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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비료 독점한 중국, 글로벌 공급망 위기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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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비료 독점한 중국, 글로벌 공급망 위기 '정조준'

데이비드 맬패스 전 세계은행 총재,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중국의 자원 사재기 강력 비판
비료 수출 통제에 전 세계 100억 끼 식사 위협... 개도국 지위 포기하고 책임 다해야
데이비스 맬패스 전 세계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데이비스 맬패스 전 세계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란 전쟁의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며 전 세계가 유례없는 공급망 마비에 직면한 가운데, 중국이 식량과 비료를 과도하게 비축하며 글로벌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국제 사회의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12일(현지시각)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데이비드 맬패스(David Malpass) 전 세계은행(WB) 총재는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중국은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식량 및 비료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글로벌 공급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자원 사재기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발언은 이란 전쟁으로 인한 물류 대란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중국의 자원 민족주의가 빈곤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식량 안보를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봉쇄가 부른 비료 대란… 중국은 '수출 빗장'


현재 글로벌 농업 시장은 봄철 파종기를 앞두고 비료 수급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세계 비료 유통의 핵심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전쟁으로 막히면서 물류비용이 급등하고 공급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비료 생산업체 중 하나인 야라(Yara)의 스베인 토레 홀세터(Svein Tore Holsether) 최고경영자(CEO)는 "비료 공급 중단이 지속될 경우 전 세계적으로 매주 100억 끼에 달하는 식사가 사라질 수 있다"며 "수확량 감소는 결국 식량 확보를 위한 국가 간 입찰 전쟁으로 이어져 최빈국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중국은 오히려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비료 생산량의 약 25%를 차지했으며, 수출 규모만 130억 달러(한화 약 19조 4,597억 원)에 이르는 핵심 공급 국가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자국 내 수급 보호를 명분으로 주요 비료 품목의 수출을 전격 중단했다. 맬패스 전 총재는 이를 두고 "중국은 이미 충분한 비축분을 가지고 있다"며 "더 이상의 비축 확대를 멈추고 시장에 물량을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 대국 중국, 더 이상 '개발도상국' 행세 말아야"

맬패스 전 총재는 중국이 국제기구 내에서 누리고 있는 '개발도상국' 지위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자 여러 방면에서 부유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무역기구(WTO)와 세계은행에서 개발도상국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며 "이제는 그 가식적인 지위를 내려놓고 책임 있는 경제 대국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주미 중국대사관의 류펑위(Liu Pengyu) 대변인은 BBC에 보낸 전자우편 성명에서 "중국은 글로벌 식량 및 비료 시장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현재의 공급망 교란 책임이 중국에 있지 않음을 분명히 하며, 중국의 개발도상국 지위는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시진핑 담판의 핵심… 호르무즈 해법 나올까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 이란 휴전 협상에 대해 "사망 선고나 다름없는 상태(massive life support)"라고 언급하며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맬패스 전 총재는 중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했다.

그는 "중국은 전 세계 해운 노선을 운영하고 컨테이너를 소유하며 무역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는 국가"라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게 된다면 중국 역시 경제적으로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국제 사회가 미국을 중심으로 단결해 이란의 핵 개발과 해협 봉쇄를 저지해야 하며, 중국 역시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도 분쟁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는 처지다.

한편, 미국 내 경제 전망에 대해서도 맬패스 전 총재는 오늘(13일) 발표될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언급하며 "많은 제품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거세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는 중국의 자원 비축과 글로벌 공급망 마비가 결국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