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세계 4위로 치솟은 독일, 러시아 견제 속 유럽 내부 균열 우려
통합 없는 군사대국화는 경쟁 촉발…‘유럽화된 군사력’이 유일한 해법
통합 없는 군사대국화는 경쟁 촉발…‘유럽화된 군사력’이 유일한 해법
이미지 확대보기유럽은 지금 또 하나의 전환점에 서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각국은 군사력 증강을 서두르고 있지만, 그 중심에 선 국가는 프랑스도 영국도 아닌 독일이다. 한때 유럽에서 가장 군사적으로 억제된 국가였던 독일은 이제 방위비 세계 4위, 유럽 최대 군사 예산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문제는 이 변화가 유럽의 안보를 강화할지, 아니면 내부 균열과 경쟁을 촉발할지 아직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미 외교안보 전문지인 포린어페어즈는 지난 2월6일 게재한 미국의 유럽사 전문가인 리아나 픽스가 쓴 ‘유럽의 새로운 패권국: 독일 파워가 초래할 위험’이라는 제하의 아티클을 통해 독일 재무장이 갖는 구조적 위험과 유럽 안보 질서에 미칠 파장을 집중 분석했다. 이 글은 독일의 군사력 회복이 단순한 방위 강화가 아니라 유럽 전체의 권력 균형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변수라고 경고한다.
억제에서 군사대국으로…되살아나는 독일의 힘
픽스에 따르면 독일의 재무장은 유럽 현대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독일은 2025년 기준 유럽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지출했고, 전 세계적으로는 러시아에 이어 네 번째 규모의 군사 예산을 기록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당시 숄츠 총리가 독일의 외교안보 정책을 국방력 강화와 평화주의 탈피를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이른바‘차이텐벤데’ 선언 당시만 해도 상징적 조치로 여겨졌던 변화는 이제 현실이 됐다. 독일의 연간 국방비는 2029년까지 약 189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며, 이는 2022년 대비 세 배가 넘는 수준이다.
픽스는 이 변화가 유럽 지도자들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결과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러시아의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유럽은 독일의 ‘무기력’보다 ‘부재’를 더 두려워해 왔다. 폴란드 외무장관이 과거 “독일의 힘보다 독일의 무대응이 더 두렵다”고 말했고, 나토 사무총장도 독일에 더 많은 군사적 역할을 주문했다. 이제 독일은 그 기대에 응답하고 있다.
그러나 픽스는 독일이 다시 ‘군사대국’이 되는 순간, 유럽의 집단적 안보는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고 지적한다. 역사적으로 독일의 군사적 부상은 항상 주변국의 불안과 견제를 동반해 왔기 때문이다.
통합되지 않은 힘이 부르는 유럽 내부 경쟁
픽스에 따르면 독일 재무장의 가장 큰 위험은 그 힘이 유럽 차원의 통합 구조 안에 충분히 묶여 있지 않다는 점이다. 독일은 방위비의 상당 부분을 자국 방산업체에 투입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의 경쟁 규정을 우회할 수 있는 ‘안보 예외 조항’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럽 전체의 방산 통합보다는 국가별 군비 경쟁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는 독일이 유럽 최대 군사국으로 부상하는 데 대해 공개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경계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폴란드와 동유럽 국가들 역시 독일의 군사력 증강이 언젠가 자국의 전략적 선택지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품고 있다. 픽스는 최악의 경우 프랑스와 폴란드가 독일을 견제하기 위해 별도의 군사 협력 블록을 구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이러한 경쟁은 러시아 억제라는 유럽의 공동 목표를 약화시킬 수 있다. 유럽 내부가 분열될 경우, 모스크바는 나토의 집단 방위 의지를 시험할 유인을 갖게 되고, 중국 역시 유럽을 경제적으로 흔들 수 있는 여지를 얻게 된다.
극우의 그림자…AfD가 집권할 경우의 위험
픽스는 독일 재무장의 위험이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부상과 맞물릴 경우 훨씬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AfD는 반유럽연합, 반나토 성향이 강하며 러시아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이 정당이 집권하거나 연정의 핵심 세력이 될 경우, 독일의 군사력은 유럽 방어가 아니라 민족주의적 목적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픽스에 따르면 AfD는 독일 군사력을 유럽 통합의 수단이 아니라 독일 단독의 힘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주변국에 대한 압박이나 영향력 행사로 이어질 수 있으며, 과거 마거릿 대처가 우려했던 ‘불안정한 강대국 독일’의 재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AfD가 독일의 외교·안보 정책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독일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하고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유럽 안보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선택이 될 수 있다.
해법은 ‘유럽화된 군사력’
픽스는 독일의 재무장을 되돌릴 수 없다고 전제한다. 유럽은 실제로 더 많은 군사력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독일만큼 이를 감당할 재정 여력을 가진 국가는 드물다. 문제는 그 힘을 어떻게 통제하고 공유하느냐에 있다.
픽스가 제시하는 해법은 독일 군사력의 ‘유럽화’다. 대규모 공동 방위 채권 발행을 통해 유럽 전체가 군비 증강의 재정적 책임을 나누고, 방산 산업을 단일 시장으로 통합하며, 다국적 군사 지휘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독일의 힘을 억제하기 위한 장치이자, 동시에 유럽 전체의 군사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궁극적으로 픽스는 독일이 과거처럼 스스로를 ‘황금 족쇄’에 묶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강해지되, 더 깊이 통합되는 길만이 유럽을 분열이 아닌 안정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독일의 재무장은 유럽을 보호하는 방패가 아니라, 새로운 불안의 진원이 될 수 있다.
이것이 포린어페어즈가 던지는 경고다. 유럽의 다음 패권국이 독일이 될 것인가, 아니면 유럽화된 독일 군사력이 새로운 집단 안보 모델이 될 것인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














![[뉴욕증시] 유가 폭등·고용 충격에 3대 지수↓](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setimgmake.php?w=270&h=173&m=1&simg=2026030706492802791c35228d2f517519315010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