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앤스로픽 최강 모델 이용자 사전 심사
사이버 안보 명분 속 실리콘밸리 규제 확대 논란
사이버 안보 명분 속 실리콘밸리 규제 확대 논란
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오픈AI와 앤스로픽의 최신 인공지능(AI) 모델을 누가 쓸 수 있는지 직접 승인하는 방식의 통제를 확대하고 있다.
첨단 AI가 사이버 공격이나 생물학적 위험에 악용될 수 있다는 안보 논리가 배경이지만 민간 기술의 고객 선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이례적 조치라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가 오픈AI와 앤스로픽에 대해 가장 강력한 AI 기술의 신규 고객을 받을 때마다 정부 승인을 받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2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WP는 트럼프 행정부가 실리콘밸리에 대한 규제 범위를 넓히면서 미국의 최신 AI 기술 이용 여부를 정부가 직접 판단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오픈AI GPT-5.6, 일부 승인 고객에만 공개
오픈AI는 최신 AI 모델인 GPT-5.6 시리즈를 우선 제한된 파트너에게만 제공한다.
오픈AI는 전날 공식 발표에서 GPT-5.6 모델을 미리보기 기간 동안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와 코덱스를 통해 일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기관에 제공하고, 이후 챗GPT와 API, 코덱스 이용자에게 더 넓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PT-5.6 시리즈는 솔(Sol), 테라(Terra), 루나(Luna)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솔은 가장 강력한 모델로, 코딩과 과학, 사이버보안 능력이 강화된 것으로 소개됐다. 오픈AI는 별도 안전 보고서에서 이들 모델을 사이버보안과 생물·화학 위험 영역에서 ‘고역량’ 모델로 분류하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맞춤형 보호장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공개 방식은 일반적인 신제품 출시와 다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오픈AI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에 따라 GPT-5.6 솔을 당분간 정부가 승인한 소수의 신뢰할 수 있는 고객에게만 제공하기로 했다. 오픈AI는 이런 정부 접근 절차가 장기적으로 기본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밝혔다.
◇ 앤스로픽 모델도 정부 심사 대상
트럼프 행정부의 개입은 오픈AI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앤스로픽도 자사의 강력한 AI 모델인 클로드 마이토스 5 접근을 일부 검증된 파트너에게만 허용하고 있다.
앤스로픽은 앞서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지시에 따라 클로드 페이블 5와 클로드 마이토스 5 접근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미국 정부는 마이토스 5를 일부 신뢰할 수 있는 미국 기관과 기업에 다시 제공하는 것을 허용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가 앤스로픽의 고성능 AI 모델을 100곳이 넘는 ‘신뢰할 수 있는’ 미국 기관에 배포하도록 허용했다고 전했다.
마이토스 5는 사이버보안 능력이 특히 강한 모델로 평가된다. 앤스로픽은 해당 모델을 현재 소수의 검증된 파트너에게만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더 넓게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정부는 이런 조치를 첨단 AI가 중국이나 러시아 등 외국 적대 세력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와 연결하고 있다. AI 모델이 취약점 탐색, 악성코드 개발, 생물학적 정보 분석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강력한 모델의 확산을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는 논리다.
◇ ‘규제 완화’ 내세운 정부, AI에는 개입 확대
눈길을 끄는 대목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이후 AI 산업에 대해 규제 완화와 혁신 촉진을 강조해왔다는 점이다. 백악관은 이달 초 발표한 행정명령에서 첨단 AI 역량이 미국의 힘을 키우는 동시에 새로운 국가안보 고려 사항을 낳고 있다며, 정부 부처와 민간 기업이 협력해 안전한 기술 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에도 미국의 AI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AI 행동계획’을 내놓고,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오픈AI와 앤스로픽 사례에서는 정부가 최첨단 AI 모델의 출시 시점과 고객 접근권까지 관여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수출통제보다 훨씬 넓은 규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반도체나 첨단 장비처럼 물리적 제품의 해외 반출을 제한하는 데서 나아가, 미국 기업이 만든 AI 모델을 어떤 기업과 기관이 사용할 수 있는지까지 정부가 들여다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 안보 필요성에도 불투명성 논란
정부 개입을 둘러싼 핵심 논란은 기준의 투명성이다. 어떤 모델이 사전 심사 대상이 되는지, 어떤 고객이 승인되고 거절되는지, 승인 절차에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명확한 기준이 공개되지 않으면 기업과 개발자, 연구기관 모두 불확실성에 놓일 수 있다.
AI 업계에서는 첨단 모델의 악용 가능성을 관리해야 한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대가 있다. 특히 사이버 공격 자동화나 생물학적 위험, 자율 에이전트 기능처럼 국가안보와 직결될 수 있는 영역은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많다.
하지만 정부가 고객 승인권을 사실상 쥐게 되면 기술 접근이 정치적 판단이나 행정 절차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기업의 경쟁력이 정부 승인 속도에 묶일 수 있고, 해외 고객이나 동맹국 기업이 미국 AI 기술 접근에서 배제될 경우 중국 등 경쟁국의 AI 생태계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조치는 AI가 더 이상 단순한 소프트웨어 상품이 아니라 국가안보와 산업 패권을 좌우하는 전략자산으로 취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의 최신 모델을 둘러싼 고객 승인제 논란은 앞으로 미국 AI 산업의 성장 방식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AI 주권 논의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