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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원 “부당 관세 돌려줘라”... 기업들 253조 원 규모 환급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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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원 “부당 관세 돌려줘라”... 기업들 253조 원 규모 환급 전쟁

필립스·판도라 등 33만 수입사 신청... 미 정부 1750억 달러 ‘청구서’
환율 1451.4원대 기록하며 환급 가치 상승... 소비자 가격 인하는 요원
미 연방대법원.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 연방대법원.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관세 환급 절차에 본격 착수하면서 미 행정부가 최대 1750억 달러(약 253조 9075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안게 됐다.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발동 이후,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필립스(Philips)와 덴마크 주얼리 기업 판도라(Pandora) 등이 공식적으로 관세 리베이트 신청을 선언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지난 6일(현지시각), 이번 환급 절차가 약 33만 개 이상의 수입업체와 5300만 건에 달하는 통관 항목을 포함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 사법 역사상 단일 관세 분쟁으로는 최대 규모의 세수 반환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당한 세금 되찾겠다”... 글로벌 제조사들 줄 이은 환급 신청


지난해 2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결한 이후,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헬스케어 기술 기업 필립스의 로이 야콥스(Roy Jakobs)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 정부 지침에 따라 관세 리베이트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환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입장에서 무역 장벽이 없는 환경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필립스는 이미 연간 실적 전망치에 관세 비용을 반영했으나, 잠재적 환급금에 따른 이익 개선 효과는 아직 공식 가이드라인에 포함하지 않은 상태다.

세계적인 주얼리 브랜드 판도라 역시 공식적인 환급 절차에 들어갔다. 베르타 드 파블로스 바비에르(Berta de Pablos-Barbier) 판도라 CEO는 같은 날 인터뷰에서 “1분기 실적에서 관세가 상당한 ‘역풍’으로 작용했다”고 확인했다.

다만 환급 집행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소식이 없어 정부의 처분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들 외에도 BMW, 다임러(Daimler), 컨티넨탈(Continental) 등 유럽의 주요 제조 기업들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관세 탓에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의 명령에 따르면, 관세 환급의 첫 번째 분할 지급분은 오는 11일경 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253조 원 환급금 향방... 소비자 혜택은 ‘전무’할 듯


이번 사태로 미 정부가 반환해야 할 최대 금액인 1750억 달러는 7일 기준 환율(1451.4원)을 적용할 때 약 253조 9075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액수다.

그러나 관세로 인한 고물가 고통을 겪은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CNBC가 실시한 분기별 최고재무책임자(CFO) 협의회 설문 조사 결과, 설문에 응한 25명의 CFO 중 12명이 관세 환급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답했으나, 환급을 받더라도 제품 가격을 내릴 계획이 있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의 마크 잔디(Mark Zand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이 관세 노출을 줄이기 위해 그동안 공급망을 조정하고 높은 운영 비용을 감내해온 만큼, 이번 환급금을 단순한 ‘손실 보상’으로 간주해 사내 유보금으로 쌓아둘 것”이라고 평가했다.

원자재 폭등과 공급망 리스크... 첩첩산중인 제조 환경


기업들은 관세 환급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비용 상승 압박에 직면해 있다. 판도라의 경우 관세보다 원자재 가격 변동이 경영의 더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드 파블로스 바비에르 CEO는 “지난 18개월 동안 은(Silver) 가격이 4배 이상 폭등해 수익성에 큰 타격을 줬다”며, 비용 절감을 위해 은 대신 백금(Platinum)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월가와 글로벌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대규모 환급 사태가 미 정부의 재정 적자를 심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환급금이 기업의 영업이익 개선에는 기여하겠지만, 이미 시장 가격에 전이된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