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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가격 사상 최고 60달러 돌파…올해 102% 폭등하며 금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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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가격 사상 최고 60달러 돌파…올해 102% 폭등하며 금 추월

달러 약세·공급 부족·전기차·AI 반도체 수요 폭증 '완벽한 폭풍'
인도 투자 러시에 광산주 365% 급등…전문가 "온스당 50~75달러 전망"
은 가격이 올해 두 배 넘게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 금(59% 상승)을 크게 앞지르는 상승세는 달러 약세, 공급 부족, 전기차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이 복합되었기 때문이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은 가격이 올해 두 배 넘게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 금(59% 상승)을 크게 앞지르는 상승세는 달러 약세, 공급 부족, 전기차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이 복합되었기 때문이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은 가격이 올해 두 배 넘게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 (59% 상승)을 크게 앞지르는 상승세는 달러 약세, 공급 부족, 전기차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이 복합되면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9(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은은 지난 8일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트로이온스당 60달러(88200)를 돌파하며 역사상 처음으로 이 수준을 넘어섰다. 이날 은 가격은 61.20달러(9만 원)까지 치솟으며 하루에만 4.8% 급등했다. 올해 들어 은 가격은 102% 상승해 59% 오른 금을 크게 웃돌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오는 11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최근 은 가격 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금리 인하는 달러 가치를 떨어뜨려 안전자산인 귀금속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달러 약세와 '통화 가치 하락 거래'


달러 약세가 은값 상승의 핵심 동력이다. 달러 가치는 올해 들어 8.5% 하락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과 경쟁국 모두에게 가파른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의 무역 파트너로서 신뢰도가 떨어진 탓이다. 여기에 미국 부채 증가와 인플레이션 우려도 달러 가치 하락을 부채질했다.

경제 컨설팅업체 뉴센츄리 어드바이저의 콜라모어 크로커는 "투자자들이 달러가 예전처럼 안전하지 않다고 여기면서 금과 은 같은 다른 자산을 찾고 있다""정부가 자국 통화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거래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제이피모건 등에서 근무한 독립 컨설턴트 밥 고틀립은 "낮은 금리가 귀금속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금리가 낮아지면 해당 통화 자산의 수익률이 줄어 투자자들에게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관세 위협과 공급 부족 심화


은은 금보다 변동성이 크고 정책 변화에 민감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최근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은을 구리, , 희토류 등과 함께 핵심 광물 목록에 추가하자 관세 부과 우려가 커졌다. 이 목록 추가는 관세 부과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관세 불확실성과 달러 약세는 오랫동안 이어진 은 부족 현상과 맞물렸다. 실버 인스티튜트(Silver Institute)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은의 산업 수요는 지난 4년간 18% 급증했다. 인도가 이제 세계 2위 은 투자 시장으로 떠올랐다.
금융 회사 모니터리 메탈스의 히렌 찬다리아 상무는 "금값이 너무 높이 올라 많은 가구와 소규모 투자자가 더 저렴한 귀금속 가치 저장 수단인 은으로 옮겨갔다""투자와 선물 수요가 전통 장신구 및 은식기 구매와 함께 치솟았다"고 말했다.

공급 측면의 압박도 심각하다. 세계 광산들은 올해 81300만 온스의 은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21년보다 약간 적은 수준이다. 반면 소비는 121000만 온스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18200만 온스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AI 수요가 주도하는 산업용 수요


은의 산업 수요를 이해하려면 그 독특한 위치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찬다리아 상무는 은을 "귀금속과 산업 금속의 교차점"에 있다고 표현했다. 실버 인스티튜트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산업 용도가 전체 은 수요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금은 기술 용도도 있지만 수요의 90% 이상이 장신구, 투자, 중앙은행 매입에서 나온다. 은은 훨씬 저렴하고 흔하다.

실버 인스티튜트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산업 용도가 전체 은 수요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금은 기술 용도도 있지만, 수요의 90% 이상이 장신구, 투자, 중앙은행 매입에서 나온다. 은은 훨씬 저렴하고 흔하다.

전기차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급증이 수요를 이끄는 주요 부문이다. 은은 전기차와 배터리 전반에 쓰인다. 최근 몇 년간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의 전기차 투자 붐이 일었던 시기 은값이 급등한 이유다. AI 반도체에도 은이 사용된다.

고틀립은 "은 시장에는 여전히 근본적인 공급 제약이 있다""매년 수요가 공급보다 크다"고 지적했다.

광산 기업 주가 최고 365% 폭등


은값 상승은 광산 기업들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 최대 은 광산 기업인 캐나다 휘튼 프레셔스 메탈스의 주가는 올해 들어 85% 가까이 올랐다. 세계 최대 은 생산 업체를 자처하는 멕시코시티 소재 프레스닐로는 365% 급등했고, 멕시코 인두스트리아스 페뇰레스는 230%가량 상승했다. 캐나다 광산 복합기업 팬아메리칸 실버는 105% 올랐다.

금속 거래 전문가인 고틀립은 은값이 향후 1년간 온스당 50~75달러(7~11만 원) 사이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오래전에 배운 게 있다""가격을 예측할 때마다 실제 움직임은 예측과 다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투자자도 은 열풍 합류


한국 투자자들도 은 투자 열풍에 가세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를 통한 은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가 최근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온스당 30달러 안팎이던 은 가격이 60달러로 치솟으면서 수익률이 100%를 넘어서자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다만 금융 전문가들은 은 투자 시 유의점을 제시한다. 은은 금보다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실제로 올해 10월 고점을 경신한 후 열흘 만에 13.5% 급락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5~10% 수준에서 분산 투자할 것을 권고한다.

투자 방법도 다양하다. 은 코인이나 바(Bar) 같은 실물 구매, 은행의 은 통장, 증권사를 통한 ETF 투자, 선물 거래 등이 있다. 초보 투자자들은 소액으로 시작할 수 있는 ETF나 은 통장부터 접근하는 게 안전하다.

인도의 수요가 계속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변동성이 큰 귀금속 시장 특성상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장기적 관점을 유지하고, 시장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은 투자에도 중요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