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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일본 엔화환율 이상 발작 ... 트럼프 고민과 뉴욕증시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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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일본 엔화환율 이상 발작 ... 트럼프 고민과 뉴욕증시 태풍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이미지 확대보기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뉴욕증시 일본 엔화의 역습과 미국 재무장관의 긴급 방일

글로벌 외환시장이 거대한 폭풍 전야에 놓여 있다. 일본 정부가 엔/달러 환율 160엔 선을 사수하기 위해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실물 개입을 단행한 가운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일본 방문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단순한 우방국 방문의 차원을 넘어선다. 일본의 노골적인 외환시장 개입과 그로 인해 파생된 미국 국채 시장의 수급 불균형, 그리고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맞물린 긴박한 경제 안보의 현장이다. 본 칼럼에서는 베선트 장관이 일본으로 향하는 숨은 의도와 미국 국채 시장의 위기, 그리고 이것이 한국 경제와 원/달러 환율에 미칠 파장을 심층 분석하고자 한다.

베선트의 방일, '질서 있는 퇴각'인가 '강력한 경고'인가
스콧 베선트 장관의 이번 방일 목적은 표면적으로는 미일 경제 협력 강화에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일본의 '노골적인 환율 개입'에 대한 속도 조절과 국채 시장 안정을 위한 조율에 있다. 일본은 최근 '골든위크' 기간의 얇은 장세(Thin Market)를 틈타 수차례에 걸쳐 약 9조 엔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었다.

과거 미국은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하며 개입에 부정적이었으나, 최근의 상황은 다르다. 엔저가 가속화될 경우 일본 내 물가 폭등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이 커지고, 이는 동북아시아의 핵심 동맹인 일본의 경제 기반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베선트 장관은 일본의 당·정·행 수뇌부와 연쇄 회동하며 일본의 개입이 미국 금융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즉, 일본의 개입을 묵인하는 대가로 미국 국채 시장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라는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중동 전쟁과 국가부채, 그리고 미국 국채 판매 비상

미국 재무부를 가장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미국 국채 시장의 수급 엇박자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으면서 미국의 전비 지원과 지정학적 대응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는 곧 미국의 국가부채 급증과 국채 발행량 확대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문제는 국채를 사줄 큰 손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세계 최대의 미국 국채 보유국인 일본이 엔화를 방어하기 위해 보유 중인 국채를 매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면서 '미국 국채 판매 비상' 사태가 발생했다. 일본이 엔화 매수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시장에 국채를 던지기 시작하면, 국채 가격은 폭락하고 금리는 급등하게 된다.
국채 금리의 상승은 미국의 시중 금리를 끌어올려 미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뿐만 아니라, 역설적으로 달러 강세를 더욱 부추겨 일본의 엔화 방어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베선트 장관이 일본으로 달려간 진짜 이유는 일본이 국채를 투매(Dump)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연준의 레포(Repo) 창구 등을 활용한 우회적인 달러 공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골적 개입'의 도덕적 해이와 엔 캐리 트레이드의 공포

일본의 이번 개입은 과거와 달리 매우 공세적이고 노골적이다. '스텔스 개입'이라 불리는 비공식적 조치부터 160엔이라는 명확한 저항선을 설정한 정면 승부까지, 일본은 사활을 건 모양새다. 그러나 이러한 인위적인 부양은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것)의 청산'이라는 더 큰 괴물을 불러올 수 있다.

일본은행(BOJ)이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하거나, 미국과의 공조 아래 엔화 가치가 강세로 급반전할 경우 전 세계에 퍼져있던 엔화 자금이 썰물처럼 일본으로 회귀하게 된다. 이는 글로벌 증시와 자산 시장의 유동성을 순식간에 흡수하여 전 세계적인 금융 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뇌관이다. 베선트 장관은 바로 이 '질서 있는 조정'을 위해 일본의 통화 정책 수장인 우에다 총재와 머리를 맞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 원화 환율 동조화의 딜레마

일본의 엔화 방어전은 우리 한국 경제와 원/달러 환율에도 직접적인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원화와 엔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프록시(Proxy·대리)' 통화로 묶여 높은 동조화(Coupling) 현상을 보인다. 일본의 개입으로 엔화 변동성이 극심해지면 원화 가치 역시 덩달아 춤을 추게 된다.

일본이 미국 국채 매각 등을 통해 달러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글로벌 달러 인덱스의 교란은 우리 외환 당국의 운신 폭을 좁게 만든다. 엔화 가치가 인위적으로 지지된다 하더라도,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강달러' 기조가 꺾이지 않는다면 원/달러 환율 1,400원 시대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상수가 될 위험이 크다. 이는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국내 인플레이션 압박과 기업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져, 수출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베선트 장관의 방일은 엔저라는 현상을 넘어 미국 국채 시장의 안전과 글로벌 금융 질서의 재편을 논하는 중차대한 변곡점이다. 일본의 노골적 개입과 미국의 국채 관리 전략이 충돌하거나 혹은 기묘한 타협점을 찾는 과정에서,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정교한 외환 및 통화 정책을 요구받고 있다.

우리는 미일 간의 밀착된 금융 공조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도, 원화만의 독자적인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일본의 국채 매각이 가져올 글로벌 금리 발작에 대비한 유동성 점검과 함께,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에너지 가격을 거쳐 환율로 전이되는 경로를 차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글로벌 경제의 지각 변동 속에서 '반도체 초격차'와 같은 실물 경쟁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환율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넘는 금융 외교의 지혜와 전략적 대응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