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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中 메모리 굴기, 삼성·SK하이닉스 턱밑까지 추격…"기술 격차 1년 미만, 3D D램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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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中 메모리 굴기, 삼성·SK하이닉스 턱밑까지 추격…"기술 격차 1년 미만, 3D D램이 변수"

DDR5 8000Mbps 제품 공개하며 韓 기업 맹추격, 2026년 월 27만 장 양산 체제
시장선 "수급 밸런스 붕괴 없을 것" 분석 제기, 수요 증가분이 공급 확대 상쇄 전망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DDR5 8000Mbps 제품을 앞세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빠르게 추격하며 기술 격차가 1년 미만으로 좁혀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6년 월 27만 장 규모 양산 체제 전환을 예고한 가운데, 3D D램 기술이 향후 경쟁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DDR5 8000Mbps 제품을 앞세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빠르게 추격하며 기술 격차가 1년 미만으로 좁혀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6년 월 27만 장 규모 양산 체제 전환을 예고한 가운데, 3D D램 기술이 향후 경쟁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창신메모리(CXMT)가 범용 D램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1년 미만으로 좁히며 맹렬한 추격전을 전개하고 있다. CXMT는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IC 차이나 2025' 전시회를 통해 차세대 프리미엄 D램 제품군을 대거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물량 공세가 글로벌 D램 수급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지만, 시장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CXMT의 생산 능력 확대가 글로벌 수요 증가세와 맞물려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신중한 분석도 나온다.

2일(현지시각) 디지타임스 아시아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등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CXMT는 2025년부터 하이엔드 기술 개발로 전략을 급선회하며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내에 다수의 차세대 제품을 선보였다. 이번에 공개된 제품 라인업에는 고성능 DDR5 및 LPDDR5X와 다양한 모듈 제품 등 총 7종의 하이엔드 D램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중국이 단순히 중저가 제품 양산에 머무르지 않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프리미엄 메모리 시장 진입을 본격화했음을 시사한다.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CXMT가 선보인 DDR5 제품의 전송 속도는 8000Mbps에 달한다. 이는 이전 세대 대비 성능이 25% 향상된 수치로, 한국 공급사들의 최신 제품 성능에 근접한 수준이다. 칩당 용량 역시 24Gb를 구현해 최신 서버 및 CPU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할 수 있는 사양을 갖췄다. CXMT는 이러한 기술적 성과를 바탕으로 2026년부터 서버, PC, 고성능 스마트폰용 DDR5 및 LPDDR5X의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초기 월간 생산 능력(CAPA)은 웨이퍼 기준 약 27만 장으로 추산된다. 이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생산량의 40~50% 수준에 불과하지만, 글로벌 공급망과 가격 결정 구조, 그리고 전반적인 수급 상황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한 규모로 평가받는다.

CXMT 대변인은 이번 신제품 출시에 대해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중요한 대안을 중국에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 전문가들은 CXMT의 기술 로드맵이 가속화되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비록 수율 안정화와 대량 양산 능력에 대한 검증이 남아있긴 하나, 중국 정부의 첨단 D램 개발 정책 지원과 일본·한국·대만 출신의 인재 영입, 그리고 탄탄한 내수 시장의 수요가 결합되어 기술 진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닛케이 아시아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데이터에 따르면, CXMT는 2025년 3분기 기준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8%를 달성하며 세계 4위 업체로 부상했다. 이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1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삼성전자의 286단 적층 기술에 근접한 270단 기술을 확보한 YMTC(양쯔메모리)의 사례와 궤를 같이한다. 시장 컨센서스는 현재 범용 D램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 간의 기술 격차가 1년 미만으로 좁혀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미국 정부의 대중(對中) 수출 규제로 인해 핵심 공정 장비인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 도입이 제한되고 있어, 선단 공정 진입에는 여전히 장벽이 존재한다.

美 제재 속 '3D D램'이 게임 체인저 될까


주목해야 할 변수는 2030년경으로 예상되는 '3D D램' 시대의 도래다. 업계 전망대로라면 3D D램 기술은 기존 미세 공정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EUV 장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 이는 중국 제조사들이 미국의 장비 제재를 우회하여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하고, 한국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더욱 좁힐 수 있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의 D램 및 낸드플래시 분야의 급격한 성장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인재 집적의 결과물이며, 이는 향후 글로벌 기술 경쟁 구도와 공급망, 가격 정책을 재편하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삼성증권 "CXMT 증설, 시장 수급 붕괴시키지 않을 것"


CXMT의 급부상이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우려와 달리, 냉정하고 차별화된 시각도 존재한다. 삼성증권의 마사히로 와카스기 연구원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및 SEMI 데이터를 인용해 CXMT의 확장이 시장의 수급 균형을 무너뜨릴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와카스기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CXMT의 생산 능력은 2026년 4분기 기준 월 26만 장 수준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전체 D램 생산 능력의 약 12%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는 "연간 글로벌 D램 비트(bit) 수요가 통상 15~20%씩 증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CXMT의 생산 능력 확대는 시장이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정상적인 수준"이라며 "이로 인한 공급 과잉 사태는 촉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글로벌 공급이 타이트해질 경우 CXMT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경쟁사 대비 빠른 속도로 생산 능력을 확장하고 있는 CXMT가 가용 D램 공급의 더 큰 비중을 차지하며 2026년 매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또한 와카스기 연구원은 중국의 또 다른 메모리 업체인 스웨이슈어(Swaysure, 월 1만 장 규모)나 대만의 난야 테크놀로지, 윈본드 일렉트로닉스 등 기타 지역 플레이어들의 경우, 2026년 시장 균형에 유의미한 압력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결국 향후 D램 시장의 판도가 한국의 선두 업체들과 추격자 CXMT 간의 점유율 경쟁 및 기술 격차 유지 여부에 따라 좌우될 것임을 시사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