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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부채 39조 달러 육박…"점진적 위기가 가장 위협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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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부채 39조 달러 육박…"점진적 위기가 가장 위협적"

채무 이자 5년새 2배 급증, 연방수입 18% 차지
서서히 진행되는 경제 침체가 가장 위협적 시나리오
미국 국가부채가 39조 달러에 육박하면서 올해 말 40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6가지 위기 시나리오 중 '점진적 위기'가 가장 가능성이 높고 위험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국가부채가 39조 달러에 육박하면서 올해 말 40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6가지 위기 시나리오 중 '점진적 위기'가 가장 가능성이 높고 위험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미국 국가부채가 39조 달러(57115조 원)에 육박하면서 올해 말 40조 달러(58572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6가지 위기 시나리오 중 '점진적 위기'가 가장 가능성이 높고 위험하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4(현지시각) 전했다.

정치권, 재정 위기에 무관심


책임있는연방예산위원회(CRFB)는 최근 미국이 직면할 수 있는 6가지 재정 위기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양당 정치인들은 국가채무 급증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작가 업튼 싱클레어는 "자신의 급여가 어떤 사실을 모르는 데 달려 있다면, 그 사람이 그 사실을 이해하게 만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정치인들이 재정 위기를 외면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려면 증세나 지출 삭감 같은 고통스러운 조치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런 정책이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없어 재선에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정치인들의 급여와 지위는 유권자의 표로 유지된다. 따라서 재정 위기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 자신의 정치 생명을 지키는 길이 된다.

실제로 2016년 예산 전문가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당선자에게 재정 위기 가능성을 20분간 브리핑하려 했으나, 트럼프는 5분 만에 "그때쯤이면 난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 자신의 임기 중에는 위기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단기 정치적 고통 없이는 장기 재정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양당 합의가 형성된 상황이다. 현역 의원들의 재임 기간이 재정 위기 도래 시점과 겹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문제 해결을 다음 세대로 미루는 분위기다.

6가지 위기 시나리오, 점진적 위기가 가장 위협적


CRFB가 제시한 위기 시나리오는 금융위기, 인플레이션 위기, 긴축위기, 통화위기, 디폴트 위기, 점진적 위기 등 6가지다.

금융위기는 투자자들이 미국 재정 전망을 우려해 국채 매입을 위해 급격히 높은 금리를 요구하면서 촉발될 수 있다. 높은 금리는 경제 성장을 둔화시켜 정부 수입을 줄이고 부채 이자 지출을 늘린다. 새 부채에 높은 금리가 적용되면 기존 부채 가치가 하락해 은행과 금융기관 재무제표가 악화된다. 이들 기관이 '파산하기엔 너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가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경기부양 지출을 늘리면서 금융위기는 더욱 악화된다.

인플레이션 위기는 천문학적 부채가 발생 유인이 된다. 정부가 가치 하락한 달러로 채권자에게 원리금을 갚아 기존 부채 가치를 줄이려 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투자자 기대치에 반영되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된다. 부채 이자율이 경제 성장률을 초과하면 위기는 심화된다.
긴축위기는 대규모 증세와 지출 삭감이 갑작스럽게 결합되면서 발생한다. 실업률이 증가하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여력이 거의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보통선거권 시대에 주요 7개국(G7) 경제 중 긴축을 통해 부채를 크게 줄인 사례는 1990년대 캐나다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통화위기는 달러 가치 하락으로 외국 정부와 민간 투자자들이 미국 부채 보유를 다각화하면서 발생한다. 디폴트 위기는 가능성은 낮지만, 정부가 원금은 갚되 이자를 지급하지 않거나 일부 부채 상환을 거부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시나리오다.

부채 이자 5년새 80% 급증


가장 가능성이 높으면서 위험한 시나리오는 점진적 위기다. 2021년 부채 이자가 연방 수입의 10% 미만을 차지했으나, 2025년에는 18%로 증가했다.

점진적 위기는 서서히 진행되면서 국가를 지속적인 경제 침체, 연구개발 투자 감소, 사회 정체, 우수한 이민자의 기업가 정신 약화, 지정학적 영향력 쇠퇴 상태로 몰아간다. 점진적 위기는 국가를 마비시키기보다는 천천히 잠식하기 때문에, 회복을 위한 개혁을 촉발할 만한 결정적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

대신 정치 문화는 더욱 독성을 띠게 된다. 정치 권력을 둘러싼 경쟁이 제로섬 게임처럼 전개되면서, 한 진영의 이익이 곧 다른 진영의 손실이 되는 절박한 투쟁으로 변질된다. 정부는 더욱 강력해지면서도 분열을 조장하고 정당성은 약화된다.

국민들은 정부가 발행하는 화폐를 통해 매일 정부를 만난다. 화폐는 정부가 발행한 통화가 신뢰할 수 있다는 암묵적 약속을 담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모든 위기의 구성 요소다. 인플레이션을 통해 국민들은 매일 화폐가 가치 저장 수단으로 실패하고 있음을 인식한다. 이는 범죄나 사회 혼란만큼이나 대중을 불안하게 만든다. 인플레이션은 무질서다. 조용하지만 어디에나 존재하는 특성이 특히 위협적이며, 모든 사람을 무력하게 만든다.

한국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불가피


미국 재정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재정적자와 정부 부채 급증 우려로 하락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2026년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고착화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 부채 위기가 심화되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미국 금융시장 여건 변화는 한국 환율과 주식 시장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2013년 한국은행 연구에 따르면 미국 금융 여건 악화는 한국 환율과 주가 수익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딜로이트는 2026년 주요 위험 요인으로 미국 정부 부채 지속가능성에 대한 신뢰 상실과 채권시장 혼란을 지적했다. 이는 위험자산 시장 충격으로 이어져 은행 부문과 금융기관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대외 의존도가 높아 미국 경제 충격에 취약하다. 2026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1.8%로 전망되지만, 미국 재정 위기가 본격화될 경우 수출 둔화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성장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 딜로이트는 "보호무역주의 정책 충격 속에 변화되는 교역 질서의 본격적 영향은 2026년에 드러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부채가 초래할 디스토피아적 결과는 언젠가 어디에나 존재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