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머스크는 오픈AI의 영리법인 전환을 되돌리고 1000억 달러 이상의 손해배상을 요구해왔다. 배심원단은 청구 시효가 만료됐다는 근거 등을 들어 만장일치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머스크는 2019년부터 오픈AI에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도 오픈 AI의 자선 신탁 위반을 방조 및 조장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역시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로저스 판사는 "배심원단의 판단을 뒷받침하는 상당한 양의 증거들이 있다"며 배심원들의 결정을 따랐다.
이번 소송은 머스크가 올트먼과 오픈AI가 회사를 비영리단체로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2024년 제기했다. 머스크는 2015년 올트먼과 오픈AI를 공동 설립하고 초기 자금 최소 3800만 달러를 지원했으나, 경영권 갈등 끝에 2018년 회사를 떠났다. 이후 오픈AI는 2019년 영리 자회사를 설립했고, 2025년에는 공익 목적의 영리법인 구조로 재편을 마쳤다. 오픈AI 등이 최대 1340억달러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반환하고 올트먼과 그렉 브록먼 사장을 해임하며 2025년 구조 재편을 철회하라는게 머스크 측의 요구였다. 재판은 배심원단 선정 작업을 진행하면서 본격 시작됐고, 이로부터 3주만에 머스크의 패소로 마무리됐다. 스크 측 대리인이 판결 후 기자회견에서 항소 의지를 밝히면서 상급법원이 재차 판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소송은 오픈AI가 준비 중인 1조달러 규모 기업공개(IPO)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샘 올트먼(Sam Altman)은 1985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태어나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성장한 사무엘 해리스 올트먼(Samuel Harris Altman)은 유년기부터 기술에 대한 남다른 재능과 집착을 보였다. 8살 때 선물 받은 매킨토시 컴퓨터는 그가 프로그래밍을 독학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였다. 스탠퍼드 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하며 실리콘밸리에 발을 들인 그는 2005년 2학년 때 학교를 중퇴하고 위치 기반 소셜 네트워킹 스타트업 '루프트(Loopt)'를 공동 창업했다. 루프트는 당시 막 태동하던 스마트폰 생태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 초기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Y 콤비네이터(Y Combinator, 이하 YC)의 첫 번째 지원 기업 8곳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비록 루프트는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고 2012년 4,300만 달러에 매각되었으나, 이 과정에서 올트먼은 벤처 자본의 생리와 실리콘밸리 네트워크의 핵심을 꿰뚫어 보게 되었다.
2015년, 올트먼은 일론 머스크(Elon Musk),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 그렉 브록먼(Greg Brockman) 등 당대 최고의 기술 선구자들과 함께 오픈AI를 창립했다. 초기의 오픈AI는 구글(Google)과 같은 거대 테크 기업이 인공지능 기술을 독점하는 것을 견제하고, 특정 기업이나 국가가 아닌 '인류 전체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안전한 AGI를 개발한다는 명분 아래 설립된 '비영리 연구소'였다. 그러나 인공지능 연구, 특히 거대언어모델(LLM)을 고도화하는 데에는 천문학적인 컴퓨팅 자원과 자본이 필요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올트먼은 중대한 결단을 내린다. 2019년, 그는 YC 회장직을 내려놓고 오픈AI의 CEO로 전업하면서, 조직을 '제한적 영리 기업(Capped-profit)' 구조로 개편했다. 투자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배분하되, 상한선을 초과하는 이익은 비영리 법인으로 환원하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고안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로부터 100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 결정은 훗날 이사회와의 갈등을 낳는 씨앗이 되었으나, 결과적으로 오늘날 오픈AI가 세계 최고의 AI 기술력을 확보하는 결정적 원동력이 되었다.
2022년 11월 30일, 오픈AI가 세상에 내놓은 챗GPT는 정보기술 역사를 새로 썼다. 출시 두 달 만에 월간 활성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하며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소비자 애플리케이션이 되었다.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코드를 작성하며, 논문을 요약하고, 시를 짓는 이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에 전 세계는 열광하는 동시에 경악했다.
올트먼은 챗GPT의 성공을 바탕으로 GPT-4, 이미지 생성 AI '달리(DALL-E)', 동영상 생성 AI '소라(Sora)' 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인공지능 혁명의 선봉에 섰다. 그는 각국 정상들을 만나 AI 규제와 협력을 논의하고, 타임지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 꼽히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리더로 부상했다. 승승장구하던 올트먼은 2023년 11월,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권력 투쟁의 주인공이 된다. 오픈AI 이사회가 "올트먼이 이사회와 솔직하게 소통하지 않는다"는 모호한 이유를 들어 그를 CEO직에서 전격 해임한 것이다. 이 쿠데타의 이면에는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를 둘러싼 심오한 철학적 갈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AI가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다'며 속도 조절과 안전을 중시하는 수석 과학자 일리야 수츠케버 중심의 '효율적 이타주의자(AI Doomer)' 진영과, AI 기술의 상업화와 빠른 발전을 통해 인류의 진보를 앞당기려는 올트먼 중심의 '기술 가속주의자(AI Boomer)' 진영 간의 충돌이었다.
해임 사태는 이사회의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오픈AI 직원의 90% 이상이 올트먼의 복귀를 요구하며 집단 사퇴를 결의했고, 최대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가 올트먼을 적극 지지하며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했다. 결국 단 5일 만에 이사회는 백기를 들었고, 올트먼은 자신에 반대했던 이사진을 교체하며 더욱 강력해진 권력을 쥐고 CEO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는 올트먼의 압도적인 리더십과 실리콘밸리 내 그의 굳건한 입지를 증명한 사건이었다. 샘 올트먼은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현실 왜곡 장장(Reality Distortion Field), 빌 게이츠(Bill Gates)의 전략적 사업 수완, 그리고 일론 머스크의 미래지향적 스케일을 동시에 융합한 듯한 복합적인 인물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