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 화환 순서·좌석 배치에 숨은 실각의 징후들
장유샤·허웨이둥 등 군 핵심 인사 연쇄 몰락… 더욱 짙어진 '밀실 정치'의 그림자
장유샤·허웨이둥 등 군 핵심 인사 연쇄 몰락… 더욱 짙어진 '밀실 정치'의 그림자
이미지 확대보기시진핑 국가주석의 1인 지배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중국 정치가 다시 '암흑'의 시대로 돌아가고, 권력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이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나무 심기 행사서 사라진 부주석… '6개월 전' 이미 예고된 몰락
지난해 4월, 베이징에서 열린 연례 나무 심기 행사 현장.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허웨이둥 장군이 자취를 감췄다. 2023년과 2024년 행사에는 빠짐없이 참석했던 그였으나, 2025년 명단에서는 그의 이름이 지워졌다. 이는 단순한 건강 문제가 아닌,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났음을 알리는 정치적 사망 선고였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6개월 뒤인 10월, 허웨이둥을 비위 혐의로 제명했다. 시진핑 주석의 1인 지배가 공고해지면서, 과거 마오쩌둥 시대처럼 행사 참석 여부로 생사를 가늠하는 '암흑의 시대'가 돌아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름표가 사라지면 끝"… 장례식 조화에 담긴 생존 암호
지난해 6월,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지낸 쉬치량 장군의 장례식이 열렸다. 당시 공개된 조화 명단에서 허웨이둥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관례대로라면 리훙중 위원 다음에 위치해야 했으나, 그 자리는 허리펑 부총리의 이름이 대신하고 있었다.
베이징의 한 정치 분석가는 "중국에서 고위직이 조의를 표하지 못하는 상황은 곧 정치적 불명예를 뜻한다"며 "과거 장쩌민 전 주석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다른 장례식 화환을 샅샅이 뒤졌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허웨이둥은 이후 6월과 9월에 열린 주요 정치국 회의에도 연달아 불참하며 실각설을 키웠고, 결국 10월에 공식 퇴출됐다.
획순 따라 앉는 '좌석 배치', 그 촘촘한 권력의 격자
중국 정치는 '배치'의 예술이다. 주요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직급과 소속, 성씨의 획순에 따라 엄격하게 정해진 자리에 앉는다. 중앙에는 서열 1위부터 7위까지의 상임위원이, 그 양옆과 뒤로는 일반 정치국 위원들이 배치된다.
이 정교한 격자무늬에서 한 칸의 변화는 곧 권력 지형의 지각변동을 의미한다. 지난달 20일 열린 고위 관리 특별 세미나에서 장유샤 장군의 빈자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숙청설'로 번졌다. 24명 전원이 참석해야 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장유샤를 포함한 일부 위원이 불참했기 때문이다.
이후 중국 국방부는 지난달 24일, 장유샤가 당 기율과 국가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허웨이둥이 7개월에 걸쳐 서서히 지워진 것과 달리, 장유샤는 불참 소식이 알려진 지 단 2주 만에 몰락이 확정됐다. 이는 시진핑 체제 아래서 숙청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과감해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마싱루이의 잇따른 불참… '다음 타깃' 향한 의구심
현재 베이징 전문가들의 시선은 마싱루이 정치국 위원에게 쏠려 있다. 지난해 7월 신장 위구르 자치구 당서기직에서 해임된 이후 당은 그에게 '다른 임무'를 맡길 것이라 발표했으나 7개월째 구체적인 보직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마싱루이는 지난해 10월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이후 주요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특히 12월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그의 자리에 왕이 외교부장이 대신 앉아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당시 회의에는 전체 24명의 정치국 위원 중 마싱루이와 이미 제명된 허웨이둥을 제외한 22명만 참석했다.
중국 공산당 선전부는 마싱루이의 거취에 관한 질문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과거에도 일부 고위 관리가 장기간 은둔 후 복귀한 사례가 있는 만큼 성급한 결론은 금물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진핑 주석이 직접 군 개혁을 맡겼던 최측근들조차 잇따라 숙청되는 현 상황을 볼 때, 그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공포의 정치'가 시작됐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시진핑 주석이 집권 2기 이후에도 숙청을 멈추지 않는 핵심 이유는 '1인 지배 체제의 완성'과 '충성심의 무한 검증'에 있다는 것이 중국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과거 집단지도체제에서는 파벌 간 균형이 중요했으나, 현재는 오직 주석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면서 잠재적 위협이 될 만한 싹을 사전에 제거하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군부 핵심 인사들의 실각은 단순한 부패 척결을 넘어, 시 주석의 핵심 전략인 '강군몽'을 방해하거나 정책적 이견을 보인 세력을 교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즉, 측근이라 할지라도 언제든 숙청될 수 있다는 공포를 심어 당과 군의 결속을 유지하고, 자신의 절대 권력을 영속화하려는 고도의 통치 술책인 셈이다.
중국 정치가 투명성을 잃을수록 외부 세계가 치러야 할 비용은 커진다. 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외국 기업과 정부는 '찻잎 점술'에 가까운 분석에 의존해 중국과의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중국 군부와 기술 관료를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진핑의 1인 독주 체제가 강화될수록, 회의장 빈자리와 화환의 이름표를 쫓는 '베이징학'의 유행은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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