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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장기 봉쇄 시 '유가 2차 상승 압력'… 비축유 완충 한계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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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장기 봉쇄 시 '유가 2차 상승 압력'… 비축유 완충 한계 임박

지정학 리스크 시나리오, 공급망 마비 시 글로벌 성장률 2.5%로 둔화 우려
정치적 수사·실물 방출로 파국 면했으나, 추가 방출 여력 제한적
고금리 기조 2027년까지 연장 가능성… '대체 불가' 중국 친환경 공급망 부각
이란 전면전 확산으로 중동 석유와 가스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3개월 이상 장기화되면 글로벌 공급망과 거시경제 구조에 장기적 재편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이란 전면전 확산으로 중동 석유와 가스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3개월 이상 장기화되면 글로벌 공급망과 거시경제 구조에 장기적 재편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이란 전면전 확산으로 중동 석유와 가스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3개월 이상 길어지면 글로벌 공급망과 거시경제 구조에 장기적 재편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지난 6일(현지 시각) 뉴요커 보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기관은 영구 휴전 협정이 조만간 타결되더라도 지정학적 불안 축적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타격이 2026년에서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망이 동시에 위축되면서 전 세계 인플레이션은 당초 예상치를 웃도는 고공 행진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동발 석유·가스 의존도가 70%를 웃도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소득 감소와 비용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복합 요인으로 버틴 실물경제, 가용 비축 여력 감소로 완충 기능 약화 우려


분쟁 발발 직후 국제유가는 한때 50% 급등한 뒤 현재는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고 30%가량 높은 배럴당 110달러 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시장이 예상했던 배럴당 150~180달러 선의 파국적 유가 폭등을 일단 모면한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종전이 임박했다"면서 시장의 심리를 달랜 구두 개입(Jawbone)과 더불어 미국의 전략비축유(SPR)와 민간 부문의 대규모 실물 재고 방출이 맞물렸다. 여기에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와 투기 포지션 청산이 겹치며 가격 상단이 억제됐다.

실제로 지난 2월 말 분쟁 시작 당시 글로벌 시장에는 수억 배럴의 미국 SPR을 포함해 10억 배럴 이상의 풍부한 비축유가 존재해 충격을 차단했다. 그러나 대규모 방출이 지속되면서 서방 국가들의 가용 비축 여력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수개월 내에 시장 완충 기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피터 해럴 연구원은 본지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추가 방출 여력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향후 수주~수개월 내 종전 협상이 지연될 경우 유가의 2차 상승 압력이 고조될 것"이라면서 "에너지 가격 상방 압력 탓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기조가 시장의 기대보다 더 길어져 2027년까지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고금리 환경 지속 여파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 대비 0.5%포인트 하락한 2.5% 수준으로 둔화될 전망이다.

비료 원료 공급망 차단에 식량 위기 확산…개도국 경작 포기 속출


이번 중동 분쟁이 유발할 가장 심각한 공급망 리스크는 농업과 식량 부문이다. 글로벌 질소계 비료 공급량의 약 33.3%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해상 운송 구조에 기대고 있으며, 중동산 비료 원료의 해상 수송이 대부분 이 해협을 거치는 구조적 특성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특히 중동은 비료의 핵심 원료인 암모니아·요소의 주요 수출 지역인데, 해협 봉쇄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서 국제 비료 가격이 최고 50% 폭등했다. 농업은 에너지 비용과 물류비에 극도로 민감한 펀더멘털(기초 여건)을 지니고 있어 원자재 쇼크의 파장이 가장 빠르다.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주요 개발도상국에서는 치솟는 비료 대금과 유가를 감당하지 못해 쌀 경작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최근 분석에서 "에너지 쇼크가 식량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는 시차를 고려할 때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애그플레이션이 시작돼 내년까지 글로벌 식량 위기가 장기화할 리스크가 크다"고 경고했다.

화석연료 탈피 속도…'대체 불가능' 중국 친환경 공급망 의존 우려


중동발 석유 공급망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글로벌 경제 구조는 역설적으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강요받고 있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려는 각국 정부가 태양광·풍력·배터리 등 인프라 투자를 앞당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글로벌 친환경 공급망의 주도권을 쥔 중국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점이다. 중국은 태양광 폴리실리콘의 80% 이상을 생산하고, 전기차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핵심 희토류 정제 분야에서 단기간 내 대체 불가능한 독점적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이 중동 석유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린에너지 전환을 서두를수록 중국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하며, 에너지 탈중동이 곧 제조 탈중국으로 이어지지 않는 제약이 뚜렷해지고 있다. 국내 에너지 무역 관계자는 "한국 경제 역시 무역수지 방어와 공급망 안정을 위해 태양광 모듈과 배터리 핵심 소재의 조달처를 다변화하는 정책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자산 시장 리스크 관리를 위한 4대 체크포인트


원자재 공급 불안과 인플레이션 장기화 국면에서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들이 자산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주시해야 할 핵심 지표는 네 가지다.

첫째,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의 배럴당 120달러 선 돌파 여부다. 유가 상단이 열리면 수입물가가 치솟아 국내 제조업 전반의 원가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된다.

둘째, 국제 비료 가격 지수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곡물 선물 가격 추이다. 비료 단가 폭등은 전 세계 애그플레이션을 자극해 내수 소비 위축과 필수재 인플레이션을 장기화하는 핵심 고리가 된다.

셋째, 주요국 통화 가치와 자본 유출입의 척도인 달러 인덱스(DXY)의 향방이다. 달러화 강세가 심화하면 신흥국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커지고 원자재 수입 비용이 추가로 상승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넷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5% 선을 강하게 지지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시장 금리가 이 선을 웃돌면 연준의 고금리 긴축 기조가 고착돼 기술주·성장주의 밸류에이션 하락 압력이 극대화된다.

중동발 공급망 충격은 단기 비용 상승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주도권이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제조업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