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세의 투자 전설 워런 버핏은 최근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밝힌 배경에 노화로 인한 신체적 변화가 있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버핏은 14일(현지시각) WSJ과의 인터뷰에서 "이상하게도 90살까지는 진짜 늙는다는 느낌이 없었다"면서 "그런데 어느 순간 늙기 시작하면서 되돌릴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버핏은 정확히 언제부터 자신이 CEO 자리를 내려놓기로 마음먹었는지 꼬집어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그는 자신이 지목한 후계자 그레그 아벨이 매일 얼마나 활기차게 일하는지를 지켜보며, 자신의 일상이 점점 느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마법 같은 순간은 없었다"면서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늙었다는 걸 깨닫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오는 8월이면 95세가 되는 ‘오마하의 현인’은 신문을 읽을 때 시력이 흐릿해지고, 가끔 사람 이름이 기억나지 않으며, 균형 감각도 드물게 흐트러지는 등 노화의 징후가 나타났다고 털어놨다.
수십 년간 미국 금융과 산업계에서 버핏이 차지해 온 위상은 압도적이었다. 그만큼 버핏을 대체할 인물이 누구일지는 오랜 시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과 시장의 큰 궁금증이었다.
그러나 90세를 넘기며 버핏도 결국 대다수 사람이 더 일찍 받아들이는 삶의 진실인 '노화'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버핏과 아벨은 점점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고, 이는 결국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로 이어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버핏은 지난 3일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에 CEO직에서 올해 12월 물러나겠다는 계획을 전격 발표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그는 후임 CEO로 그레그 아벨을 지명했고, 자신은 버크셔 이사회 의장직을 계속 유지할 예정이지만, 그 역할에 대한 별도의 일정은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버핏은 한때 파산 위기에 몰렸던 뉴잉글랜드의 직물공장을 60년 만에 가이코 보험부터 철도회사까지 아우르는 초대형 복합기업으로 키워냈다. 그리고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가 사상 최고치 부근에 있는 시점에 시가총액 약 1조2000억 달러에 달하는 초우량 기업의 경영권 바통을 넘긴다.
버크셔 해서웨이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비보험 부문 부회장인 에이블을 오는 2026년 1월1일부터 CEO 겸 사장으로 임명하기로 의결했다.
버핏은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투자 판단을 내리는 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며, 시장이 불안할 때 더 빛나는 투자자 본능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20년, 40년, 60년 전과 비교해 같은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버핏은 이어 "시장에 공황이 오면 내가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나는 가격이 떨어지거나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 겁먹지 않는다. 그것은 나이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버핏은 60년 만에 CEO직을 사임하지만, 계속 일할 뜻도 밝혔다.
그는 "건강에는 아무 문제가 없고, 매일 기분도 좋다"며 "지금도 사무실에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고, 그들도 나를 꽤 좋아해 주니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핏은 또한 후임자인 아벨에 대해 "뛰어난 경영자이자 유능한 협상가"라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적임자"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