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재점화… 연준 금리 인하 기대 사실상 소멸
BNP파리바 "5% 위엔 상한선 없다"… 목표 범위 5.25~5.50%로 상향
BNP파리바 "5% 위엔 상한선 없다"… 목표 범위 5.25~5.50%로 상향
이미지 확대보기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다시 불거지면서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약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18일(현지시각) 미국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5.16%까지 오르며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을 거듭 압박하면서 국제 유가가 재차 상승,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면서 전 세계 채권시장이 일제히 흔들리고 있다.
'5% 마지노선' 뚫린 채권 시장… 30조 달러 시장의 새 전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14달러를 돌파했고, 이 충격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미국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4bp(0.04%포인트) 상승해 5.16%를 찍었다. 10년 만기 금리는 4.63%, 2년 만기 금리는 4.10%로 각각 오르며 모두 2025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채권시장에서는 그동안 30년물 5%를 '매수 기회를 주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이 방어선이 이미 허물어진 뒤에도 금리가 계속 오르자, 시장 안팎에서 새로운 거래 범위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BNP파리바의 구니트 딩그라 미국 금리 전략 헤드는 이날 "5% 위에는 상한선이 없다"며 고객들에게 30년물 목표 범위를 5.25~5.50%로 잡을 것을 권고했다. 그는 "장기 국채 보유자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0년물 금리는 미국의 30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과 우량 회사채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 금리 상승은 가계 대출 이자와 기업 자금 조달 비용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미국 국채 시장 규모는 31조 달러(약 4경 6620조 원)로, 글로벌 차입 비용의 사실상 기준점이다.
일본 30년물도 사상 최고… 아시아·태평양 채권시장 동반 충격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하루에만 20bp(0.20%포인트) 폭등해 4.2%에 달했다.
이는 1999년 해당 만기 국채를 처음 발행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은 장기간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온 대표 국가인 만큼, 금리 급등의 충격이 더욱 크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호주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8bp 오른 5.15%를, 뉴질랜드 10년물은 7bp 상승한 4.82%를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서 비롯된 인플레이션 우려가 연준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를 꺾으면서, 글로벌 장기채 전반에 매도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버트파이낸셜의 마크 말렉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에너지 가격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어렵다"며 "대출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 전반적인 금융 비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정 적자·연준 불확실성… 금리 상승 압력 구조화 우려
유가 급등만이 변수가 아니다. 이란 전쟁 관련 지출이 늘어날 경우 미국의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채권 금리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현재 연간 이자 지급액은 약 1조 2200억 달러(약 1834조 원) 수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를 넘는 규모다. 이는 1990년대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발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시장은 연준의 금리 정책 방향과 재무부의 향후 국채 발행 계획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포인트 BFG 웰스파트너스의 피터 북바 최고투자책임자는 최근 분석 보고서에서 "채권시장의 움직임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문제라는 점을 상기시켜준다"고 밝혔다.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도 "채권 시장은 더 높은 인플레이션과 장기 금리 동결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도 최근 보고서에서 "최근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은 불안한 수요에 기인하며, 채권시장 거래 유동성이 악화된 점과 주가 하락·금리 상승·달러화 약세가 동반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리 인상을 거듭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속에 새로 취임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어떤 통화정책 경로를 택할지도 채권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는 에너지 충격과 재정 우려, 연준 리더십 교체가 맞물린 복합적 상황이 장기 금리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