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정글 훈련소 재가동·카리브해 200명 사살… '반구 지배' 전략 가동
파나마 운하 강제 탈환 위협에 현지 주민 반발… 중국 영향력 차단 의도도
파나마 운하 강제 탈환 위협에 현지 주민 반발… 중국 영향력 차단 의도도
이미지 확대보기25년 만에 깨어난 정글 훈련소
올해 2월, 블룸버그 기자가 파나마 카리브해 연안 훈련소를 직접 방문했을 때 미군 병사들은 마체테(정글도)로 빽빽한 수풀을 헤치며 18일 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파나마군과 텐트를 함께 쓰고 식사를 나누며 훈련하는 방식이다.
훈련을 이끄는 키스 베네딕트 미 육군 대령은 현지 인터뷰에서 "목표는 본토 방어와 서반구 안보"라며 "서반구 상당 부분이 밀림 지형"이라고 밝혔다.
노스캐롤라이나 소속 공수 보병부대 소속의 브랜던 루이스 하사는 "정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체테 하나면 충분하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내가 군에 입대한 이유"라고 말했다.
훈련소는 지난 2월 첫 공식 수료생을 배출한 뒤 이미 두 번째 기수가 과정을 마쳤고, 세 번째 기수가 현재 훈련 중이다. 오는 8월에는 25개국이 참여하는 별도의 10일짜리 파나마 운하 안보 훈련도 예정돼 있다.
케빈 마리노 카브레라 주파나마 미국 대사는 "이전에는 이런 안보 계획이 펜타곤(미 국방부) 모의훈련으로만 존재했다"고 말했다.
'반구 지배' 전략의 민낯
이번 훈련은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말 발표한 이른바 '서반구 미국 지배' 안보 전략의 일환이다. 트럼프는 쿠바 방어망 타격, 멕시코 카르텔 지도부 공습, 마약 비밀 연구소 폭격 등을 공개 거론해 왔다. 지난 1월에는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를 전격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미군 드론과 전투기가 마약 운반 혐의를 받는 카리브해 소형 선박 수십 척을 공격해 약 200명이 숨졌다. 지난 3월에는 미군이 에콰도르-콜롬비아 국경 인근의 마약 거래 캠프 폭격에 가담했고, 에콰도르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은 "카르텔 소탕을 위해 미군의 주둔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필라델피아 템플대학교에서 미국의 역외 군사 개입을 연구해온 앨런 맥퍼슨 교수는 "정글 훈련 재개는 미국이 군사적으로 돌아왔다는 신호를 라틴아메리카에 보내는 것"이라며 "이는 군사력 위협과 경제적 압박, 외교 압력을 결합한 강압적이고 다면적인 신제국주의"라고 평가했다.
파나마 운하 탈환 위협과 현지 반발
훈련의 역사적 배경에는 불편한 그늘이 드리워 있다. 37년 전인 1989년, 미국은 조지 H.W. 부시 대통령의 명령으로 2만 명이 넘는 병력을 파나마에 투입해 마누엘 노리에가 장군을 체포했다. 당시 파나마인 수백 명과 미군 20여 명이 숨졌다.
트럼프는 2024년 대선 직후부터 파나마 운하를 '강제 탈환'할 수 있다는 발언을 반복해왔다. 파나마가 미국 선박을 '착취'하고 있으며 중국이 운하를 실질적으로 통제한다고 주장해서다.
연간 전 세계 무역량의 약 5%가 이 운하를 통과하며, 그 물동량의 4분의 3이 미국 수출입 화물과 연결된다.
파나마 국민의 70% 이상이 트럼프의 운하 탈환 위협을 실제 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83%는 운하가 파나마 손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파나마 현지 싱크탱크 조사에서 나타났다.
시민단체 '살 데 라스 레데스(소셜미디어에서 벗어나라)'의 호세 곤살레스 대표는 "파나마는 미국에 국가 영토를 내주고 있다"며 "파나마의 핵심 수입원인 운하를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대선 준결승 경쟁자였던 리카르도 롬바나 전 후보는 "트럼프 행정부는 예측 불가능하다. 다음에 어떤 군사 행동을 취할지 가늠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의 미국 비자는 지난해 군사 협력을 비판한 직후 취소됐다.
멕시코 전직 외교관이자 쿠바 대사를 지낸 로베르타 라후스는 "트럼프의 라틴아메리카 접근법은 마약 밀수와 부패, 이민의 근본 원인에 눈을 감은 것"이라며 "멕시코 내 마약 표적에 대한 일방적 공습은 민심을 미국에 등 돌리게 할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나마시티의 엘 초리요 지구 벽에는 헬리콥터와 불길 위로 파나마 국기를 움켜쥔 손이 그려진 벽화가 남아 있다. 그 위에 쓰인 문구는 "우리는 잊지도 용서하지도 않는다"라는 내용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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