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금융·정보 부문은 축소...의료가 유일한 고용 성장 동력
고령화로 수요 급증하지만 외국인 노동력 의존도 높아 리스크
고령화로 수요 급증하지만 외국인 노동력 의존도 높아 리스크
이미지 확대보기WSJ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헬스케어 부문 일자리 수요가 다른 산업의 고용 축소나 감소를 상쇄하며 노동시장을 지탱해왔다. 지난달 고용 통계는 이런 흐름이 더욱 뚜렷해졌음을 보여줬다. 정부와 금융, 정보, 운송·창고업 부문에서는 일자리가 감소했다.
구인 사이트 인디드(Indeed)의 로라 울리히 경제연구 책임자는 "헬스케어 부문이 나머지 경제 대부분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직·소매 위축...한 산업 의존 위험 지적
일자리 증가 자체는 경제 성장에 긍정이지만, 경제학자들은 한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상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해당 부문에 둔화가 오면 전체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또 모든 사람이 헬스케어 분야에서 일할 기술이나 의향을 가진 것도 아니라고 울리히 책임자는 덧붙였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제드 콜코 선임연구원은 다만 헬스케어 일자리가 전국에 고르게 분포하고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비교 안정이라는 점은 긍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제조업처럼 변동성이 큰 산업이나 지역으로 집중된 산업이 성장을 주도한다면 더 큰 위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년간 전문직·기업 서비스와 금융, 소매, 정보 부문의 고용은 감소했다. 연방정부 일자리는 급격히 줄었다. 미시간대학교 경제학과 저스틴 울퍼스 교수는 "나머지 경제가 위축되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헬스케어 일자리는 오랫동안 미국 인구 고령화에 따라 고용 성장을 이끌어왔다. 최근 몇 년간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외식과 여행 같은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며 다른 산업도 빠르게 인력을 늘렸다. 2020년 짧은 경기 침체 이후 낮은 금융 비용도 소프트웨어 개발자 같은 정보 부문과 금융 부문 일자리 수요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런 수요는 대부분 사라졌다.
외국인 노동력 의존도 높아...이민 제한에 공급 차질
헬스케어 산업 일부는 이민자 노동력에 크게 의존해왔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의료 수요가 큰 농촌 지역으로 이주하려는 고숙련 외국인 의사에게 특별 비자를 제공했다. 젊은 이민자와 재정착 프로그램 통해 들어온 이민자들이 간호사와 가정 건강 보조원 일자리를 채웠다.
헬스케어와 함께 건설 일자리도 늘고 있다. 전국 데이터센터 건설 붐 때문이다. 이는 노동시장에 난제를 제기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을 크게 제한하고 추방을 강화한 상황에서 누가 이런 일자리를 채울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건설업 노동자의 약 4분의 1이 외국 태생이다. 특정 건설 직종에서는 비율이 훨씬 높다. 석고보드 설치공과 지붕공의 약 절반, 페인트공의 45%, 일반 노동자의 39%가 이민자다.
이민 단속이 건설 산업에 경제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노동자 확보가 어려워지고 건설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다. RSM의 조 브루슬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평소처럼 노동력에 접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력 부족이 건설 비용을 끌어올려 절실히 필요한 주택 건설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는 "심각한 공급 제약"이라고 지적했다.
서퍽 건설의 존 피시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센터와 고급 호텔, 주거 프로젝트 수요는 강하지만, 은퇴와 이민 정책 때문에 기계·전기·배관 직종 고용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와 공급 사이에 완전한 불균형이 있다"고 말했다.
높은 임금과 고용 안정성에 젊은 층 유입
헬스케어 부문에서는 간호사와 전문간호사 수요가 너무 강해 의료 제공 기관들이 서로 인력을 뺏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휴스턴에 본사를 둔 굿윈 리크루팅의 사리 길렌 채용 담당자는 5자릿수 계약금과 후한 유급 휴가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많은 구직 지원자가 여러 제안을 저울질한다. 길렌 담당자는 경쟁사로 넘어가지 않도록 매일 지원자들과 연락한다고 했다. 그는 "결승선까지 가는 경주"라고 표현했다.
헬스케어 일자리는 노동 집약이며 다른 숙련 직종보다 자동화가 어렵다. 미국 인구가 고령화하면서 헬스케어 인력 수요는 계속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 지급률 변화가 단기로 위험 요인이라고 업계는 말한다.
일부 젊은이들은 높은 임금과 상대 고용 안정성 때문에 헬스케어 분야에 끌린다.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병원에서 응급실 기술자로 일하는 서배나 그랜트(28)는 "분명히 당신과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랜트는 최근 정규 간호사 학위를 받았고 새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에 낙관이다. 캘리포니아 정규 간호사들은 시간당 70달러(약 10만 원) 이상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는 10만달러(약 1억 4400만 원) 학자금 빚을 갚고 여행 비용을 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여행을 다니며 세계를 탐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애팔래치아 지역 농촌 의료 시스템인 밸러드 헬스는 현재 간호 분야에서 채워야 할 일자리가 500개다. 주로 환자들이 60대에 메디케어 대상이 되면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부터 6개월간 밸러드 병원 방문 환자는 전년 대비 7% 증가했다. 앨런 리바인 CEO는 "이것이 엄청난 노동 수요를 만든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싱크탱크 버닝글래스연구소의 가이 버거 선임연구원은 경제가 헬스케어 일자리에 의존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보다 덜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들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도 보건복지 일자리 증가세 두드러져
한국도 미국과 유사하게 보건복지 부문 일자리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6월 발표한 2025년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보건·복지 부문에서 23만 3000명이 증가해 전체 산업 중 가장 큰 폭의 일자리 증가를 기록했다.
반면 제조업은 6만 7000명, 건설업은 10만 6000명이 각각 줄어 감소세가 계속됐다. 제조업은 11개월 연속, 건설업은 13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가 줄고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서비스업, 특히 보건복지 중심으로 고용이 증가하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는 간호 인력 부족에 대응해 간호대학 입학정원을 꾸준히 늘려왔다. 2008년 1만 1686명이던 입학정원은 2025년 2만 4883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보건복지부는 간호사 업무강도를 현재의 80%로 완화한다고 가정할 경우 2035년까지 간호사 5만 6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주력 제조업종 일자리 전망에 따르면 10개 주력 업종 중 반도체만 유일하게 고용이 늘어나고 나머지 업종은 정체 또는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과 한국 모두 제조업과 건설업은 위축되고 헬스케어와 첨단 산업에서만 일자리가 증가하는 양상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