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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협상 '벼랑 끝'… 유가 배럴당 200달러 경고 속 합의 시한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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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협상 '벼랑 끝'… 유가 배럴당 200달러 경고 속 합의 시한 닥쳐

트럼프 "최종 단계" 선언에 브렌트유 5%↓…이란 "추가 공격 시 역외 확전" 맞불
호르무즈 해협 봉쇄 90일째, 넷째 주 통과 선박 54척으로 전전주比 2배 늘어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일(현지시각) 이란전쟁관련 전화통화를 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일(현지시각) 이란전쟁관련 전화통화를 했다. 사진=연합뉴스
로이터·CBS뉴스·CNBC 등 주요 외신이 20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타결 직전과 전면 재충돌 사이 '극단의 줄타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이 최종 단계에 있다"고 밝히면서 국제 유가가 급락했지만, 동시에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공격이 재개되면 전쟁은 중동 밖으로 번진다"고 경고해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다.

"합의냐, 강타냐"…트럼프의 이중 신호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코네티컷주 해안경비대 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우리는 이란과의 협상이 최종 단계에 있다. 합의가 되거나, 아니면 조금 불쾌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기자들 앞에서도 "이란을 아주 강하게 공격해야 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중 메시지를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 직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5% 넘게 떨어져 배럴당 98달러 26센트(약 14만 7203원)에 장을 마쳤다. 국제 기준 브렌트유도 5.71% 하락한 배럴당 105달러 2센트(약 15만 7600원)를 기록했다.

그러나 미국 씨티은행(Citi)은 지난 19일(현지시각) 고객 보고서에서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 공급 차질의 장기화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브렌트유가 단기 배럴당 120달러(약 17만 9748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 매켄지(Wood Mackenzie)는 해협 봉쇄가 연말까지 지속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약 29만 9580원)에 육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지난 2월 28일(현지시각) 미국·이스라엘의 핵시설 공습 '오퍼레이션 에픽 퓨리'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해왔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이 해협이 막히면서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역사상 최악의 에너지 위기"라고 규정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도 20일(현지시각) "세계 비료 공급의 3분의 1이 이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수개월 내 심각한 국제 식량 가격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키스탄·카타르 중재…'의향서' 협상 막전막후


협상 교착을 뚫기 위한 외교전이 물밑에서 급박하게 돌아갔다. 파키스탄 내무장관 모흐신 나크비는 1주일 새 두 번째 테헤란 방문에 나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회동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이는 "미국 쪽 견해를 받아서 현재 검토 중"이라면서도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와 동결 자산 반환이 협상 성공의 전제 조건"이라고 못 박았다.

카타르와 파키스탄이 공동으로 작성한 새 중재안이 미국과 이란 양쪽에 전달됐다. 악시오스는 이 중재안이 양국이 서명하는 '의향서(letter of intent)'로, 이후 30일간 핵 프로그램·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을 협상하는 구조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란의 14개 항 종전안은 핵 통제권 유지·제재 전면 해제·동결 자산 반환·미군 역내 철수를 포함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간 통화도 파열음을 냈다. 악시오스는 20일(현지시각) "통화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강하게 반발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한 뒤 총리 측이 이스라엘 주미대사를 통해 의회에 우려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어떤 합의도 이란의 핵 시설 폐쇄와 우라늄 농축 중단을 담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내가 원하는 대로 할 것"이라고 말하며 이스라엘의 우려를 일축했다.

호르무즈, 한국 선박도 첫 관문 돌파


이란 혁명수비대는 자국이 승인한 선박에 한해 단계적으로 해협 통과를 허용하는 다층 체제를 운영 중이다.

이라크산 원유를 싣고 베트남으로 향하던 그리스 선사 소속 유조선 아기오스 파누리오스 1호(Agios Fanourios I)는 이라크 총리와의 정부 간 합의 끝에 지난 10일(현지시각) 해협을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혁명수비대 고속정에 의해 선박이 중간에 멈춰 세워지는 등 통상 5시간 걸리는 항로가 이틀짜리 강행군으로 바뀌었다.

한국도 이 관문을 처음으로 넘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20일(현지시각) 국회에서 "현재 한국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항행 중"이라고 밝혔다.

쿠웨이트를 출발한 한국 선적 유조선 유니버설 위너(Universal Winner)가 이란 당국과의 사전 협의를 거쳐 원유 200만 배럴을 싣고 울산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한국 선박으로서는 이번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다. 지난 4일(현지시각)에는 한국계 운영 선박 HMM 나무(HMM Namu)가 해협 인근에서 미확인 비행체 2기의 공격을 받아 선체 손상과 엔진실 화재를 입는 사고가 있었다.

씨티은행이 지적하듯 시장은 협상 발언이 나올 때마다 유가가 요동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후지토미증권 분석가 다자와 도시타카는 "워싱턴과 테헤란이 공통 기반을 찾을 수 있는지, 미국의 입장이 하루 단위로 바뀌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해협이 6월 전에 열리면 연말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약 11만 9864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우드 매켄지의 긍정 시나리오와, 봉쇄가 장기화하면 200달러에 육박한다는 최악 시나리오 사이에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시선은 다음 며칠에 집중돼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