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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문 닫는 실리콘밸리… ‘AI 생산성’이 내 일자리 공식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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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문 닫는 실리콘밸리… ‘AI 생산성’이 내 일자리 공식 바꾼다

먼데이닷컴 ‘인력 동결’ 선언… 해고보다 무서운 ‘채용 제로’ 시대
생산성 향상 이면에 숨은 비용 급증, 기업 수익성·주가 시험대 오른다
인공지능(AI)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할 때 흔히 ‘대규모 해고’ 수치를 지표로 삼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제 해고 통계보다 기업들의 ‘채용 공고’가 사라지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할 때 흔히 ‘대규모 해고’ 수치를 지표로 삼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제 해고 통계보다 기업들의 ‘채용 공고’가 사라지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할 때 흔히 대규모 해고수치를 지표로 삼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제 해고 통계보다 기업들의 채용 공고가 사라지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인력 감축은 없더라도, AI가 기존 인력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면서 신규 채용 필요성 자체가 증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 인포메이션은 지난 11(현지 시각) 이스라엘 기반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 먼데이닷컴(Monday.com)’의 사례를 인용해 실리콘밸리에 불어닥친 고용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도했다. 먼데이닷컴은 이날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2026년까지 직원 수를 늘리지 않고 현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이른바 제로 채용방침을 공식화했다.

고용 성장 20%에서 제로로… AI가 삼킨 신규 일자리


먼데이닷컴의 행보는 불과 반년 만에 180도 바뀌었다. 지난해 가을만 해도 이 회사는 올해 인력을 20% 증원하겠다는 공격적인 확장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지난 2월 성장률 전망치를 10%대로 낮췄고, 이번 발표에서는 아예 인력을 동결하기로 했다.
기업 측은 이러한 결정의 배경으로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꼽았다. 추가 인력을 뽑지 않아도 AI 도구가 조직 전반의 업무 효율을 높여 기존 인원만으로 충분히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는 단순히 경기가 나빠서 채용을 줄이는 과거의 문법과는 궤를 달리한다.

실제로 쇼피파이(Shopify), 스포티파이(Spotify), 우버(Uber)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대대적인 감원 대신 채용 속도를 늦추거나 소규모 인력 재편을 단행하면서, 그 빈자리를 AI 기술로 메우고 있다. 이는 AI가 일자리를 뺏는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통로를 차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 생산성 늘었지만 컴퓨팅 비용 발목


AI 도입이 기업의 재무 구조를 무조건 개선하는 것은 아니다. 인건비 절감 효과는 뚜렷하지만, 기술 유지에 들어가는 컴퓨팅 비용이라는 새로운 지출 항목이 부상했다.

먼데이닷컴 경영진은 AI 관련 연산 비용 증가로 인해 단기적으로 매출 총마진이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포티파이와 핀터레스트(Pinterest) 역시 최근 실적 발표에서 운영 비용 상승의 원인으로 AI 인프라 구축과 사용료를 언급했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 업계는 수익성 보전을 위해 사용량 기반 요금제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케이시 조지 먼데이닷컴 최고매출책임자(CRO)는 애널리스트들에게 고객들이 사내 AI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추적해 계획적인 지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요금 체계 개편이 고객 맞춤형 전략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AI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적 반등에도 주가는 반토막… 소프트웨어 잔혹사 계속되나


먼데이닷컴은 1분기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19~20%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날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7% 반등하며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보면 상황은 여전히 엄중하다.

이번 반등에도 불구하고 먼데이닷컴의 주가는 연초 대비 약 48% 폭락한 상태다. 지난 수년간 기록했던 27% 이상의 고성장세가 꺾였다는 실망감과 함께, 세일즈포스(Salesforce)나 아사나(Asana) 같은 기존 강자들과의 경쟁, 그리고 무엇보다 ‘AI 전문 스타트업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월 매출 성장 둔화 우려로 하루 만에 주가가 21% 폭락했던 사례는 투자자들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AI 전환 속도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준다. AI가 가져온 생산성 혁명이 실질적인 매출 증대와 순이익 개선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시장의 냉혹한 평가는 계속될 전망이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3가지 지표


첫째, 순고용 성장률(Net Hire Growth)이다. 해고 여부보다 기업이 신규 채용을 재개하는지, 혹은 '인력 동결' 기조를 유지하는지가 AI 실질 도입 효과의 가늠자가 된다.

둘째, 매출 대비 AI 컴퓨팅 비용 비중이다. 생산성 향상이 인건비 절감액을 상회하는지, 아니면 늘어난 인프라 비용이 수익성을 갉아먹는지 살펴야 한다.

셋째, 사용량 기반 요금제(Usage-based Pricing) 정착 여부다. 고객사가 AI 기능에 대한 추가 지불 의사가 있는지, 이것이 기업의 매출 성장을 견인하는 새로운 엔진이 될지 확인이 필요하다.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단순히 인건비를 줄이는 기업이 아니라, 늘어난 기술 비용을 압도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기업이 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