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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르치대교 또 뚫렸다…러 정유 20%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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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르치대교 또 뚫렸다…러 정유 20% 마비

폭약 1100㎏ 교량 타격에 크름 유류난 사상 최악
이바노프 급사 겹쳐 크렘린 후계 균열 조짐
국제유가 재부상...韓 에너지·정유주 촉각
크림대교(케르치해협대교) 폭파로 핵심 보급로가 끊긴 러시아.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크림대교(케르치해협대교) 폭파로 핵심 보급로가 끊긴 러시아.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잇는 마지막 병목 지점인 케르치대교가 올해 들어 세 번째로 공격당하면서 크름반도 보급선이 사실상 마비 위기에 놓였다.

호주 매체 오스트레일리아타임스는 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군이 지난달 30일 새벽 케르치대교 교각에 약 1100㎏ 규모의 폭발물을 설치해 기폭시켰다고 보도했다.

크름반도 유류난이 이미 사상 최악 수준으로 치닫는 가운데 발생한 이번 공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세르게이 이바노프 전 국방장관의 별세 소식과 겹치며 크렘린 내부 동요설에 다시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국제유가에 미칠 파장도 커, 원유 수입 비중이 높은 한국 에너지 시장 역시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르치대교, 세 번째 피격…교각 손상

오스트레일리아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폭발로 케르치대교 수중 교각 여러 곳이 손상됐으며, 우크라이나 측은 정교한 작전이었다고 주장했다. 길이 18㎞에 이르는 이 다리는 2018년 개통 이후 2022년 10월 트럭 폭탄 공격, 2025년 6월 수중 무인기 공격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피격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교량 통행을 통제하며 우회 항로와 페리를 병행 가동해 왔으나, 이번 타격으로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사실상 유일한 육상 통로마저 다시 흔들리게 됐다.

러시아 정유시설 20% 마비, 가솔린 생산 17% 감소


자유유럽방송(RFE/RL)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러시아 83개 연방주체 가운데 55곳에서 휘발유·경유 판매 제한 조치가 시행 중이며, 러시아 전체 정제 능력의 20% 이상이 가동 중단 상태로 추정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공급 차질 규모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가솔린 생산량은 하루 85만 배럴로 1년 전 103만 배럴보다 17% 줄었으며, 모스크바 지역 최대 유류 공급원인 카포트냐 정유소는 두 차례 피격으로 올해 말까지 가동이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4월 화상 연설에서 장거리 타격으로 러시아의 3월 한 달 원유 수출 손실만 23억달러(약 3조 5831억원)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크름반도 유류 공급망 붕괴 위기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의 중거리 타격이 러시아 정유 생산 능력을 갉아먹는 동시에, 남은 유류를 전선으로 옮기는 수송 능력까지 동시에 저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크름반도 당국은 지난달 21일부터 민간 주유소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국가기관용으로만 유류를 배급했으며, 케르치대교를 통한 개인 차량 반입 한도도 리터 단위로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라디오리버티 산하 탐사보도팀 스키마는 위성사진을 인용해 크름반도를 탈출하려는 차량 행렬이 10㎞ 넘게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흔들리는 크렘린 내부


이런 가운데 지난달 26일에는 푸틴 대통령의 옛 KGB 동료이자 한때 유력한 후계자로 꼽혔던 세르게이 이바노프 전 국방장관이 73세로 별세했다.

세르게이 알렉사셴코 전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는 이바노프의 죽음이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시절 소련 지도부가 잇따라 고령으로 사망했던 시기와 닮아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정치평론가 비탈리 포르트니코프는 이바노프가 권력투쟁에서 완전히 밀려난 채 별세했다고 언급했다.

포브스 기고가 멜릭 카일란은 이러한 흐름을 근거로 푸틴 정권이 3년 안에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다만 이는 개인 분석에 근거한 전망으로,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이나 서방 정보 당국의 평가와는 별개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업계에서는 케르치대교에 대한 추가 타격이 이뤄질 경우 크름반도 유류 공급망이 사실상 붕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산 원유 수출 차질과 정제시설 마비가 장기화하면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원유 수입 비중이 높은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와 러시아산 원유 도입 물량에 영향을 받는 에너지 수급 구조도 관련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