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면서 해당 자산을 손실 처리하기 시작했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NYT는 대출채권 매각 조치는 은행권의 '만기 연장 후 문제없는 척하기(extend and pretend)' 전략이 한계에 다다랐으며, 상업용 업무용 건물을 소유한 차입자들이 채무 불이행에 들어갈 것임을 일부 대출 기관이 마지못해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