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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나무호, 두바이 예인 돌입…피격 여부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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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나무호, 두바이 예인 돌입…피격 여부 안갯속

예인선, 7일 새벽 사고 해역 도착…두바이 조선소 입항 임박
트럼프 "이란 공격" 규정·한국 동참 압박, 청와대 "피격 확실하지 않아"
 HMM이 공개한 벌크선 HMM 나무호.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HMM이 공개한 벌크선 HMM 나무호. 사진=연합뉴스
7일(현지시각) AP통신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에서 폭발·화재로 멈춰 선 한국 최대 해운사 HMM의 벌크선 '나무(NAMU)호'가 두바이항을 향한 예인에 돌입했다.

화재 원인을 둘러싼 한·미·이란 간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사 결과가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 행보에 중대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예인선 새벽 도착…오늘 밤·내일 새벽 두바이 입항 전망


HMM은 7일 "이날 새벽 3시 30분(한국시각)쯤 예인선이 나무호 인근 해역에 도착했다"고 발표했다. 오전 11시경 나무호와 결속을 마치고 예인 작업을 시작하면, 이르면 7일 밤 또는 8일 새벽 두바이항 수리 조선소에 닿을 것으로 회사는 내다봤다.

HMM 관계자는 "예인 작업에는 몇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두바이항 출발 시점은 현재로서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인 아랍에미리트(UAE) 움알쿠와인 인근 해역에서 두바이항까지 거리는 약 70㎞다. 나무호는 지난 4일 오후 8시 40분(한국시각) 기관실 좌현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자력 운항이 불가능한 상태다.

화재 진압에는 이산화탄소가 투입됐으며, 기관실에 이산화탄소가 남아 있을 수 있어 선체 진입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탑승 선원 24명(한국인 6명·외국인 18명) 전원은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바이 조선소서 민·관 합동 조사 착수

나무호가 두바이항에 접안하는 즉시 본격 조사가 시작된다. 두바이 현지 한국선급 지부 인력,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조사관, 소방청 감식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 합동 조사단이 선체를 정밀 점검한다.

청와대도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원인 규명을 위해 HMM 자체 조사와 별개로 한국선급 인력 등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서는 원인 규명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선박을 항만 도크에 올린 뒤 선체 조사를 거쳐야 하는 데다, 기관실 내 이산화탄소 제거 작업까지 필요하기 때문이다.

HMM 관계자는 "외교 사안으로 커진 만큼 내부적으로 결론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피격'이라는 단어도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게 됐다"고 말했다.

해양 보안업체 뱅가드 테크(Vanguard Tech)는 사고 직후 "폭발이 기관실 좌현 외부에서 발생했으며, 해상 드론이나 부유 기뢰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반면 나무호가 지난해 진수된 신조선이라는 점, 사고 당시 주변에 있던 중국 선박도 원인 불명의 충격을 받았다는 주장이 있다는 점에서 내부 결함 가능성은 작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AP통신은 위성 데이터 분석을 인용해 나무호의 폭발 지점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고속정의 활동이 잦은 구역과 일치하지만, 미사일 발사 궤적이나 어뢰 공격의 명확한 증거는 아직 국제해사기구(IMO)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압박·청와대 신중 대응…'프로젝트 프리덤' 참여 논란 일단락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각)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한국 화물선을 공격했다"고 단정하며 미군 주도 상선 호위 작전 '프로젝트 프리덤' 참여를 공개 촉구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도 5일(현지시각) 펜타곤 브리핑에서 나무호 사건을 직접 거론하며 "일본, 호주, 유럽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이란과의 협상에 진전이 있다"며 프로젝트 프리덤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청와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6일 "작전이 종료됐기 때문에 참여 검토는 필요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나무호에 대해서도 "초기에는 피격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추가 정보를 검토한 결과 확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침수나 기울어짐도 없었고, 선원 피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측이 제안한 해양자유연합(MFC)이나 프로젝트 프리덤 참여 여부는 이번 사고 원인과 타국의 움직임 등 추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쪽 페르시아만에는 HMM 선박 5척(원유·석유제품 운반선 2척, 벌크선 2척, 컨테이너선 1척)을 포함해 한국 선박 26척이 갇혀 있다. 한국인 선원은 16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이후 세계 각국 대형 상선 2000여 척이 2개월 넘게 발이 묶인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외교부가 한국 정부의 공식 문의에 "아는 바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하며, 이란이 미국의 공격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또 최근 '페르시아만 해협 당국'이라는 기구를 신설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사전 승인을 요구하는 새로운 통제 체계를 도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나무호가 두바이항에 도착해 본격 조사가 시작되면, 피격 여부에 대한 판단도 수일 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사고 원인이 이란의 공격으로 확정될 경우 한국 정부는 한미 동맹 의무와 대(對)이란 외교 관계 사이에서 훨씬 어려운 선택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