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국채 수요 약화, 일본·미국 채권시장 흔들려

◇ 일본 40년물 국채 응찰 저조...장기 금리 급등
일본 재무성은 최근 40년 만기 국채를 내놓았다. 응찰률은 2.21로,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았다. 지난 3월 입찰 때 2.92였던 것과 견주면 크게 줄었다. 이로 인해 4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9%포인트 올라 3.375%에 이르렀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도 0.10%포인트 올라 2.914%를 기록했다. 40년물 금리는 최근 3.675%까지 오르며 최고치에 다가섰다.
일본 보험사 등 주요 투자자들이 국채 평가손이 600억 달러(약 82조3000억 원)에 이르면서, 추가로 사들이기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일본 재무성은 앞으로 장기물 발행을 줄이고, 단기물을 더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미국 국채시장도 영향...장기 금리 오름세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외 자산을 가진 나라다. 지난해 기준 순대외 자산이 533조 엔(약 5037조 원)에 이른다. 금융권에서는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 등 해외 자산을 팔고 본국으로 돈을 옮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미국 국채 금리가 더 오르고,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미국과 일본 등 주요 나라 정부가 빚을 더 내고, 중앙은행이 돈줄을 조이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장기 금리가 오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은 최근 기준금리를 4.25~4.5%로 묶어두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많다.
한편 시장에서는 일본 국채시장 불안이 세계 채권시장 전반에 위험 신호를 보낸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일본 재무성이 장기물 발행을 줄이고 단기물로 바꾸면, 단기 금리는 내리고 장기 금리는 불안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일본 국채시장 불안이 미국 국채 금리 오름세와 세계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지만,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대거 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일본의 미국 투자 비중은 주로 주식 등 위험자산에 쏠려 있고, 미국 국채 보유는 두 나라의 전략적 관계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일본 40년 만기 국채 입찰 부진과 금리 오름세는 세계 채권시장에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 시장에서는 일본과 미국 등 주요 나라의 재정과 돈풀기 움직임,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을 눈여겨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