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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이란 핵무장 판단 두고 정보당국과 엇갈려…내부 분열 표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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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이란 핵무장 판단 두고 정보당국과 엇갈려…내부 분열 표면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두고 공격 여부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미국 정보당국과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정치권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NBC뉴스가 1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이 몇 주 안에 핵무기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지만,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기존 입장을 유지한 채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결정하지는 않았다"는 평가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우라늄 농축은 진행됐지만 무기화 결정은 없어"


NBC뉴스는 민주당 소속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과 정보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난 3월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이 의회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란은 민간 목적을 넘는 수준으로 농축된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지만 핵무기 제조를 위한 구체적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워너 의원은 “이번 주에도 정보당국으로부터 같은 평가를 재확인받았다”고 밝혔다.

개버드 국장은 지난 3월 미 의회 증언에서 “이란이 농축한 고농축우라늄의 양은 민간 목적에는 과도하지만 무기화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면서 “핵무기 개발 여부는 최고지도자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정면 반박하며 "그녀가 뭐라고 했든 상관없다. 이란은 핵무기에 매우 근접해 있다"고 주장했다.

◇ 이스라엘·공화당 매파와 엇갈린 해석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최근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란은 수개월 내 핵무기 실험 장치를 확보할 수 있는 비밀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스라엘은 지난주부터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습을 단행해 농축시설과 금속전환연구소 등을 파괴했으며 일부 핵과학자들을 제거하고 미사일 관련 시설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대한 불만과 분열이 노골화되고 있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최근 팟캐스트에서 “이번 전쟁에 휘말린다면 트럼프 지지자 연합이 붕괴할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린지 그레이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는 미국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라며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 "이란은 몇 주 내 핵무기 가능" vs "실제 개발에는 수개월 소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60% 농축 우라늄을 400㎏가량 보유 중이며 이론상 이를 90%까지 농축하면 최대 10개의 핵무기 제작에 필요한 핵물질 확보가 가능하다는 게 미 정부의 분석이다.

그러나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최근 CNN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이란이 핵무기를 위해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무기급 핵물질을 확보하는 데 몇 주면 충분하지만 실제 핵탄두로 조립해 발사 가능한 무기로 완성하려면 수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이란 핵 위기와 관련해 미국이 개입할 경우 2028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대선 유세 중 “중동의 안정을 신속하게 회복시키고 세계 평화를 다시 세울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이란과의 무력 충돌 여부를 두고 ‘개입주의자’와 ‘고립주의자’ 사이에서 선택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드러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