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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장기국채’ 쏠림… 자본 줄어드는 역효과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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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장기국채’ 쏠림… 자본 줄어드는 역효과 ‘경고음’

금리 떨어질수록 부채 평가액 불어나
장기채 매입, 할인율 낮춰 자본 감소
전문가, 해외투자·환헤지 유연성 높여야
보험사들의 국채편중 심화로 오히려 자본이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보험사들의 국채편중 심화로 오히려 자본이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보험사들이 금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장기국채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의 투자재원은 한정돼 있어 국채 비중이 커질수록 해외투자나 기업대출 등 다른 투자로 돌릴 자금이 줄어든다. 금리 하락기에 국채 쏠림이 심해지면 장기금리가 더 내려가 부채 평가액이 늘고, 결과적으로 자본이 줄어드는 역효과까지 낳을 수 있다는 우려다.

23일 보험업계와 보험연구원 등에 따르면, 최근 보험사들은 금리 하락과 ‘자산·부채관리’(ALM) 목적의 장기국채 매입을 늘리면서 해외나 기업대출 등 다른 투자 여력이 위축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지난해부터 시장금리 하락과 금융당국의 할인율 현실화 방안 시행으로 부채 평가액이 급증하자, 자산과 부채 간 금리 민감도 차이를 줄이기 위해 장기국채 매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보험사들은 지난 9월 말 기준 잔존 만기 30년 이상 국고채를 3조5476억 원 순매수했다. 지난 6월 말 3조1000억 원가량 순매수한 뒤 7월과 8월 각각 2조541억 원, 2조387억 원을 사들이며 3분기 내내 2조 원대 규모의 순매수를 유지하다가, 9월 말 들어 매수 규모를 다시 늘렸다. 9월 순매수 규모는 지난 4월(3조7351억 원)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수준이다.

2025년 6월 말 기준 보험업권 전체 운용자산 중 국·공채 비중만 무려 29%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채권시장에서 장기물이 국채 중심으로 형성된 상황에서, 금리 하락에 대응한 보험회사의 장기채 수요 증가가 금리 기간구조의 평탄화를 심화시키고 그 결과 부채 증가에 따른 자본 감소를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보험사의 대규모 국채 매입이 장기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춰 부채 평가 시 적용되는 할인율까지 떨어뜨리고, 결국 부채의 장부상 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자본이 줄어드는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보험사들은 국내 장기채 시장이 협소해 대체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여전히 국채 중심 운용을 선호하고 있다.

장기국채 편중은 금융시장뿐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국채에 자금이 묶이면 인프라·부동산·기업대출 등 생산적인 투자로 자금이 흘러가지 못해 산업 활력이 떨어지고, 보험산업의 연금·저축성보험 경쟁력과 노후소득 보장 기능도 약화된다.

실제 생명보험사의 해외투자 규모는 2019년 109조 원에서 2023년 87조 원으로 줄었고, 손해보험사 역시 같은 기간 36조 원에서 34조 원으로 감소했다. 2024년 들어 금리 인하 전환으로 일시적 반등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정점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채 투자의 대안으로 해외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외 장기투자시장은 회사채·인프라·부동산 등 대체투자가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발달해 있어, 국내 장기금리 왜곡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연구원은 ‘보험회사 해외투자 동향 및 영향 요인’ 보고서를 통해 “현행 K-ICS 체계에서는 부채평가 할인율이 하락할수록 장기국채 매입 유인이 커지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 제도 개편 없이는 해외투자 확대가 근본적으로 제한적”이라며 “보험사의 자산운용이 안전자산 위주로 고착되면 장기금리 왜곡과 자본 변동성 확대가 반복될 수 있는 만큼, 환헤지 제도 개선과 규제 완화를 통해 투자 다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