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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대법원, '외국인 적법' 통한 추방에 제동…트럼프 행정부 계획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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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대법원, '외국인 적법' 통한 추방에 제동…트럼프 행정부 계획 차질

미국 워싱턴DC의 연방대법원 청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워싱턴DC의 연방대법원 청사. 사진=로이터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외국인 적법(Alien Enemies Act)’을 근거로 한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의 강제추방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미 대법원은 전날 트렌 데 아라과라는 폭력조직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텍사스주에서 구금 중인 베네수엘라인들을 엘살바도르 테러범 전용 교도소로 송환하려는 행정부의 계획에 대해, 하급심 판단이 끝날 때까지 임시 중단 조치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안은 제5연방항소법원으로 돌려보내져 이주민들에게 충분한 절차 보장이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이번 결정은 행정부가 전시 상황에서 외국 적국 국민을 추방할 수 있도록 한 1798년 제정법을 평시에도 적용하려는 시도에 법원이 제동을 건 첫 사례다. 당시 이 법은 미국이 실제로 전쟁을 벌이거나 침략을 받은 상황에서만 적용돼왔으며 이처럼 특정 조직과 연계된 외국 국적자들을 대상으로 집단 추방을 시도한 경우는 드물었다.
보수 성향의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과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알리토 대법관은 “이 단계에서 대법원이 개입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명령문에는 이들이 처한 위험성이 특히 심각하다고 명시됐다. 대법원은 실제로 지난 3월 메릴랜드주의 킬마르 아르만도 아브레고 가르시아가 잘못된 절차로 추방돼 엘살바도르 테러범 전용 교도소에 수감된 사례를 들며 “이같은 상황에서 단 하루 전 영어 공지문만으로는 헌법이 보장한 절차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대법원이 우리나라의 범죄자를 쫓아내는 일을 막고 있다”며 “매우 나쁘고 위험한 날”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주민 측을 대리한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리 겔런트 변호사는 “이번 결정으로 더 이상 아무도 몰래 엘살바도르 감옥으로 보내지지 않을 것”이라며 “평시 상황에서 정당한 절차 없이 전시법을 동원한 점은 중대한 헌법 쟁점”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텍사스 애빌린에 위치한 이민구치소에서 시작됐다. 트렌 데 아라과 조직과 연계됐다고 지목된 베네수엘라인 176명이 추방 통보를 받은 직후 ACLU는 이 중 2명을 대표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후 대법원이 긴급 심리를 통해 추방 정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미 법무부는 이들이 폭력 위험이 높고 일부는 구금시설 내에서 감시관을 위협하거나 설비를 파손하는 등 위험한 행동을 했다고 주장하며 “미국 내에서 즉각 추방해야 할 범죄 조직원”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별개로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보당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추방 근거로 제시한 ‘베네수엘라 정부와 트렌 데 아라과의 연계’ 주장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국가정보국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는 지난 2월 작성된 평가보고서에서 “베네수엘라 정부가 조직을 직접 지휘하거나 미국 내 활동을 조율한 흔적은 없다”고 판단했으며 미 연방수사국(FBI) 만이 일부 연계 가능성을 주장했으나 대부분의 정보기관은 이를 신뢰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후에도 해당 보고서를 수정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논란에 휘말렸으며 보고서를 작성한 마이클 콜린스 위원장은 결국 보직에서 해임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