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0만 배럴 묶였으나 중국 원유 수입 급감하며 충격 상쇄
미 비축유 일주일 새 1600만 배럴 뚝… 정제 마진 고공행진 지속
해협 재개 시 마진 축소 우려, 비축유 추이 등 3대 지표 주시해야
미 비축유 일주일 새 1600만 배럴 뚝… 정제 마진 고공행진 지속
해협 재개 시 마진 축소 우려, 비축유 추이 등 3대 지표 주시해야
이미지 확대보기이란 전쟁 발발 100일을 맞은 세계 에너지 시장이 예상을 깨고 안정을 찾고 있다.
배런스는 지난 7일(현지시각) 제이피(JP)모건의 분석을 인용해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이달 안에 재개될 가능성이 크며, 브렌트유 가격은 올해 대부분 기간에 1배럴에 100달러(약 15만 4900원) 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가를 눌러낸 요인은 중국발 수요 둔화와 우회 수송로 확보였다. 그러나 서방의 비축유 방출로 원유 재고 고갈 속도가 빨라져 단기적 수급 압박은 여전하다는 진단이다.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는 향후 마진 변동성에 대비한 자산 재배분 전략을 짜야 할 시점이다.
수급 펀더멘털, 사상 최대 공급 충격 상쇄한 중국의 '수요 절벽'
하지만 브렌트유 가격은 개전 전보다 30달러 오른 100달러 선에서 상한선이 걸렸다. 실물 시장의 불안 정도를 나타내는 현물과 선물 간 가격 차이인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현상도 지난 4월 1배럴에 36달러(약 5만 5700원)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2달러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서방의 공격적인 전략 비축유 방출과 전 세계적인 수요 둔화, 우회 공급 확대가 맞물리며 근월물 프리미엄이 빠르게 축소된 결과다.
유가 급등을 막은 일등 공신은 전격적인 수요 감소다. 골드만삭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세계 원유 소비량은 하루 평균 400만~500만 배럴 줄었다. 이는 세계 전체 수요의 5%에 이르는 규모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기 위축을 반영해 올해 2분기 세계 원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수요 증가세 둔화를 공식화했다. 특히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철수가 결정적이었다.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지난해보다 하루 300만~400만 배럴 수준 감소했다. 경기 둔화와 석유화학 수요 위축 속에 자국 내 정유공장 가동률을 낮췄고, 전쟁 전 쌓아둔 대규모 재고를 먼저 소진하는 재고 조정에 나선 탓이다.
우회 경로 확보와 공조 체제도 충격을 완화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육상 파이프라인 수송량을 늘렸고, 미국의 원유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공급 공백을 메웠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이 일시적으로 크게 감소했으나, 북미와 아프리카의 신규 증설 물량이 이를 절반 이상 보완하며 가스 시장도 2022년의 폭등세를 피했다.
지정학 리스크, 착시 이면에서 쪼그라드는 '재고 완충력'
시장 전문가들은 유가 수치만 보고 안심하기 이르다고 조언한다. 가격 착시 이면에서 완충 역할을 하던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원유 재고는 극단적인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가격 변동성을 흡수하는 마지막 완충 장치다.
그러나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집계한 미국의 상업·전략 비축유는 최근 일주일 동안에만 1600만 배럴이 줄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인도지인 오클라호마 쿠싱의 재고는 운영 최저선에 근접했다. 국내 정유사 관계자는 "수치상 유가는 안정적이지만, 실물 공급망의 기초 체력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고 전했다.
석유제품 수급은 원유보다 더 빡빡하다. 6월 초 기준 배럴당 휘발유 정제 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비 등 비용을 뺀 가치)은 35달러(약 5만 4100원), 경유 마진은 60달러 (약 9만 2800원)선이다. 휘발유 재고는 역사상 가장 긴 기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가 지연되면 재고 고갈 여파로 유가가 3분기에 5달러(약 7700원), 4분기에 15달러(약 2ㅁ만 3200원)씩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반면 해협이 조기 개방되면 묶였던 중동 물량이 쏟아지며 유가가 급락할 가능성도 공존한다.
국내 산업 영향, 정제 마진 정점 통과 가능성과 석화 가동률 변수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는 공급망 정상화 시점에 맞춰 전략을 재수정해야 한다. 정유업계는 현재 고유가와 고정제마진의 수혜를 누리고 있으나, 이달 중 해협이 열리면 중동 정유공장이 가동을 재개해 아시아 정제마진이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 석유화학 분야도 중동발 가동 중단으로 일시적 반사이익을 얻었으나, 중국의 대규모 증설 물량이 해소되지 않아 장기 가동률 회복을 낙관하기 어렵다. 대형 정유사 관계자는 "단기 이익에 취할 때가 아니라 마진 급락에 대비해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하고 재고를 보수적으로 관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시장 방향성을 가늠할 3대 지표
첫째, 미국의 주간 원유 및 비축유 변동 추이다. 비축유 감소세가 멈추지 않으면 유가 상한선이 무너지며 정유주 단기 모멘텀이 강화된다.
둘째, 중국 정유사의 가동률 및 수입 재개 여부다.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원유 구매가 다시 시작되면 공급망 고갈과 맞물려 유가 폭등을 유발한다.
셋째, 호르무즈 해협의 일일 선박 통항 대수다. 해협 통항량 회복은 중동 정제마진 정상화로 이어져 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 축소 신호가 된다.
투자자들은 이 세 지표의 상호작용을 주시해야 한다. 만약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의 수요 회복과 미국의 비축유 고갈이 동시에 겹칠 경우, 에너지 가격 변동성은 비선형적으로 폭발할 수 있다. 이 경우 단기 가격 상단 추정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재고 소진 속도가 공급망 정상화 속도를 앞지를지 여부가 향후 100일간 석유 시장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