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로고프 교수, "트럼프 감세·관세 정책과 국회 방만한 예산안 어우러져, 앞으로 10년 9조 달러 빚 늘 전망" 경고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하버드대학교의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 교수는 최근 펴낸 책 '우리의 달러, 당신의 문제(Our Dollar, Your Problem)'에서 미국의 현 화폐 정책이 "내 인생 최악"이라며 현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금융위기나 물가 급등, 또는 둘 다 일어날 가능성이 50%를 넘는다고 짚었다.
로고프 교수는 의회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017년 감세안을 다시 이어가고 새로 내놓은 모든 감세안을 법으로 만들면서 쓰는 돈을 줄이지 않을 경우, 앞으로 10년 동안 나라 빚이 9조 달러(약 1경 2586조 원)까지 불어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런 일이 벌어지면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에 견줘 역사상 가장 큰 돈 부족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미국의 빚에 대한 이자 내는 돈은 해마다 1조 달러에 가까우며, 이는 미국의 모든 국방비보다 많은 수준이다. 로고프 교수는 "이것이 미국의 빚 부담을 위험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하며 특히 "이자율이 수십 년 동안 내려가다가 역사에 비춰 보통 수준으로 올라섰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내다봤다.
◇ 화폐 기준 위치 약화 위험, 여야 모두 무모함과 정치력 부족 심각
로고프 교수는 미국 달러의 화폐 기준 위치가 약해지는 까닭으로 미국의 화폐 정책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요인도 짚었다. 그는 "다른 나라들은 늘 달러의 높은 위치를 못마땅하게 여겨 왔으며, 특히 미국이 달러를 무기처럼 쓰기 시작했을 때 더욱 그랬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이 수십 개국에 혼자서 제재를 가하는 방식이 달러의 특별한 위치 덕분에 효과를 냈지만, 이 때문에 유럽, 중국, 러시아 등 거의 모든 큰 나라들이 달러에 덜 기대려고 조용히 애쓰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로고프 교수는 "달러의 역할은 대개 훌륭하고 안정되며 예측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한 우리의 이름, 정치 압력에서 벗어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홀로서기, 세계 최강 나라로서의 믿음직함에서 나온다"며 "이 모든 것을 버리고 달러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바랄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화폐 정책의 문제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고 짚으며 "수십 년 동안 공화당이 세금을 깎고 민주당이 쓰는 돈을 줄이지 않는 무모함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특히 "지난 25년 동안 GDP에 견줘 빚 비율이 늘어난 대부분이 세금 깎기 정책 탓"이라고 풀이했다.
로고프 교수는 특히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에게서 위태로워지고 있는 것을 깊이 걱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날마다 공격하고, 연준 의장을 내쫓겠다고 위협하며, 법정에서 홀로 선 기관들의 법에 맞음에 맞서는 첫 번째 대통령이라는 점을 짚었다.
해결책에 대해 로고프 교수는 "메디케어, 사회보장, 국방과 같은 큰 프로그램들을 줄이고 세금을 올리는 것"이라고 내놓았다. 그러나 로고프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지금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오히려 큰 폭의 세금 깎기를 법으로 만들고 있으며, 국방비도 늘리는 중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국방비 13% 증액안이 통과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로고프 교수는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운이 좋았다"며 그 덕분에 눈에 띄는 비용 없이 돈 부족을 늘릴 수 있었지만, 지금의 화폐 정책은 멍청하다. 내 인생 최악이다"라고 강하게 꼬집으며 "우리의 운이 다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