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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삼성 웃고, 국채 투자자 긴장…알파벳·아마존 '엔화·스위스 프랑 채권'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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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삼성 웃고, 국채 투자자 긴장…알파벳·아마존 '엔화·스위스 프랑 채권'의 역설

AI 자금 전쟁이 불러온 역설…빅테크의 '달러 우회'가 국채 금리를 밀어 올린다
달러 고금리 우회해 조달 비용 낮추지만…글로벌 채권 수요 분산, 미 장기 국채 금리엔 역풍
하이퍼스케일러 채권 발행 올해 4000억 달러…2025년의 2.4배, 미 재무부와 '자금 전쟁' 시작
AI 인프라 투자 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7000억 달러를 돌파하는 2026년, 빅테크의 자금 조달 전략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AI 인프라 투자 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7000억 달러를 돌파하는 2026년, 빅테크의 자금 조달 전략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AI 인프라 투자 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7000억 달러(1042조 원)를 돌파하는 2026, 빅테크의 자금 조달 전략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과 아마존이 11(현지시각) 각각 첫 엔화 채권과 스위스 프랑 채권 발행을 동시에 선언하면서다. 달러 고금리를 피해 조달 비용을 낮추려는 전략이지만, 역설적으로 이 거대한 자금 수요는 글로벌 채권 시장 수급을 뒤흔들어 미국 장기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는 역풍을 낳고 있다.

15개월에 6개 통화…알파벳의 '채권 제국'


알파벳은 수천억 엔 규모의 사무라이 채권(외국 기업이 일본 시장에서 엔화로 발행하는 채권) 발행을 추진 중이다. 주관사는 미즈호·뱅크오브아메리카·모건스탠리이며, 만기는 최장 40년에 달하는 복수 트랜치 구조로, 금리 조건은 이달 안에 확정된다. 알파벳의 엔화 채권 발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발행이 완료되면 알파벳은 지난 15개월 사이 달러·유로·파운드·스위스 프랑·캐나다 달러에 이어 엔화까지 6개 통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 된다. 총 조달액은 500억 달러(74조 원)에 육박한다. 지난주에만 유로화 90억 유로(15조 원)와 캐나다 달러화 85억 캐나다 달러(92300억 원)를 잇달아 발행해 약 170억 달러(25조 원)를 끌어모았다.
알파벳은 지난달 291분기 실적 발표에서 2026년 자본지출 가이던스를 종전 1750~1850억 달러(260~275조 원)에서 1800~1900억 달러(268~283조 원)로 상향했다. 아낫 아쉬케나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애널리스트들에게 "2027년 자본지출은 2026년 수준을 크게 웃돌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1분기에만 357억 달러(53조 원)를 집행해 지난해 같은 기간(172억 달러, 25조 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같은 11, 아마존도 스위스 프랑 채권 시장에 처음 진입했다. BNP파리바·도이체방크·JP모건을 주관사로 선정해 3년에서 25년까지 6개 트랜치 구조로 발행한다.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밝힌 올해 자본지출 계획은 약 2000억 달러(297조 원), 지난해 예상치(1310억 달러, 195조 원) 대비 50%를 웃도는 규모다. 아마존은 올해 3월에도 달러화로 370억 달러(55조 원), 유로화로 145억 유로(25조 원)를 각각 조달했다. 당시 달러화 채권 수요는 발행 규모의 약 4배에 달했다.

엔화·스위스 프랑으로 '달러 우회'…그 계산법


빅테크가 비달러 채권 시장을 공략하는 계산은 명확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 금리는 미국보다 유의미하게 낮고, 스위스 프랑 금리 역시 달러화·유로화 대비 낮다. 특히 일본 생명보험사와 연금펀드는 장기물 고품질 자산에 대한 수요가 크지만 공급이 부족했다.

신용등급 AA의 알파벳이 최장 40년 만기 채권을 내놓으면 이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 아마존이 스위스 프랑 시장에서 25년 만기 트랜치를 배치한 것 역시 보험사·연금의 장기 부채 매칭 수요를 겨냥한 포석이다.

그러나 이 전략에는 구조적 역설이 내재한다. 아폴로 글로벌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하이퍼스케일러 발행 급증을 포함한 올해 투자등급 채권의 총 공급은 약 14조 달러(2853조 원)에 달할 것"이라며 "이 물량이 국채 금리와 신용 스프레드에 상방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빅테크 채권 발행 총액이 4000억 달러(595조 원)2025(1650억 달러, 245조 원)2.4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 경우 글로벌 투자등급 채권 발행 규모는 사상 최고치인 22500억 달러(3352조 원)를 기록하게 된다.

PGIM 픽스드 인컴의 로버트 티프 글로벌 채권 헤드는 "이 기업들이 막대한 채권을 시장에 쏟아낼수록 결국 더 높은 차입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1분기 미 재무부가 이미 6010억 달러(895조 원)를 차입한 상황에서, 빅테크가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을 흡수할수록 국채 경매의 한계 매수자가 줄어 미 재무부는 더 높은 금리로 국채를 팔아야 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다만 완충 요인도 존재한다. JP모건의 투자등급 채권 지수 내 AI 섹터 비중은 이미 14%로 미국 금융주를 제치고 단일 최대 섹터에 올랐지만, AA 등급 하이퍼스케일러의 채권은 수요 초과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아마존의 3월 달러화 채권 수요가 발행 규모의 4배에 달한 것이 단적인 증거다. 시장이 이들 기업의 AI 투자 수익화 가능성을 여전히 신뢰하는 한 스프레드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SK하이닉스·삼성엔 특수, 국내 금융시장엔 '이중 부담'


빅테크의 AI 자본지출 폭증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직접적 수혜로 이어지고 있다.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선점을 위해 SK하이닉스 생산 라인에 수조 원대 선지급금을 제안하는 등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2026HBM 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58% 증가한 546억 달러(813400억 원)로 추산한다.

반면 국내 금융시장에는 역풍이 불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빅테크 중심의 대규모 채권 발행이 한국계 외화채권의 차입 여건 개선 여지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올해 3월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 잔고는 전월 대비 102000억 원 줄며 사상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금융투자협회, 20263월 장외채권시장 동향).

AI 수혜로 반도체 수출은 호조를 보이지만, 빅테크발 채권 공급 과잉이 미 국채 금리 상단을 밀어올리면 달러 강세 압력이 심화되어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자금 이탈과 수입 물가 상승이라는 연쇄적 환율 리스크를 촉발한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의 외화 조달 비용 상승과 함께 실질적인 '이중 부담'으로 작용한다.

투자자 체크포인트, 지금 봐야 할 지표 3가지


이 흐름의 향방을 가늠하려면 세 가지 지표를 함께 살펴야 한다. 첫째, 미국 10·30년 국채 금리 추이다. 투자등급 채권 공급 압력이 국채 금리 상단을 밀어올리는 시점이 언제인지가 핵심이다. 둘째, 하이퍼스케일러의 분기별 자본지출 실행률이다. 가이던스와 실제 집행액 사이의 괴리가 커질수록 추가 채권 발행 압박이 줄어들 수 있다. 셋째, JP모건 투자등급 채권 지수 내 AI 섹터 비중이다. 이미 14%로 단일 최대 섹터에 오른 이 수치가 어디서 임계점을 맞느냐가 스프레드 확대의 신호탄이 된다.

달러를 우회한 빅테크의 자금 조달 전략은 단기 비용 절감에 성공하더라도, 글로벌 채권 시장 전체의 금리 수준을 끌어올리는 구조적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과 투자자 모두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