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이미 무너진 미국 경제에 큰 충격…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유가 100달러 직격탄
GDP 반토막·물가 5년 연속 목표 초과…미국, 무너진 대영제국 전철을 따르나
GDP 반토막·물가 5년 연속 목표 초과…미국, 무너진 대영제국 전철을 따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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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GDP 잠정치 0.7% 충격…속보치의 절반
미국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은 13일(현지시각) 2025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를 연율 기준 0.7%로 발표했다. 지난달 20일 공개된 속보치(1.4%)에서 정확히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은 수치이며,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1.5%)를 큰 폭으로 밑돌았다. 직전인 3분기 성장률(4.4%)과 비교하면 한 분기 사이 성장 동력이 사실상 증발한 셈이다.
BEA는 하향 조정의 배경으로 지난해 가을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에 따른 정부 지출 급감, 수출 위축, 민간 소비 둔화를 복합 원인으로 꼽았다. 4분기 민간 소비 증가율은 2.0%로 3분기(3.5%)보다 크게 낮아졌고, 소비와 민간투자를 더한 내수 핵심 지표인 '민간 국내 구매자 대상 실질 최종 판매'도 속보치(2.4%)에서 1.9%로 하향됐다.
RSM의 조 브루수엘라스 수석경제학자는 "이날 쏟아진 데이터들은 경제 비명 소리와 같다"며 "성장은 멈추고 물가는 오르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징후"라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13일 자 분석 기사에서 "미국의 경제 기초 체력이 예상보다 훨씬 약한 상태에서 전쟁에 발을 들였다"고 경고했다.
유가 100달러 돌파…전쟁이 인플레이션에 기름 부어
문제는 이 수치들이 이란과의 군사 충돌 충격을 반영하기 이전의 데이터라는 점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2월 28일 '작전명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를 개시하며 이란 핵·군사 시설에 대한 전격 공습에 나섰다.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하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30%가 통과하는 이 해상 수로는 순식간에 전장으로 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사상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전략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지만, 이란의 공격이 페르시아만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브렌트유 선물은 결국 배럴당 100달러 선을 다시 넘어섰다.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GEN)는 이번 분쟁에 대해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불안, 지정학적 분열이라는 세 가지 최악의 시나리오가 동시에 현실화됐다"고 분석했다.
연준의 딜레마는 더욱 깊어졌다. 성장이 꺾인 상황에서라면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되면 금리 인하는 불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연준 의장에게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시장은 오히려 연내 1회 인하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대영제국 몰락의 데자뷔…변방에 국력 소진한 역사
전략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미국이 지금 100여 년 전 대영제국이 밟은 몰락의 경로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경고다.
1870년 영국은 세계 GDP의 약 4분의 1을 장악하며 지금의 미국에 버금가는 패권을 누렸다. 그러나 188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 수단, 소말리아, 이라크 등 변방의 국지 분쟁에 군사력과 재정을 쏟아부었다. 영국이 메소포타미아(오늘날의 이라크) 부족 반란 진압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사이, 대서양 건너 미국은 첨단 산업 경제를 구축했고 독일은 군사 강국으로 재편됐다. 중심부의 기술 혁신을 등한시한 채 변방의 치안 유지에 골몰한 결과 영국은 패권을 내주었다.
미국도 지난 15년간 중동의 늪에서 빠져나와 국내 산업 기반을 재건하고 중국의 부상에 맞서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이란 공격으로 미국은 다시 '중동 질서 재편'이라는 명분 아래 막대한 자원을 중동에 투입하고 있다. 베이징과 모스크바가 바라는 '전략적 분산'에 스스로 빠져드는 꼴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보유한 정치적 자본과 군사 역량은 무한하지 않다"면서 "변방의 '작은 전쟁'에서 거둔 전술적 승리가 중심부의 전략적 패배로 귀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1세기 패권의 전장은 '중동'이 아닌 '첨단 기술'
미국이 테헤란에 공습을 가하고 페르시아만에서 드론 격추에 열을 올리는 동안, 중국은 다른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 차세대 배터리, 로봇 공학 등 21세기 국력을 결정지을 핵심 기술에 자원을 집중 투입하는 전략이다. 100년 전 영국이 메소포타미아에 묶여 있는 사이 미국이 기술 패권을 쥔 역사가 지금 미·중 구도에서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경제 기초 체력 약화와 유가 급등 충격은 즉각 한국 경제에도 전파됐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이란 충돌이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취약성이 급격히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를 때마다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률이 최대 0.3%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실제로 이란 분쟁 발발 직후 코스피는 이틀간 19.3% 폭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직전까지 치솟았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분쟁 이후 빠르게 올라 1900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씨티(Citi)가 2026년 3월 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82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기본 전망치 대비 0.4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자산시장에서는 전쟁 여파로 물가가 오르고 성장률은 낮아지면 금리 방향을 예측하기조차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당분간 극도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동 해법은 없다, 비용만 쌓인다
금융시장은 경기 둔화 지표를 금리 인하의 예고편으로 읽으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설적 장세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실물 경제 현장에서는 고물가·저성장의 이중고에 전쟁 불확실성까지 겹쳐 체감 경기가 빠르게 얼어붙는 중이다.
역사는 위대한 제국이 외부 세력의 침략보다 스스로의 과잉 팽창과 내부 역량 소진으로 무너졌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증명해왔다. 군사적 승리에 취해 경제 기초 체력의 균열을 외면하는 것, 그것이 바로 모든 패권 쇠퇴의 공통된 서막이었다. 워싱턴이 중동의 깊은 늪에서 다시 한번 발을 빼지 못한다면, '미국의 세기'는 예상보다 훨씬 이른 마지막 장을 맞이할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